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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쇼크! 중국경제가 어떻길래?

“제발 악몽의 서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지난 4월 28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발언으로 촉발된 이른바 `중국 쇼크'에 대해 상하이(上海)에서 활동하는 한 기업인은 잔뜩 겁먹은 표정이었다. 원 총리의 발언 이전인 올 초부터 그동안 거래해오던 중국 은행들이 대출회수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데다 매출이 급감세를 보이기 시작한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에 `올인'을 해온 마당에 중국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 한국에서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기업인의 하소연이다.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을 방문한 언자바오 중국총리가 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다

긴축조치와 중국 진출 한국업계 반응
아직까지는 중국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하기는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이처럼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기업들의 대책 마련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대우종합기계는 지난 5월6일부터 사흘간 옌타이 (煙台)에서 양재신 본사사장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사측은 긴축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올해 굴삭기 판매가 과거의 급팽창세와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 관계자는 “이미 4월부터 굴삭기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라면서 “1대당 가격이 워낙 높기 때문인지 은행들의 대출회수 움직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다만 올해 초에 달성한 매출이 워낙 크기 때문에 올해 목표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ㆍ기아차도 정몽구 회장이 중국을 직접 방문, 향후 중국시장 공략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쇼크를 계기로 중국 사업시스템을 정비할 것이라는 회사측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LG화학 등 중국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기업들도 중국 내 금융권 동향과 긴축조치가 본격화될 경우에 대비한 대응전략 마련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시장이 워낙 급팽창해왔기 때문에 중국쇼크라는 새로운 상황을 맞은 한국기업들의 충격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면서 “특히 일부 `올인'을 한 업종과 기업들의 경우 효율적인 대책 마련에 실패할 경우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소비자 물가가 월 소비자물가 상승 7년여 만에 최고를 나타내며 작년 동월대비 3.8%로 나타난 가운데 중국 베이징의 디지털 카메라 대형 광고판 앞에서 한 일꾼이 야간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KOTRA 중국지역본부는 이른바 중국쇼크와 관련,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의 업종별 분석보고서에서 “지난 해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의 14.8%를 차지한 석유화학제품과 8.5%를 차지한 철강제품은 일시적으로 수출 증가율의 감소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의 긴축대상은 주로 국가기간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업종들이기 때문에 소비재 관련 업종의 수출은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자동차업종의 경우 최근 한국 차 판매(현지 생산물량) 호조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이번 긴축 조치 발표에 앞서 자동차대출 요건을 강화한 것이 불안 요인이라고 밝혔다.

고성장 그늘에 과열..작년 하반기부터 경고 메시지
성장률만 본다면 중국 경제는 나무랄 데 없다. 2001년 7.3%, 2002년 8%에 이어 2003년엔 9.1%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성장의 방법과 중국 특유의 경제 구조를 들여다보면 문제가 달라진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내수 소비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의 선택은 재정정책이었다. 국채발행을 늘이고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를 이끄는 확장형 성장이었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프로젝트는 중복?과잉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소비진작을 목표로 했던 부동산 활성화 조치는 대도시의 투기 심리가 가세하면서 ‘거품이 터질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4월 하순 철강, 전해 알루미늄, 시멘트, 자동차, 부동산 등 5개 업종에 과열 또는 맹목적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각급 은행에 대해 신규대출 중단은 물론 문제성있는 기존 대출금에 대해서도 적절한 시정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중국발 쇼크’라며 근래 드물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전부터 감지돼 왔다.
지난 해 10월 23일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전개혁위)는 ‘3/4분기 공업생산동향’을 발표하면서 “철강, 전해 알루미늄, 시멘트, 방직, 자동차 등 5개 업종의 과잉생산이 심각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당시 발전개혁위는 2003년 1월부터 9월까지 강재 생산량이 1억 7천만 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19.4% 늘어났으나 냉연강판, 아연도금강판 등 고부가가치품은 수입에 의존하면서 소형 강재와 선재 등 저급품에 중국 업체들의 신규 중복투자가 집중되고 있는데 철강 업종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멘트의 경우도 일부 지방에서는 맹목적으로 재래식 생산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잉중복투자 현상은 전해 알루미늄에서도 마찬가지여서 2005년 예상 수요량이 600만 톤에 불과하지만 가만히 놔두면 생산량이 1천만 톤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것이 발전개혁위의 판단이었다.
