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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고개든 위앤화 절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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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위앤화 평가절상 문제가 또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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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에서 2월 초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아시아 국가들에 대
한 '유연한 환율시스템 요구' 성명이 발표된 뒤 또 다시 중국의 위앤(元)화 평가 절상 문제
가 국제금융시장의 화두로 급부상했다. 국내외 언론들은 앞 다퉈 '빠르면 3월중 5% 절상론'
등까지 제기하는 등 절상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빠른 시일 내에 위앤화
절상이 어렵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중국은 지난 94년 1월1일부로 위앤화 환율을 달러당 8.2771위앤에 묶어 놓고 상하 0.3%
이내에서만 변동을 용인하는 '관리형 고정환율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금융
계와 국내외 언론들은 수 년 전부터 위앤화의 절상 및 절하 가능성을 놓고 수많은 억측을
쏟아 내왔다.
중국인민은행은 9일 중국이 빠르면 다음달 위앤화 가치를 5% 평가절상할 것이라는 차이나
비즈니스 포스트 보도를 공식 부인했지만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위앤화 조기 평가절상을 기
정사실화하고 있다. 이 주간지는 "중앙은행이 다음달 중 위앤화 환율변동범위를 5%가량 확
대시킬 것이며 2005년말엔 10%로 변동폭을 늘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자산가치가 평가절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중국 증시가 이날
급등세를 보였으며 홍콩 증시의 H주(중국 기업) 주가지수는 지난 주말에 비해 4.76% 오른
4,992.96포인트나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지난 수년간 그러했듯이 위앤화 절상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날로 고
조되고 있음에도 불구,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해 위앤화의 절상 여부 및 절상폭 등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리강 인민은행 금융정책국장은 최근 급부상한 위앤화 절상론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위앤화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위앤화 환율을 재평가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분
명한 계획이 없다"고 말해 섣부른 예단에 주의를 줬다. 반면 중국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周
小川) 행장도 11일 올해 주요 과제로 "위앤화의 환율형성 메커니즘을 완전한 것으로 만든다
"는 점을 제시, 발언의 진의(涵意)를 놓고 관측통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위앤화 환율제 개
선에 대해 중앙은행 총재가 그해의 구체적인 과제로 자리매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
에서다.
그러나 저우 행장은 위앤화 환율을 "합리적으로 균형을 이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한
다"고 강조, 본격적인 변동환율제로의 이행에는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인민은행의
이같은 방침은 위앤화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국제 협조를 중
시, 국내경제의 동향을 살피면서 서서히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 나갈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대책은 분명치 않지만, 현재 1달러 당 약 8.28엔으로 사실상 고정돼 있
는 환율을 복수의 통화에 연동시키는 통화바스켓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도 지난 10일 비공개로 열린 연례 금융공작회의 개막연설에서
"합당하고 균형 잡힌 수준에서 위앤화 환율을 기본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
했다. 원 총리의 발언은 지난 주말의 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유연한 환율시
스템 요구가 있은 뒤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는데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유연한 환율시스
템의 주 표적을 중국으로 분석, 중국이 모종의 결심을 할 것으로 예측해왔다.
그러나 외환시장 일각에서는 원 총리의 "위앤화 안정적 유지" 발언에도 불구하고 결국 중
국이 환율 변동폭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콩 DBS은행의 이코노미스트 크리스 룽은 "위앤화를 `기본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싶다는 발언이 반드시 현재의 환율변동폭을 확대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풀이했다.
룽은 "중국이 환율변동폭을 상하 5% 이내로 확대하더라도 위앤화를 안정되게 유지한다는 원
칙에 부합한다"며 "공식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회의에서 당국자들은 위앤화 환율변
동폭 확대를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국제계획팀의 강순삼 차장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중국당국이 위앤화 절상을 추
진할 여건이 높아졌지만 제도적 문제 등으로 인해 빠른 시일 내에 절상되기는 어려울 것으
로 보고 있다. 지난 2002년 1월 이후 지금까지 유로화는 달러 대비 40%, 엔화는 20% 정도,
한국의 원화(10%)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 5-10% 절상됐으나 위앤화 가치는 거의 변화가 없
다는 것이다. 강 차장은 위앤화를 5% 절상하더라도 중국경제 여건에 비춰볼 때 견딜 수 있
으나 현재 제도로는 절상효과를 볼 수 없는 만큼 변동폭을 갑자기 자유롭게 하거나 중국이
생각하고 있는 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한 당장 5%를 절상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일본 재무상은 지난 2월 10일 위앤화의 (사실상) 고정 환율
제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중국이 고도 경제성장에 부합하도록 위앤화 가치를 평가절상해야 한
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버트 졸릭 美 무역대표도 11일 "중국이 미국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
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달러화에 대한 위앤화 변동폭을 결국 완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오랜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중국 당국과 협의해왔다"고 밝혀 조만간 절상이 단행될 것으로
낙관했다.
지난 1월 9일 국제결제은행(BIS) 아시아 지역 특별총재회의에 참석했던 박승 한국은행 총
재는 홍콩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중국의 여러 가지 경제지표를 볼 때 중국이 경기과열
징후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되며 통화환수를 위해 금리 인상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올해 안에 위앤화를 절상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위앤화 절상에 대한 이같은 긍정적인 예측과 달리 회의적 전망도 적지 않다. 전문가
들은 위앤화 절상이 중국 당국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의 한
외환 전문가는 이번 G7회의가 작년 두바이 회의 때와 달리 시장에 급격한 충격을 주지 못했
을 뿐 아니라 미국이 그 동안 달러 약세폭에 만족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단기 달러 강세까지
점치고 있다.
이영균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이번 G7결과가 위앤화 절상 쪽으로 포커스를 맞출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며 "중국 당국에서 위앤화 절상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인 부인을 한 것에 무게
를 싣는 쪽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은행연구팀의 이용회 팀장도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게 실업문제라면서 일자리 계속 늘려야하는데 위앤 절상 시 수출 감소와 코스트
증대에 따른 외국인 투자감소, 또 중국금융시스템하에서 자유변동환율제로의 이행이나 변동
폭 확대 시 금융기관의 수용 능력 등을 감안해 볼 때 이같은 단안을 당장 내리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강대 국제대학원의 임준환 국제대학원장도 국내외 언론들에 의해 위앤화 평가절상의 시
기와 절상폭이 구체적으로 제시됐음에도 불구,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앤화의 평가절상은 외국환 거래 통제와 엄격한 고정환율제의 시행과 더
불어 중국 내부의 경제 사정으로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는데다 위앤화 가치는 외환시장
의 수급결과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책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5%의 위
앤화 가치 변화는 시장 수급의 작용에 의한 환율변화라기 보다 외환거래 관련 법규나 규정
등 환율제도 자체의 변경이 선행돼야한다는 것이다. 임 원장은 또 중국이 올해부터 시작되
는 금융 구조조정의 여파로 경제가 불안해질 수 있음을 감안, 적어도 올해에는 관망 자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홍덕화 국제뉴스국 기자 | duckhw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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