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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북공정은 패권적 중화주의의 발로
거시적 시각의 동북고대사 연구 필요


동북공정은 중국 당국이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하여 고구려사 왜곡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최근 '고대 중국 고구려 여가 속론'이라는 책의 발간을 통해서 강대한 패권주의의 야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중국이 우리 역사를 철저하게 분해하여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방어만 해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우리도 중국과 주변 역사를 우리 눈으로 다시 쓰지 않으면 중국의 팽창주의와 중화사상헤서 벗어날 수 없다.



광개토태왕비와 태왕릉 사이에 가득 들어찬 민가들(정비전)
2003년 10월 12일 KBS 일요스페셜에서 나간 '한중역사전쟁' 이후 우리 모두에게 '동북공정(동북프로젝트)' 이라는 말이 익숙해질 정도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메스컴은 물론 시민단체들이 연일 중국의 역사왜곡을 규탄하고 반대서명운동은 전국에서 달아올랐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났다. 이제 우리는 좀 냉정을 되찾고 차분히 동북공정의 진행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왔다.
동북공정은 중국 당국이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하여 고구려사를 왜곡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2002년부터 5년간을 기간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한중역사전쟁을 선포한 2003년 10월 이 프로젝트는 이미 전체 공정의 3분의 1을 마치고 '고대 중국 고구려 역사 속론'(이하 '속론'이라 줄여 부른다)이라는 책이 출판된다.
불과 3개월 전에 나온 이 책은 동북공정을 실제로 이끌고 가는 학자들이 공식적으로 발행한 것이기 때문에 동북공정의 현황을 알 수 있는 최신 출판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선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고구려 붐’이 전통적으로 고구려를 중시하던 북한보다 더 세게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서 남북한이 분열과 대치 국면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개선이 없으면서도 고구려 문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구려 연구가 학술적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하였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놀라운 것들이 많다.
첫째, 동북공정을 실시하는 초기에 비해 상당히 자신감이 있는 표현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한반도의 남북 학계가 고구려사가 중국 고대 역사의 일부분임을 부인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반대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우리의 관점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해서는 안되며 학술적 규범과 국제 관례의 부합하는 정상적인 학술 교류와 논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하며 학술교류와 논쟁을 제안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고구려사에 대한 중국의 연구결과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국 학자들이 해외에 나가 발표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그런데 이처럼 교류와 논쟁을 제안한 것은 고구려 연구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을 표시한 것이다.
둘째, 폐쇄적인 연구경향을 벗어나 적극적인 연구와 대처 방법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이나 도판 공개를 극히 꺼려하던 중국이 스스로 도록을 발행하고 그것도 걸음걸이를 더욱 빨리 한다고 한다. 이것도 자신감을 표시한 것이다. 한국 학계로서는 정말 환영할만한 변화이다. 다만 남북한 출판물에 나오는 중국의 사진과 도판에 대한 지적소유권 주장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사전과 교과서에 나오는 고구려에 관한 내용을 새롭게 고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시하였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일본의 임나일본부처럼 교과서란 일단 고쳐지고 나면 다시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에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미리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넷째, 이른바 중국이 말하는 ‘한 역사를 두 나라가 사용한다(一史兩用)’한다는 것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하였다. 우리는 ‘일사양용’이란 한 역사를 두 나라가 공유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고구려사 논의하는 것을 간섭하지 않는 것이지 고구려사가 중국사도 되고 한국사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앞으로 역사학자나 외교관들도 정말 잘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 설령 우리가 ‘일사양용’ 을 주장한다고 해도 중국에서 고구려 역사를 자기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을 간섭하지 않고 놔두는 것이지, 고구려사가 중국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다섯째, 고구려 연구를 다음과 같은 사례처럼 연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 얼마나 강대한 패권을 주장하려고 하는지 내다보게 하는 놀라운 중화사상이다.
1) 흉노의 서천(西遷)과 헝가리 민족과의 관계,
2) 돌궐 한국(汗國)의 몰락과 우리나라(중국)의 신장(新疆), 중앙아시아, 터키 등 상관 민족과의 관계,
3) 몽고 유목 제국의 해체와 우리나라(중국) 내몽고와 몽고, 러시아의 상관 민족과의 관계
이처럼 국가적인 사업으로 전체 역사를 고대에서부터 현대의 헝가리, 터키, 중앙아시아, 몽골, 러시아와 연관지어 연구하는 중국의 중화사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도 정말 전시대와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역사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섯째, 전편에 흐르는 학술화 비정치화의 주장은 중국 스스로는 비학술화 되고 정치화 되었으면서도 전략적으로 남북한 고구려사 연구가 비학술화 되고 정치화되었다고 비난한다. 우리는 이러한 주장하는 중국의 태도를 똑바로 읽어야 하면 학술적이고 비정치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동북공정 2년만에 나온 이러한 결과는 동북공정을 시작할 때와 비교해서 상당히 자신감에 찬 논리를 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년 뒤 동북공정이 끝날 때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우리는 이에 대한 예측과 함께 깊이 있는 연구성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1991년도 당시의 광개토태왕비


