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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교육의 최정상 강남을 해부한다

인구 천만 명의 도시 서울, 강남은 그 중에서도 고작 15.5%를 차지하는 인구 157만 명의 작은 지역. 하지만 강남은 부, 생활환경, 교육여건, 학력, 교통 등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 최고로 꼽히며 주목받는다. 이와 관련, 강남의 부자들을 수없이 만나 취재한 결과 ‘역시 그들은 뭔가 달랐다’고 주장하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 강남특별시>의 저자 김상헌 씨가 그 주인공. 그로부터 강남의 실상은 어떤지,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다양한 얘기를 들어본다.


강남에 몰려 있는 각종 명품 매장에는 한 번에 1천만 원 이상을 쓰고 가는 고객이 일주일에 3~4명 꼴로 찾아온다. VIP 대우를 받는 이들 고객 중 20% 가량은 20대 젊은층이다

먼저 수수께끼를 하나 풀어보자. 개학을 앞두고 전국으로부터 이사 행렬이 줄을 잇는 곳은? 끝이 없어 보이는 사교육 열풍의 진원지는? 최첨단 유행과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곳은? 내로라하는 엘리트의 절반 정도가 사는 곳은? 여기를 빼놓고서는 부동산을 말할 수 없는 곳은?
정답은 강남이다. 대다수 서민에게는 절대 진입할 수 없는 철옹성처럼 느껴지는 ‘대한민국 특별시’ 강남. 그러나 이곳에 대한 평가는 극적으로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소리 높여 비난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동경해 마지않는 것이다.
그러나 강남 사람들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돈만 알고 밝히는 졸부가 아니다. 돈을 흥청망청 쓰는 사람도 별로 없다. 대부분이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며 검소할 뿐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성실하다. 아마도 이러한 특성이 그들로 하여금 부를 일궈내게 했을지도 모른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아파트, 강남개발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부자 아파트'의 명성을 지켜오고 있다
대한민국 강남특별시-우리는 특별하다
강남, 정확히 말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는 언제부턴가 부의 상징으로 꼽힌다. 70년대 후반 정부가 이곳을 개발하면서 신흥부자들이 대거 탄생한 것이다. 도시공학 전문가들은 이상적인 도시의 조건으로 편리한 교통, 교육과 문화 등의 편의시설, 재산가치 상승 가능성을 든다. 강남은 이를 모두 갖추고 있다. 주목받는 것이 당연한 셈이다.
하지만 강남이 한국 최고의 핵심지역으로 등장한 이유는 어찌 보면 주민들 때문이다. 인명사전에 오름직한 고위공무원, 정치인, 기업인, 법조인, 언론인 등 유력인사의 상당수가 강남에 둥지를 틀고 있다. 당연히 학력도 서울 평균보다 훨씬 높다. 고졸 이하는 20% 미만에 불과하며, 주부들도 대개가 대졸 이상의 높은 학력을 지녔다.
돈 많은 부자들도 강남에 압도적으로 몰려 있다. 같은 평수의 아파트라도 강남의 아파트는 강북에 비해 약 3배 정도 비싸다. 사람들이 부자의 기준으로 삼는 10억 원은 강남에서 그리 큰돈이 아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 하나만도 6~7억 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연봉 1억 원 이상 소득자 중 절반이 강남에 산다. 1억 원 이상의 외제차를 타는 사람들의 약 35%도 강남에 살고 있다.
이런 이유에선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선지 일부 강남 사람들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강남에는 유난히 ‘룸’이 많다.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미용실, 병원 등에도 개인 룸 형태의 방이 마련돼 있고, 음식점이나 뷰티클리닉도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부자들의 특성상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조용한 공간을 원하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동네이다 보니 유통업체들도 강남에 유독 주목한다. 소형차 한대 값과 맞먹는 모 회사의 벽걸이 TV. 이 TV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서 팔렸는데 그 중에서도 강남에서 팔린 물량은 대다수인 75%. 수입자동차 판매율 역시 강남이 단연 선두이며, 서울지역 전체 백화점 매출의 약 30%가 강남에서 이뤄진다.
강남에는 돈뿐 아니라 모든 것이 넘쳐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단연 금융기관, 부동산 중개업소, 학원. 금융기관의 경우, 서울 전체 지점의 절반 가량이 강남에 몰려 있다. 경제력이 뛰어나고 생활환경이 앞선 지역이란 반증이다.
