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민간기업들이 재건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우리 단체는 이라크 내 18개 지역에 있는 상공회의소들이 모여 구성된 것으로 50여만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회원들은 모두 민간인이나 민간기업들이며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앞으로 시장경제 체제가
펼쳐지는 과정에서 이 나라 재건의 주도적인 역할을 맡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이라크 재건사업은 미국과 연합군당국(CPA), 이라크 정부 등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라크 민간기업들이
큰 역할을 맡을 수 있겠나.
물론 이제까지 이라크 경제는 국영기업 위주로 운영돼왔고 미국회사들이 재건프로젝트를 선점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라크 재건은 정부나 미국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없다. 미국이 지원한 프로젝트는 미국
기업들에 우선권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민간부문에선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민간경제가 활성화돼야만 이라크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고, 이런 부분에서 외국기업들과의 협력 전망도
밝다고 본다.
-외국기업들이 진출하려면 치안과 정국안정이 선행돼야 할텐데....
물론이다. 하지만 잔칫집에는 먼저 가는 사람이 큰 케이크를 차지할 수 있다. 나중에 가는 사람에겐
작은 케이크 밖에 돌아가지 않는다. 이라크는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한국도 그랬고,
일본이나 독일도 전쟁 후 여러 해 동안의 혼란과 어려움을 겪었다.
이라크도 그에 못지않은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라크는 지금 어렵지만 자원이 많고
여러 여건이 유리하기 때문에 곧 탄탄한 경제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다. 지금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망설이기보다 벌써 늦었다고 생각하고 움직여야만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한국기업들과의 경제협력 가능성은.
한국기업들은 이미 이라크 국민 곁에 와 있다. 자동차 가전 등 한국제품이 이라크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고, 지난 80년대엔 건설 활동으로 명성을 날렸다. 우리는 한국기업들이 이런 모든 분야에서 이라크에
진출해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 특히 한국기업들이 이라크에 대한 투자 기회를 놓치질 않길 바란다.
이라크에서 진정한 기회를 잡으려면 단순히 건설사업이나 무역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단독 또는 합작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기업과 친구들이 이라크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첫 번째 주자가
되길 희망한다.
-이라크의 경제적 잠재력은 어느 정도로 보나.
사담 후세인 집권 이후 잇따른 전쟁과 잘못된 정책으로 이라크 경제는 40년 이상 후퇴했다.
하지만 이제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고 이라크는 머지않아 다른 중동의 석유 부국들처럼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다.
이렇게 낙관할 수 있는 건 이라크의 물적 인적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우선 석유매장량은
세계 2위이고 잘 교육된 우수한 인력이 있다. 농업과 관광,산업,문화 등 다른 분야들의 잠재력도
아주 크다. 지금 이라크가 아니라 5년, 10년 후의 이라크를 보는 게 중요하다.
-한국기업들과의 구체적인 경제협력 구상이 있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한국과의 협력을 원한다. 예컨대 한국 상공회의소와
협력의정서를 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에 시장경제체제가 뿌리내리려면 민간기업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이런 전망 아래 회원들에 대한 서비스 쇄신 계획을 마련하고 있고 바그다드 도심에 새 건물도
짓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한국은 경제적으로 이라크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제품은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뛰어나고, 이라크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아주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하루 빨리 협력의 물꼬를 터서 양국간 경제협력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이기창 바그다드 특파원 lkc@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