이 때 시장 관측통들은 “발전개혁위의 보고서가 ‘투자과열-생산과잉’ 업종에 대한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조만간 대출제한 등 돈줄 죄기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9월 M2(총통화) 증가율이 20.7%로 전달(21.6%)보다 둔화세를 보이면서 당분간 자금공급이 줄지는 않을 것이란 업계의 일반적인 추측과는 상반된 움직임이었다.
부동산 업종에 대해서는 왕광타오(汪光燾) 건설부장(장관)이 지난 1월13~14일 양일간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건설공작회의에 참석해 “현재의 부분적인 과열조짐이 전반적으로 확 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강한 경고성 발언을 했다. 곧이어 건설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국토자원부, 국가통계국, 중국인민은행 등 7개 부처가 합동으로 부동산시장에 대한 거시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 중앙 정부가 일부 도시의 부동산 과열 기미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2년 전부터였다. 지난해부터는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시중 상업은행들에게 부동산대출을 억제하라는 지시도 내렸지만 과열기미는 좀처럼 진정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 덕에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호황을 누리면서 부동산 업종은 지난 해 10대 폭리(暴利)업종 가운데 단연 1위로 꼽히기도 했다.
따라서 중앙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 해 하반기 이래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방 정부의 맹목적인 투자 관행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은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가 긴축성 조치를 내놓게 된 데에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외환보유고가 통화 팽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판단도 가세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아직 엄격한 외환관리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안정을 위해 통화 당국이 기업의 외환을 매입하고 그 만큼의 위앤화를 풀어야 하는데 최근 외환 유입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2003년 한 해만도 외환보유고 순증가분이 1,600억 달러인데 이는 다시 말하면 1조 3,300억 위앤(약 200조원) 가량의 위앤화 자금이 시중에 풀려나간 게 된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이미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지난 해 사스에도 불구하고 9.1%의 높은 경제성장을 한 중국은 경기과열을 우려해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7%로 내려 잡았다. 지난 해 실적에 비하면 2.1% 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9.7%로 나타났다. 2분기 수치 역시 8.5%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고정자산투자총액과 공업부문의 부가가치총액 증가율도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고정자산투자총액은 2003년 연간 증가율이 26.7%였으나 올 1분기에 무려 43.0%로 급등했다. 공업부가가치 증가율도 지난 해 12.6%에서 1분기에 17.7%로 가파른 상승세다. 증가폭은 경공업보다 중공업이 크며 누계 기준으로 1월보다는 2월, 3월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월에 잠시 누그러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들어 3.0%로 뛰면서 물가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비록 총체적인 과열은 아니지만 과도한 투자에다 일부에서 투기 심리가 가세하면서 언제라도 거품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중국 정부의 정책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의 과열은 직접적으로는 지방 공무원들의 과도한 실적주의에 그 원인이 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는 거대규모 경제의 특성상 일시에 모두 부유해질 수 없기 때문에 어느 한 지역이 먼저 잘 살아야 한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선부론(先富論)과 불균형 성장 방식이 가져온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과열은 10년 주기?지난 93~95년에도 긴축정책..
중국은 10년 전에도 경기과열로 시끄러웠다. 지난 1993년부터 1995년까지 경제성장률은 13.4%→ 11.8%→10.2%로 하강곡선을 그렸지만 물가상승률은 3년 내리 두 자리 수(13.0%→21.7%→14.8%)를 기록했다. 그 때도 철강과 시멘트 업종에 대한 지방 정부의 과도한 투자가 화근을 불렀다는 점에서는 지금과 비슷하다. 하지만 상황 전개와 정부의 처방을 보면 서로 다른 점이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로 촉발된 1990년대 과열 때에는 소비자물가가 21.7%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2004년 1분기 현재 물가 상승률은 3%로 아직은 괜찮은 수준이다. 물론 시중에 풀린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집중되면서 부동산 과열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10년 전보다 지금이 훨씬 심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중국 관측통들은 앞으로 물가 상승률이 5%를 기록한다고 해도 물가 그 자체보다는 고삐 풀린 돈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이 과열 방지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현재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대응 방향은 주로 투자와 대출의 과도한 성장세를 바로 잡아 과열을 막겠다는 것이다.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산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점에서 선제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90년대에는 1991년 3.4%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2년 6.9%로 2배 이상 뛰었는데 경험 부족으로 초기 대응시기를 놓친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당시 부총리였던 주룽지(朱鎔基)는 인민은행장을 겸직하면서 1993년 7월 16개 항의 강력한 긴축 조치를 담은 이른바 ‘주16조’ (朱16條)를 내놓게 된다. 초기 대응시기를 놓친 탓에 과열을 잡는데 3년이나 걸렸다.
