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알 카에다의 경영교훈
그는 홍보와 인력 채용, 훈련에서 탁월함을 보여주었고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구축했다. 부하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고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다”
바로 알 카에다와 그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말함이다. 다보스 포럼에서 열린 한 부속 토론회는
‘테러리스트로부터 얻은 경영학적 교훈’이라는 주제하에 알 카에다와 빈 라덴에 대한 경영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알 카에다는 기업처럼 자본, 노동력, 브랜드, 사업이 있다. 조직상에 재무, 홍보
조직을 갖추고 있고 투자자와 경영진이 있다. 본사는 물론 세계 도처의 지사가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알 카에다 조직에 대해 이런 시각에서 분석을 시도하면 경영학적으로 도움이
되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기업에서는 자폭 테러범과 유사한 것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알 카에다가 겉모양은 다국적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존 시장에
도전하는 신흥벤처 기업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과 같은 기술을 잘 활용해 뜻하지 않은
결과를 달성한 점은 신흥기업의 일면이다. 또 신흥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극히 적대적인 환경에서
경영진과 조직원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덩치 큰 적대기업들의 인수·합병 기도를 피해나갈 수 있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호프먼에 따르면 다른 대부분의 테러 조직들이 정치철학이나
신학적 교리에 집착하는 반면 빈 라덴은 알 카에다 조직원들에 대한 경제와 홍보 교육을 중시한다고 한다.
비록 조직을 수평화, 슬림화하고 인터넷을 받아들여 조직 내에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도록 한
것도 빈 라덴의 장점이라고 그는 말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제시카 스턴은 알
카에다 조직이 사업 목적을 재빨리 바꾼 것도 성공 비결로 꼽았다. 실제로 알 카에다는 아프가니
스탄에서 구 소련 세력을 축출하는 당초 목적에서 벗어나 신세계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IRA(아일랜드공화국군)와 같은 테러조직이 낡은 관행을 고집하다 쇠퇴를 맞이한 것과
비교가 된다는 것. 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한 파키스탄 패스파인더 그룹의 이크람 울 마지드 세갈
이사는 알 카에다가 다국적기업과 유사하지만 진출한 지역들의 현지 사정과 수요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현명한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빈 라덴이 당근과 채찍을 잘 활용하고 있는 데도
주목한다. 알 카에다 조직 내에는 숙련과 비숙련 인력이 혼재하지만 보상은 일률적인 것이 아니어서
조직을 위해 많이 기여한 사람에게는 응분의 보상을 한다는 것.
실제로 아프리카 수단에서 활동하다 체포된 한 세포조직원은 이집트 조직원들이 자신보다 세 배의
보상을 받는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테러 조직들이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비즈니스의 논리로 이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토론회 참가자들은 ‘그렇다’고 답하면서
미국 정부가 이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 유감일 뿐이라고 말한다. 미국 정부의 일방주의로 알 카에다는
오히려 이슬람권에서 기반을 마련했고 선전활동을 효과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으며 보다 많은
인력과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스턴은 미국 정부가 “대기업들이 신흥기업을 다루는 것처럼 알 카에다를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보통 대기업들은 신흥기업을 죽이기 위해 그들의 약점을 찾아 집중적인
타격을 가한다면서 우선은 알 카에다의 브랜드를 훼손하고 그들의 자금줄을 말릴 것을
권고했다. 스턴은 알 카에다 같은 조직에게 이런 접근법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타격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올바른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문정식 제네바 특바원 |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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