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개
욕심 많은 개이솝우화에 나오는 ‘욕심 많은 개’ 이야기는 재테크에 골몰하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주인공 개가 뼈다귀 주위에 살점이 두둑이 붙은 고깃덩이를 구해서 입에
물고 집으로 돌아온다. 귀가 길 개울목 다리 위에서 사단은 벌어진다. 개울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물 속에서 다른 개가 고깃덩이를 물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욕심 때문에 컹컹
짓던 개는 결국 물고 있는 고기마저 개울 속에 빠뜨리고 만다는 얘기다.
재테크와 돈벌기 열풍이 강타하는 이 시대에 우화가 가르쳐 주는 진리는 가볍지 않다.
이 우화의 교훈 중 하나는 욕심내지 말고 ‘가지고 있는 것이나 잘 지켜라’는 것이다. 개가
물고 있는 고깃덩어리는 현대인들 스스로가 갖고 있는 조금의 돈과 건강 정도에 비유해 볼 수
있겠다. 컹컹 짓는 행위는 욕심을 내는 것이고, 고깃덩이를 물 속에 빠뜨리는 일은 돈 번답시고
동분서주 분주하게 다니다가 몸과 마음을 상해 오히려 가진 돈도 잃어버리고 심지어는 남의
돈까지 빌려야 하는 형편에 처하는 것과 흡사하다.
누구나 재테크보다는 건강과 몸테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관리
(Risk Mana
gement) 기본을 실천하는 것이 별개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IMF 이후 우리 사회는 중소 사업가와
직장인들에게 엄청난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몸을 혹사할 정도로 사업에 몰두하게 만들고, 건강을
돌볼 틈이 없을 정도로 직장 일에 밤낮이 없다.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는 있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가치의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시간적인 여유와 건강
돌보기가 함께 하는 ‘웰빙’의 생활은 모두가 꿈은 꾸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건강이 허락하던 젊은 때에는 돈이 없었고, 고생 고생해서 돈 좀 만지게 되면 나이가 너무
들어버렸거나, 뭘 좀 즐기려고 해도 건강이 따라주질 않게 된다. 아플 경우 요즘은 아픈
당사자의 병 자체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금전적 손실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중병이거나
큰 수술을 하게 되면 조금씩 모아 저축한 돈은 순식간에 날아간다. 요즘 병원비는 한두
푼으로 해결되는 게 별로 없다. 예컨대 자영업자라면 병원비와 치료비도 문제지만 장사를
못하게 돼서 입는 손실(기회비용)까지 쳐야 하니 이만 저만 손해가 아니다.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일 못해서 생기는 손해규모가 커지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만성 질병
등도 문제지만 요즘은 각종 사고로 인한 부상도 마찬가지다. 특히 교통사고로 인해 죽음으로
끝날 경우는 당사자에게 금전적인 문제가 귀책되지 않으므로 말할 필요 없지만, 사망하지 않고
남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게 되면, 결국 끔찍한 돈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 되고 만다. 우리나라의
경우 1년에 평균 37만 명이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이 중 7천 명 정도가 사망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 고통과 금전적 손실을 겪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통계다. 이러한 자각 때문에
요즘 사람들은 건강과 안전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는 경제학적으로도 현명한 선택이다.
재테크를 함에 있어 잘 잊기 쉬운 원칙은 가지고 있는 돈을 더 이상 잃어버리지 않고 관리해
나가는 것이다. 불리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건강도 재산이라는 점에서
이를 잘 유지하는 것은 기본에 해당하는 일이다. 어렵게 구한 고깃덩어리(건강과 약간의 돈)를
제대로 지키며 자근자근 씹어서 맛을 즐기지도 못하면서, 털 빠지게 머리 굴리며 바쁘게 살고
욕심을 내다가 건강을 잃거나 사고를 당하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겠다.
길조심, 차조심, 건강조심이 재테크의 기본이다.
최 기 억
연합인포맥스 금융팀장
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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