주룽지의 긴축 조치는 “단 칼에 자른다”(一刀切)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기에 급제동을 거는 것이었다. 연간 통화발행량과 금융기관의 대출총액을 엄격히 통제했다. 신규 프로젝트는 물론, 추진 중인 투자 건에 대해서도 심사와 허가를 다시 하기도 했다. 또 각급 기업들의 불법 자금조달 행위를 강력히 단속하고 물가개혁도 잠정 유보했고 예대금리까지 인상하는 초강력 수단이 총동원됐다.
이에 반해 5월 3일 현재까지 나타난 원자바오의 과열방지 대책은 어떻게 해서든 ‘경기가 급상승 하거나 급하강하는(大起大落)하는 상황은 막아보자’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은행 대출금 부문에서 주룽지가 총액 규제에 나섰지만 원자바오는 증가율 완화 쪽으로 가고 있다. 주룽지 때의 주요 수단이었던 예대금리 인상조치가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서로 다른 측면이다.

중국 업계 반응은
국무원이 과열 업종에 대해 대출제한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업계에선 실제 투자억제 효과가 나타나려면 1~2개월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가 요구하는 자본금 비율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국무원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과 부동산 등 업종의 고정자산투자 자본금 비율을 25% 와 20%에서 각각 15% 포인트씩 올리라고 지시했다. 증시에 상장된 대형 기업들은 대부분 자본금 비율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신규 프로젝트가 줄줄이 취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올해 60억 위앤(9천억 원)의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마안선철강은 자본금 비율이 50%를 넘었다며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강(重鋼)은 10억 위앤(1500억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자본금 비율을 고려하고 있으나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철강(鞍山鋼鐵)의 경우는 아직까지 올해 증산 계획을 밝힌 바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긴축대상은 주로 국가 기간산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이기 때문에 소비재 관련 수출은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25억 위앤(3,750억원) 규모의 증설 계획이 있는 안후이 하이루어사(社)의 경우 자본금 비율이 40%이며 루이안 건업은 자체 보유 자금과 홍콩 은행 대출금으로 6억 위앤(900억원) 규모의 증설 자금을 조달할 예정으로 있는 등 유명 대기업들은 이번 조치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문제는 지방 정부의 배후 지원을 받고 있는 중소 업체들이다. 이들은 정부의 조치가 본격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6월 이후 도산 또는 합병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추가조치 가능성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정기간 상황을 관찰한 후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시기는 3월 말 현재 3%인 물가상승률이 5%까지 치솟는 때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4월 또는 5월수치가 나오는 5~6월이 추가 조치 여부를 저울질하는 시기로 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21일 지급준비율을 6%에서 7%로 인상한 후 7개월만인 지난 4월 25일을 기해 7.5%로 다시 올렸다. 이론상으로 중앙은행이 경기를 조절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은 금리이며 시장경제체제에서는 지준율 조정보다 흔히 사용하는 금융조정 도구이다.
그러나 중국은 지준율 활용에 애착(?)을 보이고 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지준율 조정은 당장 효과를 내기 보다는 일정 기간의 과정을 거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급냉하는 경착륙을 방지할 수 있다. 일부 업종은 과열이지만 전체 소비시장은 여전히 진작해야하는 특수성 때문에 대기대락(大起大落)없는 소프트랜딩을 원하는 중국 정부로서는 보다 선호하는 처방이 될 수 있다.
