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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직무발명, 회사는 얼마나 보상해야 할까




청색 발광 다이오드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나카무라 교수
도쿄(東京) 지방법원이 회사측에 청색발광(靑色發光) 다이오드(LED) 발명자에게 200억 엔 (약 2천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을 놓고 일본 산업계에 찬.반논쟁이 한 창이다.
법원의 결정은 지난 1월 30일 내려졌다.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49)라는 대학교수가 닛 치아(日亞)화학공업(일본 도쿠시마현)을 상대로 낸 특허귀속 및 대가지급 청구소송에 대해 내린 판결. 나카무라는 닛치아에서 사원으로 일하다 1999년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 갔다. 현재는 캘리포니아대학 샌터바바라 분교 교수로 일하고 있다. 닛치아에 재직 중이던 1993년 청색 LED를 발명했다. 95년에는 청색 레이저 다이오드도 개발했다.
그는 회사가 청색 LED 발명 등에 대한 보상금으로 2만 엔만 지급하자 2001년 특허귀속 확인과 대가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중 특허 귀속부분에 대해서는 작년 9월 " 특허권은 회사에 귀속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청색 LED는 전류를 통하면 청색으로 발광하는 화합물 반도체. 대용량의 차세대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에 없어서는 안 될 단파장 레이저의 기초 기술이다. 휴대전화, 대형 컬 러 표시 장치에 쓰이며 연간 시장 규모는 2천억 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역광에서 도 선명하게 빛을 내기 때문에 신호기 등에도 널리 쓰인다.
청색 LED는 빛의 3원색인 적, 청, 녹색 중에서 개발이 가장 어려운 반도체 소자로 꼽혔 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20세기중 개발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나카무라 교수는 1990 년 `404호 특허'로 불리는 질화(窒化)칼륨을 이용한 장치를 고안해 개발에 성공했으며 당시 `노벨상급 발명'으로 화제가 됐다. 청색소자가 개발됨으로써 LED로 모든 색의 구현이 가능 해 졌고 닛치아는 1993년 이를 상품화하면서 급성장했다.
청색 LED가 닛치아의 경영에 어느 정도나 기여했는지는 이 회사의 경영실적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956년 브라운관 등에 쓰이는 형광재료 제조회사로 출발한 이 회사의 93년 매출액은 200억 엔이 채 못 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나카무라 교수가 발명한 청색 LED를 특허등록하면서 급성장하기 시작, 작년매출액은 1천800억 엔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 고 있다. 매출액의 약 80%는 LED 관련 상품에서 올렸을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2002년에는 465억 엔의 소득을 신고했다. 신고소득은 세무상 이익으로 간주된다. 이 정도의 이익을 내는 회사는 일본 산업계에서도 알짜 회사로 꼽힌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닛치아가 특허가 만료되는 2010년까지 이 특허로 얻을 독점적 이익 은 1천208억 엔에 이르며 ▲나카무라 교수의 발명은 특허의 기본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의 공헌은 이중 50%인 604억 엔이라면서 원고측 청구액인 200억 엔 전액을 지급하라고 결정했 다.
이 회사는 청색 LED특허를 독점하면서 다른 메이커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라 이선스에 따른 수입이 없기 때문에 법원은 추정 매출액에서 `독점적 이익'을 산출했다.
청색 LED가 시장에서 발매되기 시작한 94년부터 특허기간이 만료되는 2010년까지 ▲이 부문 시장 성장률 ▲닛치아의 시장점유율 ▲닛치아의 성장률 등을 예측해 추정 매출액을 산 정하는 방식이다. 닛치아가 특허권을 독점하지 않고 다른 메이커에 돈을 받고 빌려줄 경우 다른 메이커들은 약 6천억 엔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게 법원의 계산이다. 이중 20%를 특허료로 받으면 닛치아는 1천200억 엔의 로열티수입을 올릴 수 있다.
나카무라 교수의 공헌도를 50%로 하면 회사는 이중 600억 엔을 발명대가로 지급해야 한 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다만 원고가 200억 엔만 청구했기 때문에 청구금액만 지급하도록 했다.
법원은 발명에 대한 회사와 발명자의 공헌도를 비교하면서 회사의 공헌분은 약 3억 엔의 초기설비투자와 실험연구비용, 나카무라 씨의 유학비용 부담 정도만 인정했다.
