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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경제 악재, 대책이 없다

잘 나가던 수출전선에 경고등이 잇따라 번쩍이고 있따.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경제 긴축정책으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이던 국제유가는 최근 끝모를 신고가 행진이을 이어가면서 국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내수 시장이 얼어붙어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옷을 사러온 고객으로 북적여야 할 동대문 신평화시장 내 상점 통로가 한산하다

고유가ㆍ중국경제ㆍ미 금리 악재 부상

우리 경제의 당면한 악재로 고유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부상하고 있다.
경기에 선행하는 주식시장은 이들 악재를 의식한 외국인 투자자의 집중 매도로 연일 추락하고 있고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 전선에는 먹구름이 몰리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이들 악재가 지속되거나 현실화할 경우 향후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있으나 뾰족한 묘수는 내놓지 못했다.
이들 악재는 국내적 요인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으로 우리나라로서는 상황에 따라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유가.中경제.美금리 악재 부상
정부는 이날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세계 경제는 전반적인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고유가, 중국 경제 둔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대외 여건의 변화를 가져올 요인으로 부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당초 동절기가 끝나는 4월부터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으나 오히려 더 올라 1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세계 경기의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 투기적 자금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바의 정유회사에 대한 테러,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미국의 휘발유 재고 감소 등이 유가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의 경기 조절도 우리 경제에 큰 악재가 되고 있다. 정부는 휴대전화나 브라운관 등 일부 소비재 품목을 제외하면 국내 산업이나 수출에 별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미국보다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하지 않느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 부총리는 적어도 중국 경제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과열된 중국 경제의 연착륙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경제는 수출 위축 등으로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의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우리 경제에는 큰 부담이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릴 경우 저금리 시대의 종언과 함께 긴축으로의 회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 위축과 함께 역사적인 초저금리 속에서 급등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가져오게 된다.

◆살아날 기미 없는 내수
이 같은 안팎의 악재들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살아나야 하나 정부의 갖은 노력과 처방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한겨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서비스업 동향'에 따르면 소매업 지수는 백화점과 슈퍼마켓, 홈쇼핑 등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며 작년 3월보다 4.8%가 줄어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자동차 및 연료 판매업도 1, 2월에 비해 감소 폭이 축소되긴 했으나 여전히 2.5%가 줄어 9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에너지시민연대 소속회원 10여 명이 5월 18일 오전 명동에서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절약캠폐인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멈추고 지난 2월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던 도소매업 지수가 3월에는 다시 0.3% 감소로 반전했다. 전체 서비스업 생산 지수 증가율도 2월의 2.6%보다 낮은 1.9%에 그쳤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생산지표는 개선되고 있으나 반도체, 자동차, 선박, 철강, 무선통신 등 일부 `귀족 업종' 이외에는 기업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신용불량자는 400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중소기업 부도는 늘어만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가 내수 회복에 실패한 채 고유가와 중국의 경기 하강과 미국의 금리 인상 파도에 휩쓸려 현재의 상황에서 좌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유가 상승이 계속되고 중국의 경기 하강과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묘책이 없다
하지만 이들 악재는 외부적인 것들이어서 정책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데에 정부의 고민이 있다. 이 부총리가 주재한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최근의 경제 동향을 점검하고 중국의 긴축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으나 '분석'과 '걱정'만 있었을 뿐 이렇다할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중국 수출기업에 대한 점검 강화, 무신용장거래 등에 대한 수출보험 지원 확대, 수출시장의 다변화 , 중국과의 통상 협력 강화, 중국 투자기업에 대한 사전교육, 해외 투자기업의 경영 실태에 대한 심층 조사 등이 이날 나온 대책들로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경제장관간담회와는 별도로 김석동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주가 폭락 등 최근의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했으나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의례적 '수사'가 고작이었다.
최근의 주가 하락은 중국의 긴축정책 시사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앞으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미리 반영한 것이며 그동안의 급등에 따른 조정의 성격도 띠고 있다는 분석도 곁들여졌다. 정부는 또 아시아 신흥시장의 주가가 동반 하락하고 있는 것이므로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나는 `셀 코리아'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전선에 '경고등' 잇따라

잘 나가던 수출전선에 경고등이 잇따라 번쩍이고 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경제 긴축정책으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이던 국제유가는 최근 끝모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통상 및 특허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동유럽 10개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블록화의 담을 높이 쌓았다.

◆급변하는 대외환경
`탄핵'과 `총선'이 한반도를 휩쓰는 사이 우리나라의 수출환경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4월 수출실적이 217억 달러로 월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올 무역수지 흑자가 넉 달 만에 100억 달러 수준에 육박(96억9천만 달러)했지만 최근의 분위기로 봐서는 이 같은 수출호조가 계속 이어질지 미지수다.
우선 중국을 보면 긴축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높기는 하지만 중국의 강력한 일당 독재체제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 미칠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철강, 시멘트, 자동차, 알루미늄, 석탄 등 5대 산업에 대한 투자 및 대출 억제, 지불준비율 2차례 인상, 수출증치세 환급율 인하 등 조치를 취했으며 경기조절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고강도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베트남 정부의 현금수송차로 선정된 현대차가 울산항에서 운반선에 선적되고 있다
연초에 비해 6.72달러나 상승한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거시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두바이유는 이미 14년전 걸프전 발발직전 수준까지 올라 배럴당 33.51달러에 이르렀고 미 서부텍사스 중질유(WTI)도 배럴당 4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문제는 이 같은 유가 상승세가 중동지역의 정정불안, 미국의 휘발유 수급 우려감 등으로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은 무역대표부(USTR)가 우리나라를 지적재산권 우선감시대상국에 포함시킨데 이어 슈퍼 301조 부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후지쓰 등 일본 전자업체들도 국내기업에 특허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EU는 유고, 헝가리 등 동유럽 10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맞아 보호장막을 확대했다.
각국의 활발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한 블록화도 보이지 않는 장벽이 돼 칠레와 유일하게 FTA를 맺은 우리나라의 고립화를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마저 흔들리나
이 같은 대외적인 악재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내수경기 뿐만 아니라 그나마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전선에도 적잖은 악영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0%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위축은 국내 기업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중국의존도가 높은 철강, 조선, 석유화학, 전자 등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는 중국 경제성장이 1% 하락하면 대중수출은 2.7%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고 한국은행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 시 수출 50억 달러 감소, 경제성장률 0.3% 포인트 하락을 예고했다.
국제유가의 경우 연평균 1달러 상승하면 소비자물가 0.15%포인트 상승, 무역수지 7억5천만 달러 감소, 경제성장률 0.10%포인트 하락을 불러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미 그 악영향은 위험수위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의 통상 및 특허공세는 내수 침체를 수출에서 회복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영업활동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수에 이어 수출활로마저 좁아질 경우 우리나라가 자칫 더블 딥(Double Dip)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가 흘러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 신현수 박사는 "중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고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구조가 고효율화되고 있어 아직은 버틸 수 있다"면서 "그러나 대외 악재가 장기화되면 소비냉각 등 급속한 경기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분배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 지리한 여야의 권력다툼에 권력 핵심부가 끌려 다니면서 참여정부의 대외협상력과 위기대응 능력이 손상돼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염려했다. 한편 정부는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회의로 무역현안 점검회의를 연데 이어 경제장관간담회에서도 중국의 긴축정책 여파와 고유가 대책을 논의했지만 최근의 수출여건 악화가 전세계적인 현상이어서 뾰족한 방안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현 경제부 기자 |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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