당장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과열 업종에 뿐만 아니라 적정 수준을 벗어나있는 과도한 저축심리를 자극해 소비가 약해지면서 건실한 다른 업종에 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섰다가는 미 달러와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핫머니 유입의 구실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중국의 경제학자들은 정부 당국에 대해 ‘앙급지어’(殃及池魚)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중에서는 인민은행이 금리인상을 곧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4월말까지 확인된 인민은행의 공식 입장은 “우선 이미 발표한 조치의 효력을 관찰할 것이며 당장 금리를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지준율을 조정해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효력은 보고 있다. 중국은행 (Bank of China)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9월 21일부로 지준율을 6%에서 7%로 인상해 1,500억 위앤(22조 5,000억원)의 유동자금을 줄인데 이어 올 들어 4월 25일부 0.5% 포인트 추가 인상으로 약 1,300억 위앤(19조 5,000억원)의 자금흡수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84년부터 지준율 제도를 시행한 중국은 1998년 3월까지 줄곧 10~13%의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최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지난 4월 25일 이후 현재 지준율은 7.5%로 이전과 비교할 때 추가 상승 공간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의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1~2개월 후에도 과열이 식지 않을 경우) 다음 수순은 지준율 추가 인상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은 그 다음 수단으로 남겨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 무역 투자에 불똥 튀나
지난 해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의 14.8%를 차지한 석유화학제품과 8.5%를 차지한 철강제품은 일시적으로 수출 증가율의 감소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감소세를 보이더라도 하반기 중반 이후 회복 가능성이 예상되며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시장질서 정돈으로 수요 증가세가 꾸준히 상승할 전망이다.
중국의 긴축대상은 주로 국가기간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업종들 이다. 따라서 소비재 관련 업종의 수출은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의 급속 냉각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소비진작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돼 소비재 품목은 상대적으로 수출 증가세도 점쳐진다.
그러나 불안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서 원부자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긴축으로 중국 내 원부자재 수요가 감소할 경우 부정적 영향이 우려될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은 중국 은행들의 몸 사리기로 수입업체들의 L/C 개설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는 최근 한국 차 판매(현지 생산물량) 호조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이번 긴축 조치 발표에 앞서 자동차대출 요건을 강화한 것이 불안 요인이다. 은행들은 대출 한도를 자동차 가격의 80% 이하로 제한했고 대출 신청자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신용등급을 매기기도 한다. 보험사의 자동차 담보대출 업무도 금지됐다. 그러나 대출구입 비율이 낮은 고급차종은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철강은 건설 및 자동차 업종 경기가 둔화된다면 중국 내 수요 감소라는 우려 요인이 있다. 그러나 한국산은 주로 고급재인데다 중국 내 수요 감소보다는 국제 원자재 가격 인하의 긍정적인 효과가 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가전은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대도시 지역의 부동산경기가 다소 위축될 경우 판매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나 한국 브랜드는 대부분 중?고급품이어서 중국 브랜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급속한 경기 냉각을 최대한 회피하면서 연착륙 유도에 노력할 것임을 발표한 상황에서 신규 대중국 투자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원자재를 가공해 제3국 또는 한국으로 수출하는 가공무역투자기업들은 이번 조치를 악재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많다. 과열업종 단속으로 관련 원자재 가격이 인하되면서 코스트 인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계 은행이 직간접으로 관련된 경우는 앞으로 상황 전개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측 파트너 기업이 현지에서 프로젝트 파이넨싱 형태로 대출을 받아 합작사업을 추진하거나 기타 투자자금 조달처가 중국 현지일 경우는 당장 은행측 반응 확인에 나서는 것이 좋다. 중국계 은행으로부터 운전자금을 대출받은 중소 투자기업의 경우, 지역에 따라 대출회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적절한 사전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업계의 진출이 활발한 부동산 업종은 지난해부터 과열단속 대상이 돼왔기 때문에면 개발자(developer) 입장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개인 부동산 투자의 경우 2주택 이상 구입자에 대해서는 최근 정부가 은행 대출(모기지) 중단 조치를 내렸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은 노동절 연휴 이후 정부의 추가 조치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으나 당장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반응이다.
상하이주재 한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외국계 은행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의 별도 조치가 없었다”면서 “중국계 은행들의 대출 업무에 이상이 생긴다면 우리에겐 호기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중에 0.5% 포인트 금리 인상설이 나돌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0.5% 포인트 인상이라면 상당히 큰 폭이어서 금리 인상은 중국 정부로서는 최후의 수단일 것”이라며 “단기간에 인상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계 은행의 상하이 지점 관계자는 “그 동안 중국계 은행들이 초저리 대출로 한국계 기업 고객을 유치해갔다”고 지적하고 “이번 기회에 영업 환경이 일정부분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혔다.
