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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made in Japan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980년대 미국시장을 석권했던 일제상품의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부활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잃어버린 10년, 헤이세이 불황으로 불리던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가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의 각종 경제지표와 증시분위기, 실업률을 살펴보면 완연한 봄이라고 단정질 수는 없지만 일본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일본은 다양한 경기부양책과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지만 경기회복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를 두고 ‘제조업에서 IT산업으로 재빨리 말을 갈아타지 못했다’ ‘고령화사회가 빠르게 진전돼 제조업이 붕괴했다’는 견해도 있었다.
장기불황의 터널 속에서도 일본경제는 사실상 플러스 성장을 유지한 때도 있었다. 일본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책을 쓴 95년과 96년에는 각각 3.1%와 3.3%의 경제성장을 기록했고 IT,산업 붐이 한창인 2000년도에는 3.2%의 성장을 기록한 적이 있었지만 경기회복의 불씨가 되지는 못했다.
한편 최근의 각종 경기지표가 일시적인 반짝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제조업 실적이 회복되고 기업투

자와 가계소비가 증가하면서 일본 기업들은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유례없는 장기복합불황에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경제의 짐이 되어 온 일본경제가 성장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부활하는 일본경제...봄은 오는가
거품경제 붕괴와 함께 90년대 초에 시작된 장기불황의 긴 터널이 마침내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경제회복 바람이 미풍에 불과하지만 이곳저곳에서 보이는 경기회복의 청신호에 일본 경제계는 기대에 들떠있다.
일본 경제회복의 소식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으며 이러한 회복세는 올 가을까지 지속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 민간싱크탱크 등이 발표한 경제전망을 종합해 보면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형태로 경기회복이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본은행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단칸(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도 그중 하나. 단칸은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제조업 대기업의 업황판단지수(DI)는 플러스 11이었다. 지난해 9월에 비해 10포인트나 높아졌다. 제조업 대기업의 체감경기가 확실하게 그것도 큰 폭으로 좋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기업의 경영실적 호전은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신코종합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2003 회계연도 중간결산(9월) 실적을 발표한 도쿄증시 1부 상장기업의 80%(금융기업 제외)인 805개사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2%, 당기이익은 38.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자동차(5천244억 엔)와 혼다(2천391억 엔)가 사상 최대의 세후 당기순익을 냈고 닛산(日産) 자동차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4천11억 엔)을 기록했다. 철강업계도 구조조정과 수출증가에 따른 수요증가로 신닛데쓰를 비롯한 5대 메이커가 모두 큰 폭의 이익증가를 기록했다. 전기업계와 게임 기업계의 경영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제조업분야에서 특히 매출이 늘고 있는 품목은 박형TV와 DVD녹화기 등 디지털가전분야이다. 도시바 (東芝)를 비롯한 대형 반도체업체들은 신정휴가를 단축해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부터 도쿄 등 대도시를 대상으로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실시했는데 전자업계에서는 이에 맞춰 대대적인 판촉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은 자신감에 넘쳐있다. 지난해 기업실적이 크게 호전되자 기업들은 의욕적으로 목표치를 늘리고 있다. 장기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 놓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러한 일본 대기업들의 경기회복과 수익증대를 배경으로 올해 신입사원 채용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게이단렌이 2천여 회원사를 채용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 봄 졸업생을 채용하겠다는 기업이 지난해보다 6.4%늘어난 85.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처럼 채용규모가 전년대비증가는 3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정부를 비롯해 민간경제연구소의 경기전망도 낙관적이다.
일본 내각부는 2004년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이 전년대비 1.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변동을 반영한 가계와 기업의 체감성장률인 명목성장률도 0.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명목성장률은 2003년(+0.1%)에 이어 2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이러한 경기회복의 전망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상승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 일본의 수출증가와 이에 따른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민간연구소의 전망은 더 밝다. 노무라종합연구소를 비롯한 14개 경제연구기관의 평균 실질 GDP 성장률 전망은 2.0%다. BNP파리바가 실질 GDP 성장률 2.8%로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가장 낮게 전망한 곳은 UFJ종합연구소로 실질 1.3%, 명목 마이너스 0.3%였다.