도쿄 지방법원이 결정한 발명 보상금 200억 엔은 일본의 지적재산권 소송 사상 최고 금액 이다.
종전 최고액은 하루 전 도쿄 고등법원이 히타치(日立)제작소에 지급을 명령한 1억6천300 만 엔이었다. 1996년 퇴직할 때 까지 히타치에서 27년간 일했던 요네자와 세이지(米澤成二. 62) 씨는 재직 시 자신의 발명에 대해 회사측이 보로금을 적게 지급하자 소송을 냈다.
요네자와씨는 CD 등 광디스크의 자료를 읽어 들이는 기술을 비롯, 디스크 재생장치에 필 요한 기술들을 잇따라 발명했으나 회사측이 보로금 등으로 230만 엔만 지급하자 소송을 제 기했다.
법원의 결정에 대한 일본사회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샐러리맨과 일반 국민들은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준 우수한 연구자와 기술자에 대한 보 상은 샐러리맨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것"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크게 반기고 있다. 연구원들 의 연구의욕을 자극해 "일본 경제의 활력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거나 "현장의 연구원들 에게 꿈을 주는 판결"이라는 평가도 많다.
영구자석 특허와 관련해 히타치금속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작년 8월 1천128만 엔의 보 상금 지급명령을 받아낸 이와다 마사오(岩田雅夫)씨는 "독창적인 발명을 하는 사람은 다소 이상한 사람 또는 기인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인 만큼 법으로 보상을 규정하는 게 당연하다" 고 말했다.
업계는 정반대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발명보상금 지급이 일반화되면 아무도 일본에 연구 거점을 두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마루시마 기이치(丸島儀一) 캐논 고문은 "앞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 고 우려했다. "발명자는 월급을 받고 연구하면서도 성과만을 강조하지만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은 기업이 지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기업의 위험부담을 무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루시마 고문은 "외국기업들은 아마 연구거점을 다른 나라로 옮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이 히데오(土井英男) 일본 지적재산권협회 국제부장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특허대가를 지 급하도록 법률로 정해 놓은 독일의 경우 실제로 기업이 연구시설을 두기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타시로 가쿠타로(北成恪太郞) 경제동우회 회장도 "기업에 근무하는 연구자는 일정한 급 여가 보장돼 있는 만큼 문제가 많은 판결"이라고 말했다.
일본 특허법은 `사원 발명자는 특허를 회사에 양보하는 대신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권 리가 있으며 대가금액은 발명으로 기업이 얻는 이익과 발명자의 공헌도를 감안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업은 연구자와 고용계약을 맺을 때 발명보수를 포함한 처우를 미리 정하기 때문에 나중에 대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업계는 일본 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있을 수 없는 금액'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 다. `거액의 성공보수를 받으려면 스스로 창업해 위험부담도 스스로 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성공하면 수익을 몽땅 차지하는 이른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미국식이다.
GM자동차의 경우 직무발명 사원에 대해 `특허가 실용화돼 이익이 나면 2만 달러 범위 내에서 이익의 일정 비율을 보상금으로 주도록' 하고 있다. IBM은 고용계약에 특허권을 양 도하는 대가로 보수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금액은 첫 특허의 경우 1천-1천500달러, 2번 째부터는 750달러 정도로 정해져 있다.
닛치아측은 법원의 판결에 맹렬히 반발하고 있다. 닛치아 홍보실은 "다른 연구자와 기업 이 청색 LED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은 부당한 판결"이라면서 항소하 겠다는 뜻을 밝혔다. 회사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한 기업에 대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성공보 상을 하라는 것은 안정된 수입과 위험부담을 모두 지라는 것으로 이론상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이런 주장에 대해 원고인 나카무라 교수측도 완강하다. 나카무라 교수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발명자의 공헌도가 50%로 604억 엔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 만큼 항소를 통해 나머지 금액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아직은 어느 쪽도 항소하지 않은 상태지만 쌍방의 기세로 보아 한쪽이 대폭 양보하지 않 는 한 이 소송은 2심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회사 측에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판결이 연구원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많이 나오는 게 최근의 경향이기 때문이다.
도쿄 지방법원의 이번 판결은 한국기업의 현장 연구원에게도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으 로 보인다. 반면 기업에는 사원의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규정을 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카무라 교수는 이 소송에서 재판비용을 대지 못해 소송을 대행한 법률회사측이 4천만 엔에 달하는 수입인지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영 도쿄 특파원 | lh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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