현재 중국 측과 진행 중인 자동차, 정유 등 일부 우리 기업의 매각작업도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 기업은 중앙 정부의 승인을 얻지 않고서는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 불가능한데다 이번에 중국 정부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지방정부 차원의 독자적인 프로젝트와는 관련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중앙정부 차원의 프로젝트 재검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으므로 매각 작업이 시간상으로 다소 지연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재 서비스업 진출 기회삼아야
중국은 부진한 내수 소비경기와는 대조적으로 일부 업종의 과잉ㆍ맹목투자가 과열 기미를 보이자 2년 여 전부터 예의 주시해 왔다. 특히 지난 해 하반기부터는 각종 경로를 통해 경고성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과열 대책은 현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거품이 터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선제 대응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번 과열 대책은 예고된 조치이며 각국의 반응은 예정된 불안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표적은 외국기업이 아니다. 중앙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세수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무분별한 투자에 나선 지방 정부와 기업들이 주 표적이다. 우리 기업들은 업종별로 일시적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조치로 중국 시장이 정돈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차이나 쇼크로 주가가 하락하는 등 한국경제에 충격을 주었다
중국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내수 경기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일부 과열 업종은 단속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다. 시중의 추측에도 불구하고 당장 금리 인상에 나서기 보다는 우선 이미 내놓은 조치의 효과를 지켜보며 지불준비율 추가 인상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은 그 다음 단계의 처방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중국의 정책 기조가 '뜨겁지도 않게 차갑지도 않게'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내수 소비재 시장과 서비스업 분야에 대한 진출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3년째를 맞이하면서 무역과 유통 등 관련 분야의 개방 조치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WTO 양허안 준수라는 측면 외에도 이번 과열 대책으로 자칫 내수 경기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다양한 내수 진작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종래 중국 진출이 제조업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결합을 통한 시장전략을 세워야 한다.

`중국쇼크' 업체별 대응도 가지각색
“현명하게 대처하면 중국쇼크도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 경제에 강력한 충격을 던져준 중국의 긴축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5월13일 오전 상하이 총영사관에 모인 화동권(華東圈) 진출 업체들은 나름대로의 분석과 대응을 내놓았다.
우선 무역업계를 대표해 삼성물산 심일보 중국총대표는 “일부 부정적인 요인은 있으나 심각한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에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중국 내수시장이 위축되더라도 국산화가 어려운 고부가 가치, 하이테크 품목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트라(KOTRA) 중국지역본부 이효수 본부장은 중국당국의 긴축정책과 함께 에너지 분야의 정책 변화에 주의해야 한다면서 “향후 개발보다는 절약위주의 에너지정책이 전개될 경우 현지 진출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차이나 이태환 부총경리는 “철강가격이 하락추세에 있어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주력 품목이 건축자재가 아닌 판재류 고급강으로서 중국 내 공급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업계는 `포트폴리오 구성'의 변화를 화두로 던졌다. 우리은행 상하이지점 이영봉 지점장은 “중국계 은행의 대출 억제로 우리 기업의 피해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어 향후 기업의 자산 구성 시 중국계 및 한국계 은행간 적절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긴축국면에서 중국은행들이 부실채권 정리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만큼 급작스런 대출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벌써부터 장쑤성의 일부 한국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위기의식은 해운업계가 비교적 컸다. 현대상선 상하이법인 강호경 총경리는 “환율인상 압력과 부가세 환급 축소, 선사운임 상승, 유가인상 등 부정적 요인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긴축조치로 원자재 수급안정과 환율인상 압력 완화가 기대됨에 따라 해운업계에 오히려 긍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런 낙관을 던졌다.
섬유업계의 진단도 유사했다. 갑을상숙방염의 조황기 동사장은 이번 긴축조치로 원면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5~6% 하락했으며 중국기업들에 대한 금융혜택 축소로 출혈판매가 자제됨에 따라 우리기업에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 및 부동산업계를 대표해 한라건설 상하이 법인의 이장근 상무는 “이번 조치가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춘 만큼 단기적으로는 상가 및 사무실 공급이 영향을 받을 것이나 부동산을 통한 내수 진작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필진투자자문의 최경일 동사장도 “상하이 부동산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조정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나 외국인 중심의 고급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진출업계의 `위기 속에서 기회 찾기' 반응에 대해 상하이 총영사관의 김영삼 산자관은 “중국 당국의 긴축정책이 분명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현명한 대처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 보인다”면서 “총영사관은 업계와의 정보네트워크를 가동해 업계의 효율적인 대응방안 마련을 지원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우탁 상하이 특파원 |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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