경기회복으로 내수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일본 경제

90년대 초에 시작된 장기불황의 긴 터널이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경제 회복세...국내 연구기관 전망
국내 연구기관의 전망도 밝다. LG경제연구원은 장기간의 경기부진으로 고전해 왔던 일본기업이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고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일본기업 수익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일본의 주요 증권사들에 따르면 상장기업 수익전망도 낙관적이라는 것이다.
일본기업들은 1990년대에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던 일본식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도요타나 캐논 등 일본식 경영을 고수해 왔던 기업이 미국식 경영 스타일을 지향한 기업에 비해 최근 경영성과가 우수한 것도 일본식 경영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KOTRA는 일본의 2004년도 경제전망에서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외한 실질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을 1.8%로 보고 있다. 이것은 민간 연구소에 비해 약간 낮은 수치로, 2003년도 실적 전망의 2.0%를 0. 2포인트 밑돈다. 그러나 생활 체감도에 가까운 명목 성장률도 0.5%로 디플레이션에서도 플러스를 전망하는 등 일본정부는 2006년도 2% 성장이라는 중기 목표를 향해 착실하게 경기회복 노선을 걷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은행 단기관측에서 전산업의 설비투자 계획이 전년도대비 3.4% 증가로 상향수정 됐다. 특히 대기업 제조업은 2자릿수의 증가가 예상된다. 설비투자를 좌우하는 요인으로서 기업실적, 수요, 매출, 금리 동향 등이 있지만 모두 양호한 편이다. 그 중에서 견인으로서 기대되는 것이 전기기계이다. 액정 TV, 디지털 카메라, 휴대전화 등이 호조로 앞으로도 수요 확대가 전망되고 있다.
개인소비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완만한 경기회복이 계속돼 고용·소득 환경 개선이 진행되면 가처분 소득이 회복하고 소비에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본정부는 2004년도 개인 소비를 1.1%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03년도의 2배 가까운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일본경제가 디플레 지속 등 구조적인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외수 여건의 개선이 내수 경기의 회복으로 이어지면서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경제가 2002년 1/4분기~2003년 3/4분기 동안 7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호조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산업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의 투자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은 지난 2001년 경기침체 기간에도 민간소비가 증가세를 유지한 데다 2002년 들어서는 외수 여건의 개선으로 수출이 8. 2%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호조를 보인 영향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 회복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소비와 고용 여건의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일본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3년 일본경제는 0%대의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당초예상과 달리 지난 2/4분기와 3/4분기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2002년(0. 8%)보다 높은 2%대의 성장률이 기대되며 2004년에는 1%대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민간경제연구소의 경기전망은 낙관적이다.
Made in Japan 부활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980년대 미국시장을 석권했던 일제상품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부활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은 경제재정 자문회의(의장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서 일본 제조업 재건을 겨냥한 `신(新)산업 창조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경제산업성은 국장급 프로젝트팀을 발족, 민간의 의견을 수렴해 가면서 5월까지 신산업창조전략의 청사진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략의 핵심 축은 유망시장 개척, 재편을 포함한 업계의 미래상 정립, 신규산업 육성이다.
유망시장에는 연료전지, 로봇, 정보가전, 바이오, 환경기기.서비스,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 개발 등 6개 분야가 검토되고 있다. 유망분야에 대해서는 3-5년 후의 시장규모를 예측한 뒤 산.관.학 연대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 업계재편을 포함한 전략의 경우에는 세계에 대항할 수 있는 수준까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경쟁력이 취약한 업계에서는 채산성이 없는 부분에 대한 정리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촉진할 계획이다.
일본은 90년대 들어서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등장과 미국의 반격 등으로 인해 80년대 `메이드 인 재팬' 신드롬이 퇴색하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집권 자민당은 총선 공약에 `일본 브랜드'를 다시 한번 세계에 떨치기 위해 민관이 함께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등 실지회복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과도한 규제가 설비투자를 가로막고 공장시설의 해외이전을 부추켜 산업 공동화 현상이 우려된다는 판단에서 공장설립에 관한 규제도 대폭 완화될 예정이다.
