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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가 몰려온다

세련된 이미지, 품질 무기삼아 급속 성장



"올 것이 왔다."
렉서스가 상륙한다는 뉴스가 있었던 1990년대 말 국내 대부분의 언론들은 일본차의 한국시장 상륙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었다. 일본차는 저가를 무기로 ?한국시장을 가까운 시일 내에 초토화할 것?이라고 과장된 표현을 거침없이 써가며 일본차의 한국 상륙을 알렸다. 그때까지 수입선 다변화정책에 묶였었으나 배기량별, 차종별 수입제한이 해제되면서 일본차의 한국상륙이 가능해진 것은 지난 99년 7월. 이보다 1년 전 수입선 다변화가 해제될 것이라는 발표가 있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은 해제와 동시에 일본차들이 몰려 들어와 저가 공세로 한국차 시장까지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런 전망과는 달리 토요타가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것은 2000년 3월에 이르러서였다. 그리고 시판이 시작된 것은 2001년 1월부터.
일본 메이커들은 한 시장에 진출할 때 우리처럼 상황 판단이 되면 속전속결로 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시장에 대해서는 독특한 국민 감정이 얽혀있어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며 이쪽에서 먼저 손길을 뻗치게 만든다.
실제로 토요타가 상륙한다는 뉴스가 있은 이후 대기업들까지 가세해 업체들 사이에서는 서로 딜러를 하겠다고 물밑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이는 작년 혼다 딜러 선정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IMF로 인해 수입차 사업에서 대기업들이 대부분을 손을 뗀 상황이었으나 다시금 이쪽으로 눈길을 돌리게 만든 것도 바로 토요타의 상륙으로 인한 것이었다.
토요타의 전략은 렉서스 브랜드의 글로벌 전략에도 잘 드러나 있다. 토요타는 1959년 미국시장에 첫 수출을 시작한 이후 품질이 좋지 않은 저가차로서 인식되었다. 그런 좋지 않은 이미지는 80년대가 되어도 뚜렷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혼다를 필두로 해외 시장 전용 브랜드를 내놓았던 것이다. 토요타는 1991년 렉서스라는 브랜드를 개발해 미국시장에 출시했다. 그리고 90년대 후반 들어 돌풍을 일으키며 일거에 토요타는 물론이고 일본차 전체를 통틀어 품질이 좋은 차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다. 그때까지 2만 달러 전후의 차라는 인식에서 탈피해 6만 달러 가까운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모델로 도약을 하는데 성공을 한 것이다. 물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세계 시장에서 렉서스의 이미지는 상승했고 다른 시장으로 진출을 시도했다.
렉서스라는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구축한 것은 데뷔 한지 7년 후인 1997년경부터였다.
당시 미국 내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수입이 많아지면 사고 싶은 고급차 브랜드"에서 독일차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면서 속된 표현으로 뜨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성공을 배경으로 토요타는 98년부터 유럽시장에 렉서스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미국시장에서만큼의 성공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전략에 의해 차분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렉서스의 글로벌화 마지막 단계는 2005년부터 일본시장에 상륙하는 것으로 완결될 것으로 보인다. 렉서스는 토요타 라인업에 있는 모델로 이름만 바꾸어 해외시장 모델로 발전시켜온 모델이다. 그 모델을 본국인 일본시장에서 판매한다는 것은 렉서스의 모델 전략이 또 한번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이제는 렉서스만의 독자적인 디자인을 채택해 완전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홀로 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격심한 경쟁이 일상화된 자동차시장에서 15년만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성공시킨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미국시장에서의 성공에 민감한 한국시장에서 렉서스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순탄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상륙 첫 해인 2001년에 841대를 판매해 수입차 시장 점유율 10.9%로 4위에 오르더니 이듬해에는 252.9%나 증가한 2,968대를 판매하며 메르세데스 벤츠를 제치고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3년에도 27.1나 증가한 3,772대를 판매해 19.4%의 점유율을 달성했다.
특히 2003년 말에는 10월부터 12월까지 세 달 동안 1위인 BMW를 제치는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렉서스의 한국시장 공략이 더욱 가속화되어가고 있다. 연초 토요타 코리아는 올해 한국시장에서 렉서스의 판매목표를 4,500대로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렉서스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품질을 무기로 한 상품성이다.
미국 시장에서 J.D.파워 등 품질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수년동안 1위 자리를 지켜 온 것이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소비자 대상 조사를 가장 잘 활용한 것이 렉서스 성공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다시 말해 '소비자를 귀찮게 하는' 마케팅을 통해 렉서스에 대한 인지도를 확실하게 높이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서 렉서스의 성과는 그런 점보다는 상위 모델인 LS430과 중형 모델인 ES330의 절묘한 가격 정책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LS430은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등의 상위 모델과 비슷한 1억이 넘는 가격표를 제시하면서 ES330은 5천만원 전후에 설정해 국산 고급차를 타다가 수입차로 바꾸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쉽게 한 것이 적중한 것이다.
