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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 불구 미국경제 성장 순조




올들어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나스닥 시장
올해 들어서도 미국 경제의 강세는 여러 지표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더디기만 한 고용시장의 회복은 주된 우려사항으로 남아 있다.
주식 시장은 연초에 계속되던 강세가 꺾이면서 주춤거리는 양상이 분명해졌고 특히 나스닥 기술주들의 상승동력은 눈에 띄게 약화된 모습을 보였다. 증시에서는 시장을 압도할 만한 뚜렷한 재료가 부각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은 금리 재인상과 미국 달러화의 약세 등 경제 현안에 집중됐다.

주식시장 동향
지난해 50%나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도 첫 3주간 무려 6.84%나 올라 2,140 포인트를 넘어섰던 나스닥 종합지수는 그 후 3주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상승폭의 절반 이상을 까먹었다. 나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6주간 3.03%가 올랐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33%,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2.77%의 상승을 각각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새해 들어서도 계속된 기업들의 실적 호전과 양호한 경제지표들에 힘입어 상승행진을 이어갔으나 지나친 상승세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1월28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발표된 성명에서 "상당한 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기존의 언급을 삭제한 후 나스닥 시장은 결정타를 얻어맞은 듯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술주들이 약세를 보인 반면 경기순환주들은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소비재 업종과 헬스케어 업종 등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가장 부진한 편에 속했던 두 업종은 2월 첫째 주에만 각각 3%와 2.5%의 상승률을 보였다. 개별종목 가운데서도 소비재 업종에 속하는 맥주업체 애돌프 쿠어스와 헬스케어 업종의 제약업체 엘라이 릴리가 각각 10%와 7%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해 두각을 나타냈다.
많은 분석가들은 주식시장의 일시적인 조정양상과 경기 순환주의 호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PNC 어드바이저스의 제프 클라인톱 수석전략가는 "이번 어닝 시즌의 호재들이 정점을 지났기 때문에 다음주 주식시장은 어느 정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예상보다 부진한 고용통계로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약해짐에 따라 경기순환주의 상승은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인 조정 양상을 예상하는 분석가들 사이에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뉴욕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내리라고 보는 쪽이 많다. 기업실적은 계속 좋아지고 경제도 견실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JP 모건 플레밍 자산관리의 스튜어트 슈바이처 전략가는 연말 S&P 지수가 연초에 비해 최대 12% 오른 1,200-1,250 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경제 지표
4.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에 그쳐 전분기의 8.2%는 물론 월가의 일반적인 예상치 4.8%보다 낮았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률은 워낙 강력했던 전분기와 비교했을 때 초라해 보일지는 몰라도 그 자체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았다. 또한 기업의 장비 및 소프트웨어 투자가 3.4분기의 17.6% 증가에 이어 4.4분기에도 10% 늘어나는 등 경제활동의 내용도 건실해 향후 지속적인 경제성장 전망을 밝게 해줬다.
다른 경제지표들도 미국 경제의 순조로운 성장세를 반영했다. 공급관리연구소(ISM)의 1월 제조업지 수는 63.6으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12월 산업생산도 0.1% 증가해 월가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증가세를 이어갔다. 3-6개월 뒤의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도 12월 0.2% 상승해 9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밖에 12월 소매판매(0.5%), 12월 건설지출(0.4%) 등도 증가세를 나타내 미국 경제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 컨퍼런스 보드가 산정하는 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6.8로 18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고용관련 지표들은 여전히 시원찮다. 1월 실업률은 5.6%로 지난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지만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11만2천 개 증가하는 데 그쳐 월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사라진 일자리 300만 개의 회복은 차치하고라도 미국 경제가 자력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월 3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자리가 15만개는 늘어날 것이라고 봤던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1천 개 증가에 그쳤던 12월에 이어 1월에도 고용이 실망스러운 증가세를 보임으로써 `일자리 없는 성장'이 고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더딘 고용시장의 회복세는 금리인상을 늦출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요 경제 현안
FOMC의 1월 정례회의 후 발표된 성명에서 "상당한 기간" 저금리 기조 유지 방침에 관한 언급이 삭제 되면서 45년만에 최저인 연 1%로 떨어진 금리가 언제 인상되기 시작할 지가 미국 경제의 주된 관심사로 부각됐다. 고용시장의 회복 지연으로 조기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개는 내년쯤으로 금리 재인상 시기를 예상했던 월가에서는 이제 올해 중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다우존스와 CNBC가 21개 주요 투자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개 업체가 올해 5월에서 8월 사이에. 3개 업체는 연말께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각각 예상했다. 내년에야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본 업체는 8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벤 버낸키 FRB 이사는 올해와 내년 심각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FRB가 금리인상에 관해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금리 조기 인상에 대한 시장의 조급한 전망에 제동을 걸었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결국 앞으로 몇 달간의 경제 흐름, 특히 고용시장의 동향이 조기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지을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존 행콕 파이낸셜 서비스의 윌리엄 체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간 신규 고용자 수가 15만~25만 명을 수개월간 유지해야 FRB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제현안인 미국 달러화 약세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미국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지나친 환율 변동'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유연한 환율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표명됐으나 실제 시장에서 이와 같은 원칙이 어떻게 반영될 지에 따라서는 해석이 제 각각이다.
지난해 9월 아랍 에미리트 연합의 두바이에서 열린 G7 회의 후 `유연한 환율'을 강조하는 성명이 발표되자 외환시장에서는 이를 `달러 약세의 용인'으로 해석하는 바람에 전세계적으로 미국 달러화 가치의 폭락이 초래된 바 있다.
이번에 표명된 `유연한 환율 정책'은 페그제를 시행하는 중국이나 달러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지만 당장 일본은 이 성명의 언급이 자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필요한 경우 외환시장 개입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지나친 환율 변동'에 대한 우려 표명은 미국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의 급격한 가치 절상으로 수출 경쟁력 약화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국가들의 의견에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원칙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는 언급하지 않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리 해석할 여지를 남겼다. 따라서 많은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G7 회의 이후 그야말로 `환율의 급변동'을 막기 위한 주요국간 공조는 예상할 수 있겠지만 다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추왕훈 뉴욕 특파원 |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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