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에 사명감ㆍ책임감 느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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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사업을 자 해나가야 한다는 사명감,
책임감을 느꼈다는 현정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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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고 한 달여. 그동안 현정은 회장은 외부에 모습을 비추는 대신 조용히
그룹의 비전을 수립하는 데 몰두했다. 그런 그녀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침묵을 깨고 지난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3박4일간 취임 후 처음 북한을 다녀왔다.
그녀는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등과 베이징을 거쳐 방북했으며, 돌아올 때는 동해선 육로를 통해
금강산 관광객과 함께 남한에 도착했다.
이번 방북을 두고 일각에서는 남편의 뜻을 받들어 대북사업에 몰두하려는 게이 아닌가 의견이
분분했던 게 사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도착한 그녀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이나 정몽헌 회장님의 유지를 받들어 사업을 잘 해나가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이번 방북에서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양 방문중에 현 회장은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얘기를 나눈
것으로도 알려진다. 이에 대해 그녀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연합회장, 박창련 중앙특구개발지도
총국장 등과 만나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서로가 협조해서 사업을 잘 해보자는 의미에서 만난 것인 만큼 통상적인
얘기만 나눴다”면서 “여러 가지를 얘기했으나 구체적으로 합의된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밖에도 그녀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관계 일꾼들과 금강산 관광 활성화 및 개성공업지구
건설을 다그치기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했으며, 만수대창작사, 평양산원, 평양지하철 등을
참관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 등을
둘러싸고 심각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직접적으로 대북사업을
주관하는 현대아산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쓰지 못 했던 게 사실.
따라서 이번 방북은 평양과 금강산을 직접 둘러보고 북측 관계자들과 만나 대북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파악해 보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주변에서는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심혈을 기울였던 대북사업을 이어받음으로써 그룹 회장으로서 자신의 입지와 정통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으리라 보고 있다.
하지만 대북사업에 관한 한 그녀의 역할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나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에 비해
소극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무엇보다 그룹 회장으로서, 정몽헌 회장과는 그 역할부터가
상당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회장이 남편이 정성을 쏟았던 대북사업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향후 어떠한 식으로든 대북사업에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예측하게 한다.
북한 측에서 현 회장을 대북 사업의 파트너로 받아들일지 여부도 아직은 확실히 알 수 없다. 다만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현 회장의 방북 직후 그녀를 “동포애의 정으로 따뜻이 맞이했다”는 보도를
내보낸 적이 있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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