부동산 중개업소 역시 서울 전체의 4분의 1 가량이 강남에 몰려 있다. 강북에 비해 거래가 활발하고 건당 거래액이 높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입장에서 볼 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학원 역시 흔하게 눈에 들어온다. 아파트 단지에는 물론이고 웬만한 건물치고 학원이 들어서지 않은 곳이 없다. 실제로도 학생 1만 명당 입시학원의 수가 17.3개로 서울에서 최고. 강북보다 무려 17배가 많은 숫자다. 가히 사교육의 진원지다운 모습이라 할 만하다.

교육-내 아이는 똑똑해야 한다
강남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로 교육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사교육비가 정말 장난 아니다. 강북에서는 한 과목당 한 달에 5~7만 원, 중고생이라면 학원만 다닐 경우 매달 20~30만 원 선에서 해결된다. 하지만 강남은 과목당 학원비만 20~30만 원. 따라서 중고생의 과외비로 매달 150만 원이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란 점이다. 학원과 별도로 개인지도가 일반화돼 있어 고등학생 기준으로 영어나 수학의 경우 50~100만 원을 따로 부담한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한 달에 200~300만 원 든다는 얘기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좀더 나아가 일부 부유층에서는 영어, 수학에 과목당 100~200만 원짜리 고액과외를 시킨다. 예체능은 아예 전문강사를 초빙해 별도로 지도시킬 정도다.
유명학원이 들어서면 집값이 급등한다는 공식은 이쯤에서 생겨난다. 강남, 그 중에서도 대치동의 아파트 값은 사설학원이 집중적으로 몰리기 시작한 2000년 이후부터 2003년 말까지 3년 새 무려 130%나 올랐다.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모 아파트가 유일하게 빛을 보지 못한 곳이 바로 대치동이다. 새 아파트임에도 지은 지 20년도 더 된 구형 아파트에 번번이 뒤지고 있다. 이름을 날리는 학교와 학원이 주변에 없는 탓이다.
이런 기현상이 발생한 데는 부모들의 교육열이 한몫 했다. 자기 자식만큼은 유명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돈을 아끼지 않고 교육에 투자한 결과 유명강사와 학원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사례 같지만 강남에서는 학교수업이 끝난 평일 오후에도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 주말이나 방학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 가까이 가서 보면 놀이시설에 녹이 슬어 있거나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아이들은 대체 어디에 간 것일까? 그 답은 학원에 가면 금방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강남 아이들은 학원이나 개인과외를 받고 있다. 놀이터에서 놀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남 학생들은 부모의 기대만큼 높은 성적을 올리고 있을까? 교육부 등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서울대 신입생의 절반을 서울 출신이 차지했고, 그 중 다시 절반이 강남 출신이라고 한다. 지나가는 서울대생 4명 중 적어도 1명은 강남 출신이란 뜻이다. 기타 대학의 진학률에서도 강남은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강남의 사교육에 관한 한 어머니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뜻도 된다. 학습의 틀을 잡아주고, 어느 학원이 좋은지, 어느 과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칠지 결정하는 데 주부들의 입김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강남의 주부들 사이에서는 한 가지 불문율이 있다. 자녀가 다니는 학원, 수강과목, 과외선생 등을 절대 공개하지 않는 게 그것이다. 자칫 공개했다간 해당 그룹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죄명’은 서로가 극도의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보를 누설했다는 것. 이 때문에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이에서도 아이들 교육 얘기만 나오면 입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편 이런 사교육 열풍은 입학하기 전인 유아 단계에서도 비슷하다. 대다수 서민의 입장에서는 유치원 교육비로 학기당 6백만 원을 내야 한다는 것을 선뜻 믿기 어렵다. 하지만 이 역시 강남에서는 가능하다. 실제로 강남의 모 유치원은 한달 수업료만 90만 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이들 영어유치원은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화려함 뒤의 소박함
잘 나가는 강남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며 동시에 부의 상징이라 얘기되는 타워 팰리스. 현재 이 곳의 평당 가격은 3천만 원을 훌쩍 뛰어넘어 4천만 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또 이곳 지하에 자리 잡은 슈퍼에는 진기한 상품이 즐비해 있고, 수백만 원짜리 와인도 진열돼 있다. 생수는 다른 곳보다 무려 10배나 비싸다.