더불어 일본차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는 가격에 세계에서 품질이 가장 좋은 차를 탈 수 있다는 세일즈 포인트를 내 세운 것이다.
다른 나라 시장도 비슷하지만 한국시장에서도 ES330는 렉서스 전체 판매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RX330이라고 하는 SUV 모델 또한 여성 취향의 차만들기를 표방하며 투박한 이미지의 SUV가 아닌 세련된 도회 이미지를 표방하며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이외에도 렉서스는 독일차를 벤치마킹한 GS430을 비롯해 IS300, 그리고 오픈카인 SC430 등 니치마켓 모델들도 갖추고 있다.
이런 렉서스의 활약을 배경으로 국내 상륙을 선언한 것이 혼다와 닛산이다. 혼다는 이미 한국법인을 설립해 딜러를 선정했고 시판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혼다는 토요타보다 먼저 아쿠라라는 해외 브랜드를 개발해 이미지 탈피를 추구했었다.
하지만 미국시장에서는 렉서스가 먼저 성공을 거두었고 그 성공을 배경으로 최근에는 아쿠라도 같이 가치가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시장의 오너들에게는 인지도가 높지 않다.
따라서 미국시장 베스트 셀러카인 혼다 브랜드의 아코드와 SUV인 CR-V를 우선 들여올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일본 업체라도 토요타와는 또 다른 '기술의 혼다'라는 컬러를 갖고 있는 혼다 역시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작업이 철저하다.
특히 상륙을 전후한 일본과 한국간의 자유무역협정 체결까지 감안해 출시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일단 판매를 시작하고 시스템을 갖추는 형태가 아닌 모든 딜러가 전시장에서 A/S 센터까지 갖춘 후 일괄적으로 판매를 개시한다는 전략으로 인해 시판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 한국시장에 혼다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모델 선정 문제도 만만치 않은 것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혼다 아코드는 국내에도 과거 대림자동차를 통해 수입판매된 적이 있고 브랜드 인지도도 비교적 높은 중형 모델이다.
하지만 아쿠라 브랜드와 혼다 브랜드 중 렉서스 LS430 정도의 힘을 가진 대형 모델이 없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빅3 중 두 번째에 속하는 닛산도 한국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진출을 결정했으며 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닛산은 물론 르노삼성과의 관계가 있어 여러 가지 변수가 많지만 역시 해외 브랜드인 인피니티는 한국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구체적인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
인피니티 역시 닛산의 해외 브랜드로 같은 모델을 이름만 바꾸어 해외시장에서 판매되는 브랜드다. 최상급 모델에 닛산 시마의 인피니티 버전인 Q45를 비롯해 M45(세드릭)?G35(스카이라인)?I35 등 세단형 모델과 SUV 라인업인 FX시리즈 등이 있다.
이중 최상급 모델인 Q45, 즉 시마라는 모델은 90년대 중반 일본에서 '시마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럭셔리카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모델이다. 아직은 인피니티 브랜드로 들어올지 닛산 브랜드로 들어올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혼다 브랜드가 어떤 반응을 성과를 거두느냐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빅3의 파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다임러크라이슬러 산하의 미쓰비시 모델도 국내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크라이슬러 산하의 메이커인만큼 국내에 있는 판매망을 이용할 수도 있다.
미쓰비시 모델들 중에는 국내 오너들에게도 비교적인 인지도가 높은 스포티카 이클립스를 비롯해 현대 갤로퍼의 베이스 모델인 SUV 파제로, 그리고 스포츠 세단 란서 등이 가능성이 있는 모델들이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내년에는 국내 수입차 판매가 5만대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국내 전체 판매 예상대수 171만대의 3.0%에 해당하는 것이다. 2010년에는 10만3천대로 수입차의 국내 점유율이 전체 184만2천대의 5.6%에 이를 것으로 봤다. 특히 일본차의 한국시장 판매체제제가 완비되면 일본차의 국내시장점유율이 3%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입차 시장은 물론이고 국산 고급차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자동차의 에쿠스와 그랜저 XG, 기아 오피러스 등 수입차와 가격대가 약간씩 겹치는 모델들에게도 일본차는 압박이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서적으로 비슷한 점이 없지 않는 일본차는 한국시장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데 상대적으로 쉽고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도 실제로 판매량이 늘어나면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본과 FTA가 체결되면 그동안 부과하던 8%의 관세가 없어지게 돼 일본차의 가격 메리트는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하는 수입차 시장의 확대를 의미하고 시장이 확대되면 대형보다는 중형에서의 신장폭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중가 모델이 많은 일본차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탄탄한 점유율을 차지해 갈 것으로 보인다. 

채 영 석                       저 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한국차 지금이 기회다]
글로벌오토뉴스 편집국장         [자동차 전쟁]
자동차문화발전                  
연합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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