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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워로 부상하는 인도



3억의 중산층이 지갑을 열기 시작한 인도의 활기찬 소비시장
인도가 갈수록 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경제가 계속 승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2003 회계연도(2003.4~2004.3) 하반기에 8%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2003년도 전체로는 7% 이상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급등하고 외환보유고도 1천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인도경제인연합회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한 외국 통신사와 인터뷰에서 “이것은 가공의 일이 아니며 무엇에 도취한 상황도 아니고 실재하는 것이다. 인도 경제는 고도성장의 길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경제의 새로운 활력은 여러 산업 부문에서 나타난 급성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업계는 매달 약 200만 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인도는 이제 전세계적으로 원거리통신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들 가운데 하나가 됐다. 아울러 자동차 산업도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9개월 연속 판매실적이 늘어나면서 1년 전에 비해 판매고가 약 30% 증가했다.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은 지난해 인도에서 포드자동차를 제치고 2위 자동차 수출업체로 부상했다. 또 정보기술(IT) 산업의 잠재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IT산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7%씩 성장, 지난 2002년 소프트웨어 및 IT관련 서비스 수출이 99억 달러로 증가하면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이 같은 경제적 성과는 인도의 집권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바라티야 자나타당(BJP)이 재집권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집권당은 올 4월이나 5월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랄 크리슈나 아드바니 인도 부총리는 지금의 분위기를 ‘인도에게 더없이 행복한 상태’라고 불렀다.
세계 경제학자들은 인도가 1991년 시장개방 정책을 취한 후 10여 년 만에 마침내 급속한 경제 성장의 출발점에 서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외국 투자자들도 이제 인도 경제를 확실히 신뢰하고 있다. 작년 외국인 주식투자 금액은 무려 7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옛 봄베이)의 주가는 73% 상승했고 루피화도 4년 연속 강세를 보였다.
인도 경제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분야는 업무처리 아웃소싱(BPO) 산업이다. 이 산업은 지난해 약 70%의 놀라운 성장을 기록, 매일 5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현재 17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 업계 종사인력은 2008년에는 11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 전망된다. 이런 성장세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소프 트웨어 개발과 콜 센터, 회계, 보험금 청구처리 등의 업무 분야를 인도로 점차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임금을 주고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인도의 고급인력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들 가운데 약 220개가 이미 정보기술 분야를 인도에서 아웃소싱하고 있으며 그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가난의 이비지를 벗기 시작한 인도
다국적기업과 인도 국내기업, 그리고 투자자들은 똑같이 인도의 거대한 소비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10억 명이 넘는 인도 소비시장은 아직도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1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1억9천200만 가구 가운데 단 31.6%만이 TV수상기를 보유하고 있고 2.5%만이 자동차를 갖고 있다. 또한 지난 10년간 계속된 경제성장으로 인도 중산층은 많은 돈을 축적했다. 2억5천만 명에서 3억 명으로 추산되는 이 중산층은 지갑을 열기 시작했으며 인도 전역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쇼핑몰에서 소비생활을 즐기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의 매출 증가는 가히 폭발적이다. 인도의 최대 유력지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 인터넷판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컨과 최고급 TV에 대한 소비세를 8% 인하한 조치로 이 제품들의 수요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다른 내구재와 전자제품에도 파급효과가 나타났다.
작년 에어컨 판매량은 연간 대비 15% 늘었고 평면TV 시장은 거의 2배로 확대됐다. 세탁기도 2년 연속 매출 감소에서 벗어나 지난해는 판매량이 11% 늘어났다. 전자렌지도 수요가 25% 증가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경우 평면TV 200%, 에어컨은 63% 각각 판매가 늘었다. 개인용 컴퓨터(PC)에 대한 단계적 소비세 인하 덕분에 PC 판매량도 올 회계연도에 3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1년 전에는 230만 대가 팔렸다. 이처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제상황에다 최근에는 국내외의 정치적 환경까지 좋아지고 있다. 오랜 적대관계를 유지해 오던 파키스탄과의 관계개선 노력이 올들어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정치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어두운 면도 아직은 남아 있다. 전체 인구의 70%가 농업 부문 소득에 의존하는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이기 때문에 나쁜 기후가 성장을 가로막는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부패와 관료적 형식주의가 여전히 만연돼 있으며 물가상승률도 6%를 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최근 인도 정부의 감세조치로 물가상승률이 4.0~4.5%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는 바야흐로 영국으로부터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마하트마 간디의 검소한 유산에서 벗어나고 있다. 풍부한 소비생활 속에 인도의 가난한 이미지는 점차 잊혀질 것이다. 인도경제인연합회 마힌드라 회장은 “인도는 자기만족에 빠질 여유가 없다”면서 “삶의 질은 모든 인도인들이 태어나면서 누리는 권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스완트 싱 인도 재무장관은 지난 2월 초 2004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인도 경제가 지금보다 더 좋았던 적은 없었다”면서 인도가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은 ‘국가적 운명’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싱크탱크인 전략문제연구소(CSIS)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공동 발간하는 국제문제 전문 계간지 `‘워싱턴 쿼털리’ 최신호는 인도의 힘과 한계를 이렇게 평가했다. “인도가 인접국들과 전쟁중이냐 평화관계에 있느냐, 또 경제번영을 지속하느냐 국민을 굶주리게 하느냐는 전세계에 중요하다. 인도처럼 엄청난 인구와 다양한 종파가 있는 사회를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역사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인도가 남의 도움없이 이런 과업을 성취한다면 위대한 글로벌 파워로서 부상할 것이고 실패한다면 세계의 이류국가로 남게 될 것이다”

최재석 국제뉴스국 기자 | bo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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