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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시장경제로 걸음마
이윤 내려 애쓰는 판매상 등장


북한경제에 미약하나마 변화의 조짐이 싹트기 시작했다. 거리마다 개인기업이 등장하고, 시내 전역에 소규모 상점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외부세계와 경제관계를 구축하고 국제 금융기구들의 지운을 받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

북한이 2002년 7월 경제개량조치, 이른바 개혁방침을 발표한 이후 시장경제로 서서히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다고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FEER)가 보도했다.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14일 평양외곽에 위치한 통일거리 사장. 수백 명의 쇼핑객들이 간이식당과 외국산 음료, 북한산 사과와 복숭아에서 외국산 파인애플에 이르기까지 상품들로 가득 찬 좁은 시장골목을 메었으며 상인들 역시 전례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일부 쇼핑객들은 중국산 의류, 싱가포르산 맥주, 태국산 주방용 세제 등 값싼 물건을 찾지만 부유한 계층들은 중국산 TV와 세탁기들을 고르고 있었다. 새 시게나 전기면도기를 찾는 사람들은 으레 중국산 수입 제품을 선택했다.
북한정권이 지난 45년부터 추진해온 엄격한 시장통제 경제를 완화하는 개혁정책을 발표한 지 2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인구 2천 200만ㅇ의 북한, 특히 최소한 특권층이 모인 것으로 평가되는 인구 220만의 평양이 소비주의의 맛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된다.
물론 북한은 식량난, 만성적인 영양실조, 사회간접자본재의 노후화 등으로 여전히 재난의 문턱을 오락가락하고 있으며 자국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국제사회와는 교착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부분이 비밀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정부의 결정에 달린 것이지만 미약하나마 변화의 조짐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나이 많은 여성이 농산품을 팔거나 노인이 신발을 수선하는 등 거리마다 개인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시내 전역에서 판지로 만든 소규모 상점들이 모습을 드러내 음료수와 담배, 사탕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점들은 통일거리 사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부 산하의 소규모 무역회사, 노동자ㆍ농민조합 등이 운영하는 것이지만 가격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결정하고 있다. 구매자들은 쿠폰이 아니라 현금으로 물건을 구매하며 판매상들은 이윤을 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소비주의가 등장하면서 매우 드문 경우지만 후대전화를 소유한 사람들은 거리에서나 호텔 로비에서 새로운 신분의 상징물인 이를 자랑스럽게 과시하고 있다. 태국의 록슬리퍼리픽사는 북한정부와 합작기업을 통해 휴대전화 망을 구축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평양 시내에는 한국을 경유해 북한에 반입된 이탈리아 피아트 자동차 부품으로 만든 ‘휘파람’ 자동차에 대한 광고판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자동차는 항구도시인 나포에 위치한 남북한 합작기업에서 조립되며 가격은 북한이 2002년 공식 교환화폐로 지정한 유로화로 8천 유로(9천520달러)를 호가한다.
지난 95년부터 북한에 체류하고 있는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담당관인 리치드 레건은 “이 나라에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소비자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개혁이 발표된 2002년 7월 이후 거리에는 자동차와 자전거들이 늘고 있으며 주민들은 마오쩌둥식 인민복보다는 밝은 색조의 중국산 의류를 선호하고 있다. 일부 젊은이들은 야구모자도 쓰고 있으며 미키마우스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의 모습도 그다지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공산당이 정치를 통제하면서도 경제는 비교적 개방하는 중국이나 베트남식 시스템으로 북한이 나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답은 변화가 실제적이 아니다, 변화는 실제적이지만 번복될 수 있다, 개혁은 실제적이며 돌이킬 수 없다 등 최소한 세 가지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 행정부는 북한의 개혁방침은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 있으며 북한은 여전히 “깡패국가 ”라는 이유로 첫 번째 해답을 제시하고 있으며, 존스 홉킨스 대학 부설 니체첨단국제연구소의 돈 오버도퍼는 경제변화가 수개월간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북한 내 유일한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같은 변화가 번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아직 없다는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그는 북한이 시장개방 정책을 추진해 외부세계와 경제관계를 구축하고 국제 금융기구들의 지원을 받게 될지 여부를 말하기는 이르다면서 “이런 일은 한반도 핵 긴장이 완화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개혁이 실질적이며 돌이킬 수 없다는 견해는 평야에 거주하는 외교관과 구호기관 관계자 등 대부분의외국인들이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어렵다고 지적한다.
통일거리 시장은 평양 교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양 외곽에 위치해 모두에게 개방된 장소라는 것이다. 북한의 관리들은 이에 더해 현재 평양 시내에 두 번째 시장이 건설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시장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일우 국제뉴스부 기자 | ci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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