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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10(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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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전쟁에 자위대 파견한 일본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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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위대는 이라크에 1년간 주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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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위대가 지난 2월8일 쿠웨이트 국경을 넘어 이라크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전투지역
인 이라크 남동부 사마와 지역에 도착했다. 일본은 앞으로 약 1천명에 가까운 자위대 병력
을 이라크에 1년간 주둔시킬 예정이라 한다.
일본이 전수방위를 규정한 평화헌법 9조를 어기고 중동 지역까지 진출해 전쟁에 참여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제 침략을 경험한 중국과 한국 및 북한 등
주변국들은 일본 자위대가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전투지역에 파견된 것을 예사로 넘길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은 '조선반도 재침의 길이 열렸다'며 자못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표현이 다소
격할지라도 그 개연성을 100%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독도 주변에서 일본 순시선과 우
리 해경과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일본 정부는 주변국들의 우려를 의식한 듯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목적을 인도지원과 전후
복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자위(自衛)를 목적으로 권총과 소총, 자동
화기 그리고 대전차포로 무장한다는 것. 눈 가리고 아웅도 이쯤이면 너무 지나치다. 차라라
'우리도 정상국가처럼 군대를 갖고 싶다'고 말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한국도 곧 전투병
을 파병하는데 일본이라고 못할 이유가 어디 있냐고 대놓고 말한다면 우리도 별로 할 말이
없으리라.
일본 평화헌법이 규정한 '전수(專守)방위'나 '자위'란 일본이 외부로부터의 침략을 당한
경우에만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외침이 없는 상황에서 자위대가 엄연히 전쟁
상태가 계속되는 이라크에 간 것 자체가 자위대 본래의 임무를 저버린 것이다. 이것은 명백
한 전쟁참여 행위인 것이다.
일본은 자위대의 해외 파견을 위해 지난 십 수 년 간 관련 법규를 개정하거나 제정하면서
평화헌법 9조를 무효화시켜 왔다. 일본이 1954년 제정된 자위대법과 방위청설치법을 대폭
개정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오면서부터, 정확히 말하면 걸프전쟁 이듬해인 1992년
부터 평화헌법의 틀을 깨뜨리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이 해 유엔평화유지활동협력법을 채택, 육상과 공군자위대 파견을 합법화했고 3년 뒤인
1995년 신방위계획대강을 발표, 해상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넓혔으며 1997년 9월 일명 '가이
드라인' 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과의 방위협력지침을 19년 만에 개정, 양국 방위협력의 대
상을 일본 방위에서 `일본 주변 유사(사건)'으로 확대했다. 이 때 '유사'란 바로 한반도 주
변에서 발생하는 '유사시'를 말한다.
이어 일본은 미국에서 발생한 '9.11사건' 직후인 2001년 10월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을 제
정, 미국이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한다는 명목으로 군사적 해외 진출을 합법화했고
지난해(2003) 5월15일에는 소위 '유사시'를 가상한 3개의 법을 제정 또는 개정했다. 무력공
격사태대처법과 자위대법(개정), 안전보장회의설치법(개정) 등이 그것으로 이들 법은 일종의
전쟁상황에 대비한 국가총동원법이었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일본 자위대의 해외 파견은 구소련 해체 이후 미국이 군사력 사용을
확대해 온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일본 자위대 해외 파견은 바로 미국의 세계
전략 및 일본의 대미 군사적 종속관계 속에서 그 전후 맥락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이 자위대 해외파견을 위한 법적 준비에 착수한 1992년은 바로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
로 시작된 걸프전쟁 직후이면서 구 소련 해체에 따른 세계군사전략 재편 구상이 본격 거론
되기 시작한 때이다. 이 해 6월 미국은 동아시아전략구상-II (EASR-2)를 발표, 주한미군 3
단계 철수 계획을 백지화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1997년 미국과 일본이 방위협력지침(일명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것도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이후 양국은 1998년 1월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이행하기 위한 '방위협력체제'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하는 곳, 즉 전쟁을 벌이는 곳에 일본 자
위대가 따라가기 위한 수순이었다.
미국에서 발생한 '9.11 사건' 직후인 2001년 10월 일본은 미국의 소위 '대테러전쟁'을 지
원한다는 명분으로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을 새로 제정함으로써 일본은 '남의 전쟁'에 자위대
를 파견하는 것을 사실상 합법화했다.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개시됐고 일본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2002년 인도양에 해군 자위대를 파견했으며 다시 이듬해인 2003년 미국
의 이라크 침략을 계기로 올해 육상과 공군자위대를 해외에 파견한 것이다.
지난해 말 이라크 주재 일본 외교관 2명 피살 사건은 "일본도 공격을 당했다"는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공격을 당했으니 자위대 자위 목적으로 갈 수 있다"는 논리를 창출했다.
일본이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발맞춰 정규군 보유와 전쟁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9조
를 야금야금 무력화시켜왔을 뿐 아니라 연간 5조엔(약 55조원, 한국 17조원(2003년)의 3.2
배)에 육박하는 막대한 군비를 지출하면서 원거리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쟁에 나설 수 있
는 능력을 갖춰왔다.
몇 가지 예를 들면 1998년 3월 항공모함과 유사한 대형 수송선을 건조했고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천 톤급 구축함을 모두 1만 톤급으로 교체하고 있으며 지난해(2003)에는 1만
3500톤급 항공모함형 함선을 도입키로 결정했다. 또 미 군산복합체의 배를 불리는 미사일방
어(MD)체계 도입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나라가 또한 일본이다.
이처럼 일본이 미국과의 군사적 산업적 유대 관계 속에서 자위대 무장력의 대형화와 장거
리화를 추진했다는 말은 전수방위를 명시한 평화헌법 9조를 단계적으로, 그리고 치밀하게
무력화시켜 왔다는 것을 뜻한다. '전수방위'와 '자위'에 장거리 폭격기나 대형 함선이 필요
할리 만무하지 않은가?
미국과 일본의 공조 속에 자위대 해외 파견이 본격화됐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까? 일각에서는 일본의 무력 증강에 따라 우리도 첨단 신무기를 대거 사들이고 만들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심심찮게 들리는 자주국방론 속에도 그런 의도가 일부 담겨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무력이 능사가 아니다. 우선 우리 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이 미국의 손
에 쥐어져 있는 상황에서 군비증강이 곧 자주국방은 아닌 것이다.
한-미 관계가 여전히 불평등한 관계에 놓여 있고 군 작전지휘권을 저들이 쥐고 있다. 자
주국방론은 자칫 한반도 내 미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미간 군사적 대치 상태
속에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무력이 증강된다면 북한 역시 경제발전 전략을 뒤로 미
루고 군비증강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 내 불안정성 즉, 전쟁위
험성은 계속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군사력은 외침을 당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전쟁 억제력을 갖추는 선에서 그쳐
야 한다. 중요한 것은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북-미간 핵 공방전을 빨리 매듭짓고 북-미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정전협정(1953)이라는 불완전한 틀 속에 휴화산처럼 끓고 있는 전쟁
의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는데 힘을 쏟고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2월25일 열리는 2차 6자회담은 단순한 북 핵 포기의 문제만이 아니라 북-미 관계 정상화
와 북-일 적대관계 청산 및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등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걸
음이어야 한다.
강진욱 북한부 기자 |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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