2003년 방탄유리로 완전밀폐 한 광개토태왕비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그간 일어난 범국가적 관심과 노력 덕분에 국가에서 100억을 들여 ?고구려연구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2월 4일, 가칭 ?고구려연구재단? 설립 추진 총회가 열렸다. 그날 2시간 남짓 진행된 논의에서는 ?고구려사연구재단?으로 하자는 ?범위를 더 넓혀 동북아 역사를 모두 다루는 ?동북아(사)연구재단?으로 하자는 두 가지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되었다. 이 자리에서 린 자리에서 필자는 ?새로 만드는 재단은 ‘고구려사연구재단’ 보다는 범위를 더 넓혀 ‘동북아고대사연구소’로 하자고 주장하였다. 그러자 한 고고학자가 “고구려 연구를 10년이나 한 서교수가 왜 ?고구려연구재단?을 반대하는가??하는 반문을 했다. 시간이 없어서 다시 발언할 기회는 없었지만 속으로 대답했다. ’고구려사 연구를 10년 해보니 고구려사 연구만 가지고는 중국의 역사왜곡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필자가 동북아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대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확실한 이유 때문이다.
첫째, 동북공정은 2002년 2월부터 2007년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프로젝트로 이미 2년이 경과했다. 앞으로 3년 밖에 지속하지 않을 동북공정을 상대로 거국적인 재단을 설립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한시적 프로젝트에 대한 방어적 연구센터 건립이 아니라 중국이 장기적으로 수립하고 있는 중화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연구센터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00억이나 200억 정도의 소규모 재단으로는 뒤쫓아갈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고구려 왜곡에 대한 국민적 대응이라는 새로운 에너지를 바탕으로 장기적이고 거국적인 역사연구센터를 발족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만의 중앙연구원이나 중국의 사회과학원과 맞먹는 연구기구가 설립되어야 한다.
둘째, 중국이 우리 역사를 철저하게 분해하여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방어만 해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우리도 중국과 주변 역사를 우리 눈으로 다시 쓰지 않으면 중국의 팽창주의와 중화사상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고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는 물론 한족사(중국사), 몽골 시베리아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북방사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모두 참여하는 대단위 연구센터야만 한다.

새로 단장한 장수왕릉(장군총)
현재 중국이 내놓고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중국사를 완전히 새롭게 쓰는데 어려움이 없다. 우선 징기스칸은 중국사람인가? 중국은 그렇다고 대답해야 한다. 몽골 징기스칸이 세운 원나라가 중국의 25사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몽골이 원나라는 자기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나오면 사실은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이런 왕조가 몽골의 원나라만이 아니다. 선비족이 지배한 북위, 거란족이 지배한 요나라, 여진족이 지배한 금나라, 만주족이 지배한 청나라는 모두 중국의 한족이 지배한 나라가 아니고 거꾸로 이민족이 중국을 지배한 역사이다. 여기서 거란족이나 여진족, 만주족은 모두 고구려가 지배했던 영토의 후예들이다. 그 역사를 다시 쓸 자격과 능력을 갖춘 민족은 우리뿐이다. 우리가 우리 눈으로 중국사를 더 나아가 아시아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논리의 개발 때문이다.
중국은 주변 민족을 통치하려 한 만큼 주변 민족의 통치를 받았다. 우리 연구는 바로 그러한 역사적 교훈을 중국에 알려줄 수 있는 수준 높고 순수 학술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14개국과 국경을 대하고 있는 중국이 팽창주의적 중화주의에서 상생의 국제주의로 변해야만 아시아의 평화가 올 수 있다. 우리의 연구는 이런 큰 비전을 현실화 할 수 있는 스케일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단의 이름을 고구려연구센터나 고구려연구재단처럼 고구려에 한정하지 말고 “동북아 고대사 연구재단”이나 “동북아 고대사 연구센터”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아울러 “동북아 고대사 연구재단(센터)”에는 ‘고구려연구소’, ‘발해연구소’, ‘고조선?부여연구소’, ‘한족(중국)연구소’, ‘북방연구소’ 같은 전문 연구소를 설치하여 종합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서 길 수
서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고구려연구회 회장
저 서
[대륙에 암은 고구려]
[고구려 역사유적 답사]
[고구려 성]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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