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에서 해외투자로
중국자본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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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 대표자 최동수 조흥은행장(우)과 란싱그룹 해외담당 부총재 수잔 조(좌)
가 쌍용자동차 지분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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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하도급 생산기지이며 세계 최대의 해외자본 유입국인 중국이 밖으로 눈을 돌리
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외자유치 전략인 인진라이(引進來)의 성공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
을 이끌어 냈다.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가 최근 발표한 '중국, 떠오르는 해외투자가'라
는 자료에 따르면 2002년 기준 중국의 대외투자 실적(누계)는 총 350억 달러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을 제쳤으며 1980년대 연평균 4억 달러 수준이던 해외투자가 1990년대에는 23억 달
러로 한국의 29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투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홍콩과 마카오로 전체 해외투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
하고 있으며 뒤를 이어 북미,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대양주, 유럽지역 순이었으며 최근에
는 남미, 동유럽 등 개도국으로 투자지역이 다양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 외무부의 천지엔(陳健)부장은 "중국은 개혁을 진행한 20여 년 동안
국가정책과 경제수준을 기본으로 대외개방을 통한 '외국자본유입'정책을 실행해 왔지만 국내
외 정세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제는 대대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할 필요가 있다"
며 글로벌 경영전략을 강조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저우추취(走出去: 해외로 나가라) 정책을 내건 이후 한국에 대
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3가지 3분의 1'이란 슬로건은 중국의 경제정책을 잘 드러내고 있
다. 3분의 1은 중국 내에서 생산해 국내에 팔고, 3분의 1은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에 팔고, 3
분의 1은 해외에서 생산해 해외에서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시장개척과 자원확보 위해 해외진출
KOTRA는 독일계 컨설팅회사인 롤랜드버거가 해외투자를 하고 있거나 계획중인 중국 기
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 이유를 밝혔다. 우선 해외직접투자의
목적은 시장개척(56%), 자원확보(20%), 선진기술·브랜드자산 획득(10%)순으로 나타났다.
또 투자방식에 있어서는 공장 등을 신규 설립하는 그린필드형 투자(13%)나 전략적 제휴
(39%)보다는 M&A(48%)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국가에 투자를 할 때 우선
적으로 고려하는 요인으로는 법률적 완비, 시장규모, 정치적 안정, 환율안정, 유통경로 등을
꼽았으며 우대정책이나 언어·문화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중국은 지난해 BOE그룹이 국내 하이닉스 반도체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자회
사인 하이디스를 인수한데 이어 최근 중국의 란싱(籃星)그룹이 쌍용자동차 매각 우선대상자
로 선정되는 등 중국 자본의 한국기업 인수가 본격화하고 있다. 또 오리온전기의 자회사로
PDP생산업체인 오리온 PDP인수의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세계최대
의 84인치 PDP모니터를 개발하는 등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회사다. 중국이 국
내기업사냥에 나선 이유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이 분야의 기술을 최단시간 내에 확보하
려는 전략으로 보여진다. 당장 생산능력이나 수익성보다는 기술개발 능력에 관심이 있는 것
이다. 그것은 쌍용자동차의 경우 초기에는 기술제휴를 원했으나 쌍용자동차가 매물로 나오
자 인수전략으로 바뀐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최근 '포브스'의 보도에 의하면 중국최대의 전기메이커인 하이얼은 최근 산요와 합작한 것
을 비롯하여 '상하이 전기집단'은 일본 '아키야마 인쇄기 제조회사'의 생산거점을 인수했다.
또 섬유메이커인 '지아러'그룹은 일본 가네마쓰 섬유의 어패럴 제조판매 부분을 인수했다.
기술강국의 원조격인 일본 기업마저 적극 인수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충격이 아닐 수 없
다.
중국식 기업성장 모델
중국기업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하나의 도식이 성립됨을 알 수 있다. 합작→기술이전→
사업확장→외국기업 인수의 발전모델이다. 이 도식에 따르면 외국자본을 바탕으로 기반을
세우고(합작) 선진기업에게 착실히 기술을 사사(기술이전)하여 성장(사업확장)해온 중국이
이제 마지막 단계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해외투자(외국기업 사냥)에 나선 것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해외진출을 더욱 장려하기 위해서 지난해 '해외투자 외환관리개혁 강화 관련 문제
에 대한 통지'법령을 통해서 해외투자의 초기자금지출 및 해외인수와 증자관련 문서, 해외투
자 업무의 통계관리 등에 대해 전폭적인 완화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03년
도부터 중국의 '중소기업촉진법'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과 창업지원, 해외시장개척지원
등의 분야를 새롭게 추가시켜서 해외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심지어 해외투자에서 발생
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하기 위한 보험상품들마저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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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의 전기메이커인 하이얼이 최근 산요와 합작했다. 사진은 하이얼 그룹의 회장 Zhang Rui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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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해외진출은 위기이자 기회다
중국의 기술력은 지난해 10월 유인우주선 '선저우 호' 발사에 성공할 정도로 성장했다. 자
본과 노동, 기술까지 갖춘 중국의 등장은 우리 경제에 위협요소다. 지난 세기에 중국은 자원
과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외형성장'에만 치중해왔다. 상대적으로 경제의 질은 낮았
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기업의 인수와 해외투자를 통해서 선진기술을 통째로 활용하는 단계
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4개국(NICS) 체제가 붕괴되고
중국, 일본의 양강(兩强) 체제로 바뀔지도 모른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는 중화경제권으로
흡수될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의 신태용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해외진출은 중국으로의 기술이전을 더욱 가
속화 시켜서 국제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며 "외환보유고가 4천억
달러가 넘는 중국은 우리가 경계한다고 해서 해외진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술이전이
되더라도 잠재력이 큰 중국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수와 함께 '씨앗기술'이 넘어가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며 삼성경제연구소의 정
동영 수석연구원은 "LCD업체인 하이디스를 인수한 중국의 BOE그룹이 중국 내에 공장을
설립할 경우 하이디스에 납품하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위기를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업계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국내기업의 장점은 기술력이지만 상대적으로 유통망이 취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중국업체와의 합작이나 인수는 업계전반으로 볼 때 상호 보완적인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는 중국기업을 경쟁상대가 아닌 협력상대로 바라보는 윈-윈 전략을
취해야할 시점이다.
강성철기자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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