모든 면에서 최고의 소비를 자랑하는 만큼 최고급 백화점도 많이 있다. 커피숍이건 식당이건 최소한 다른 지역의 두 배는 내야 한다. 명품 매장에는 한 번에 1천만 원 이상을 쓰고 가는 고객이 일주일에 3~4명 꼴이다. VIP 대우를 받는 이들 고객 중 20% 가량은 놀랍게 20대 젊은층.
청담동의 고급 빌라. 강남 부자들은 대부분이 투자대상 1순위로 부동산을 꼽는다.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결혼 역시 평범한 서민들과는 많은 면에서 차이가 난다. 결혼할 때는 인맥을 무척 중시해 같은 부유층이라도 최상류층에는 장?차관, 정계 거물, 법원장, 검사장, 종합병원 원장 등이 포함되며, 웬만한 정치인이나 법조인, 의사, 장군은 이보다 한 등급 아래 취급이다. 요즘은 집안의 재력을 중시해 상대적으로 배우자의 직업이나 학력은 예전보다 덜 따진다고. 조기퇴직 바람이 불면서 신분이 불안해진 결과다. 졸부들일수록 의사, 변호사 등 ‘사’자 붙은 직업을 선호하는데, 이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 과정은 비교적 소리없이 진행된다. 사돈집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거기에 맞춰 준비하기 때문이다. 혼수비용으로 10억 원 이상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2~3억 원 수준에서 그친다. 신혼집을 마련해줄 경우 집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인데, 이를 제외하면 예단비용으로는 2~3억 원 정도를 지출한다.
하지만 강남 사람들이 화려함과 고급스러움만 찾는 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소박한 면도 제법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는 수선집이 한두 개씩 있다. 옷을 재활용해 입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흥청망청 돈을 쓰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해외 명품만 고집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체의 20%를 넘지 않는다. 진짜 부자는 오히려 명품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지, 질이 좋은지 나쁜지를 따진다.
그러나 자신을 위한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 예를 들면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갈 때는 평소와 달리 재력을 과시한다. 승용차도 안전성 차원에서 외제차를 선호하지만 자주 바꾸지는 않는다.
기분이 좋다고 친구들에게 한턱내는 일도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자신에게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하는 일에는 무관심한 탓이다. 이 때문에 때로는 ‘짠손’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실제로 2003년 12월의 불우이웃돕기 성금 실적 결과 서초구민 1인당 모금액은 61원으로 서울시내 25개 구 가운데 22위, 송파구는 251원으로 15위, 강남구는 310원으로 12위를 차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성북구는 644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세금납부 면에서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만큼 국가나 지역사회에 할 만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바로 강남 사람들이다.
보통 사람들은 강남의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남다른 값어치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례로, 미국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곳이 뉴욕이라면 한국에서는 강남이 그 주인공이다. 한편에서는 소비와 향락의 공간으로 치부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문화의 첨병 노릇을 하는 셈이다.
강남 주부들을 두고는 돈 많고 할일 없는 여자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강남 주부들은 누구보다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 우선은 맞벌이 주부가 많기 때문인데, 한 조사기관의 조사 결과 강남구의 맞벌이 비율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에는 값비싼 해외명품만 고집하는 사라도 있다. 그러나 진짜 부자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지, 질이 좋은지를 따질 뿐이다
그러나 전업주부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기관 내에서도 주로 부자고객만 전담하는 프라이빗 뱅커의 이용률에서 강남은 다른 지역을 압도한다. 물론 상당수가 주부들이다. 이들은 자녀들의 학원도 거의 날마다 찾아간다. 그밖에 헬스클럽을 비롯해 백화점, 스포츠센터, 골프연습장 등에도 가야 한다. 각종 모임에서도 이들은 활발히 활동한다. 그러다 보면 계획에 없던 쇼핑 등으로 돈을 과용하는 경우도 있나 모임에 하나도 가입하지 않으면 고립감을 견디기 힘들어진다.