경제산업성은 공장부지에서 생산시설을 지을 수 있는 한도를 확대하고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녹지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공장입지법 시행령을 3월부터 적요하기로 했다. 규제완화 대상은 부지면적 3천 평 이상 또는 건축면적 1천 평 이상으로, 일본 내 약 2만개의 중대형 공장이 혜택을 보게 된다.

경제 낙관론 속 디플레 부담
일본경제가 과연 불황에서 벗어난 것일까.
각종 경제지표에서 청신호가 켜진 일본경제가 다시 세계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한 편에서는 일본이 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앞으로 10년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이 완전한 디플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는 전문가도 아직 많다. 최근의 경기회복이 반짝경기가 아닌 견고한 펜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난 90년대에 걸친 경기확장 국면에서 디플레 탈출의 기회를 놓친 사실을 감안하면 그다지 장밋빛만은 아니다.
일본 경제는 2%의 꾸준한 성장을 유지할 것이나 일본 국민 개개인은 여전히 추가 임금삭감과 해고 등 디플레이션의 멍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은행에 대해 무수익 여신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중할 것으로 예상되나, 비판론자들은 이같은 `고통 없이는 성장도 없다'는 고이즈미 정책이 일본의 자산 디플레이션 탈출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 봉급자들은 고이즈미의 가혹한 경제개혁 정책의 과실을 하루 빨리 맛볼 수 있기를 고대하면서 일단 낮은 소득에 더 높은 세금과 사회복지 비용을 감수하겠다는 자세로 보인다.
고이즈미는 일본 노동인구의 5% 이상을 차지하는 340만 명의 실업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보다는 우정공사와 도로공단의 민영화가 일본 경제의 부활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이의 추진에 주력하고 있다.
고이즈미의 이 같은 경제개혁 목표는 일본을 미국식 경쟁사회로 탈바꿈시키자는 것이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접근 방식이 일본의 안정성장 엔진이었던 중산층 규모를 위축시키고, 사회를 대다수의 저소득 층과 한줌의 부유층으로 양극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연봉 300만 엔 시대 생존의 경제학' 저자인 모리나가 다쿠로 씨는 치열한 경쟁의 기업문 화와 성과주의 임금체계는 (일부를 위한 것이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라며, 일본이 `적절한 봉급과 더 많은 휴일'이라는 유럽식의 `더딘' 생활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특히 최근 모든 기업과 개인을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일본 사회의 경향을 지적, "미국식 계급제도는 일본의 안정을 뒤흔들고 봉급 노동자의 90%를 패자로 만들어버릴 것"이라 고 경고했다.
모리나가씨를 비롯한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은행의 무수익 여신의 획기적 감축 정책에 대해서도 퇴조 기미가 없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정부의 충격 흡수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를 난파시킬 수도 있는 정책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명목 생활비를 낮춰주지만, 그 대신 기업의 이익도 줄어들어 임금 삭감과 폐업을 재촉하게 된다.
현재 수출부문이 대미, 대중 수출의 증대에 힘입어 일본 경제 회복을 주도하고 있으나, 제조업체들은 수출이 부진해지는 즉시 자본지출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수요에 의존하는 소매업자와 건축업자 등의 비제조업분야에선 디플레이션 혹은 `제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이윤 압박 때문에 쉽게 투자를 늘리지 못하는 처지다.
일본은행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단칸은 거의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심리의 호전을 보여주고 있으나 이 보고서 역시 중소기업의 고전 양상을 지적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부분 2004 회계연도에도 일본 경제가 지속적으로 회복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데 일치하는 동시에 미국 경제의 침체나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감소, 구조조정 효과의 약화 등으로 인해 기업과 소비자 심리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경제 전망이 장밋빛 일색만은 아니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도쿄지역 백화점의 11월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2% 감소했다. 24개월 연속 전년 실적을 밑돈 것이다. 2년 이상 매출액이 줄고 있으니 해당업계의 비명이 들리는 듯 하다.
일본은행의 지난해 12월 단칸에서도 비제조업의 DI는 마이너스 9, 중소기업 제조업은 마이너스 13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극화의 편차가 극복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완전실업률이 5%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서민층의 소비심리가 완전히 풀렸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경기회복을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성남 기자 | js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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