한국에서 인맥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얘기된다. 이를 반증하듯 강남에서는 각종 네트워크가 속속 만들어진. 일명 ‘귀족 네트워크’가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역시 주부들. 일반적인 친목계나 동창회와 달리 강남 주부들의 모임에는 무시하지 못할 파워와 고급 정보가 있다. 대표적인 것은 교육을 위한 에듀케이션 서클과 투자 목적의 네트워크. 반면 남성들은 승진, 비즈니스, 돈, 출세 등을 목적으로 업무상 관련되어 있거나 각 분야에서 출세한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든다. 심지어 이들은 자녀들이 평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한번 인맥은 영원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남 사람들은 또 슈퍼에 갈 때도 옷을 챙겨 입는다. 슬리퍼 차림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를 오갈 때도 예외가 아닌데, 이는 화려하게 입는다는 뜻이 아니라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다는 뜻이다. 그만큼 외부의 시선에 신경을 쓴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식은 교통질서를 지키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이 때문에 외견상으로는 사람들이 무척 친절하고 예의 바른 것처럼 보인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고소득, 고학력층이 많다는 점이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자신감에 넘치고, 그런 마음이 예의 바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돈-부동산, 보험, 절세요령 선호한다
강남 사람들의 재테크는 스타일이 뚜렷하다. 투자재산을 한곳으로 모으는 게 그것인데, 예를 들면 부동산을 선호할 경우 철저히 부동산에 올인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큰돈을 갖고 시작한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무슨 재주로 강남 사람들은 부자가 된 것일까? 첫째는 특유의 성실함과 발 빠른 실천력, 둘째는 고수익 전략, 셋째는 선택과 집중이다.
강남 부자들은 대부분이 투자대상 1순위로 부동산을 꼽는다.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기 때문다.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주식 투자는 꺼리는 사람이 많다. 당연히 보유하고 있는 재산의 70~80%는 부동산으로 모은 것이다. 이 때문에도 강남 부자들의 부동산에 대한 믿음은 가히 절대적이다. 부동산 중에서도 요즘은 재건축 아파트가 재테크의 흐름을 주도한다. 그러나 작년 말에 정부의 강력대책이 잇따르면서 중소형 빌딩, 상가로 발길을 돌리는 투자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부동산을 자주 사고팔지 않는다. 10년이고 20년이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수익성, 안전성, 유동성 면에서 부동산이 다른 상품을 압도하는 한 강남 부자들의 부동산 사랑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강남 사람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이재에 밝다. 세상에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든 의식도 철저하다.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당연히 민감하다. 투자정보에는 전문가 뺨치게 정통한 편인데, 이는 재테크 경험이 많은 데다 평소에 공부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관련 정보는 항상 수집하며, 효과적인 투자전략을 쉬지 않고 연구한다. 경제신문을 포함해 2~3개의 신문은 기본으로 보며, 경제관련 전문지도 정기적으로 구독한다. 40대를 중심으로 여자들의 입김이 세다는 것도 강남 부자들의 특성이다. 각종 모임에서 얻는 투자정보도 많이 있지만 비밀유지가 절대적이다. 실수로라도 이를 공개하면 곧바로 탈퇴 당한다.
한편 이들은 보험에도 관심이 많다. 전문직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일부에서는 보험료로 매달 수백만 원씩 넣기도 한다. 나름대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나 한편으로는 연금보험과 종신보험이 상속의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시공학 전문가들은 이상적인 도시의 조건으로편리한 교통, 교육과 문화등의 편의시설, 재산가치 상승 가능성을 든다. 강남은 이를 모두 갖추고 있다. 주목받는 것이 당연한 셈이다
금융상품을 활용한 절세방법과 증여세, 상속세에 대한 절세요령은 강남 사람들이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다. 재테크 수익률을 결정하는 데 있어 세금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부부간에 서둘러 증여를 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부부합산 과세에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정부가 2004년부터 부부간 증여세 면제기준을 5억에서 3억 원으로 대폭 인하했기 때문이다.
강남 부자들의 나이는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다. 물려받은 재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많고, 타 지역의 부자들이 자녀교육 등을 이유로 이사 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강남 독주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큰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강남주민을 대상으로 강력범죄가 잇따르는 것도 어쩌면 타 지역과의 지나친 위화감 때문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강남 부자들을 무조건 색안경을 낀 채 비난하거나 무비판적으로 동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모습을 균형 있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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