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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한국경제의 상징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자

한국경제 80, 90년대를 풍미했던 쌍용그룹. 서울 중구 저동의 그 육중한 사옥이 말하듯 쌍용그룹은 시멘트로 쌓아온 당당한 한국의 대표그룹 중 하나였다.
또한 쌍용의 시멘트는 대한민국 개발과 발전의 상징이기도 했다. 60, 70년대 한국건설에서 쌍용의 시멘트가 했던 역할이 그랬다. 당시 쌍용양회 동해공장 준공식에 대통령이 참석했다는 것은 쌍용양회의 의미가 그저 하나의 기업이거나 하나의 공장 건설만은 아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쌍용. 당시의 쌍용은 다분히 창업주 김성곤의 역동성과 닮아있다. 기업인으로, 정치인으로 왕성한 활동력이 기업의 색깔로 나타난 것이리라. 김성곤 역시 축구와 유도 등을 통해 역동적인 성격을 지닌 터였다.
“1939년 소규모 비누공장에서 출발한 쌍용은 1940년과 1950년대의 면방직, 보험, 무역, 1960년대의 시멘트, 제지, 해운, 1970년대 후반의 정유, 중공업, 건설 그리고 1980년대의 정보통신, 증권,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 그 사회가 요구하는 기초기간산업을 택하여 충실하게 키우면서 기업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여 왔습니다.”
몇 년 전 쌍용의 홈페이지에 올라 있던 1990년대 초까지의 쌍용을 소개한 글 중의 일부다. 이는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쌍용의 발전사이기도 하다.
김성곤은 1913년 경북 달성에서 태어나, 보성전문(고려대학교의 전신) 상과를 졸업했다. 그 후 일제 말 관청 및 대구상공은행 등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은행에 몸담고 있을 때였다. 비누공장을 인수하며 친구들로부터 출자를 받아 ‘삼공합자회사’를 출범시킨 것이다. 1939년 대구에서의 일이다. 그 후 ‘삼공비누’가 탄생한다.
그런데 왜 비누였을까. 당시 김성곤은 국민의 생필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을 하겠다는 생각이 분명했다. 생필품 공급을 통하여 국민이나 국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생필품 중에서도 비누는 수요가 클 뿐만 아니라 전시 통제경제 하에서 원료만 확보할 수 있다면 전망이 밝다는 것 역시 그를 비누사업으로 이끈 이유 중의 하나였다.
예상했던 대로 비누사업은 성공적이었다. 삼공비누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공장 앞에 줄을 서야했던, 돈을 가마니에 담았을 정도의 성공이었다. 그때 김성곤의 아내는 그 구겨진 돈을 펴는 데 며칠씩을 써야했다고 한다.
여세는 해방 이후까지 계속되었다. 이후 김성곤은 비누사업의 성공을 발판 삼아 1948년 금성방직을 설립한다.
당시 면직물은 제조업 중에서도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던 업종이었다. 게다가 해방 직후에는 대부분의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품귀현상까지 나타났으니 사업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가 방직업을 하게 된 또 다른 계기는 해방 전 평소 존경해 오던 인촌 김성수가 운영하던 경성방직이었다. 어느 날 돌아본 경성방직에서 민족기업으로서 ‘국익우선 경영’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국익우선 사상은 김성곤이 나아가고자 했던 방향이기도 했다. 김성수와 국익우선. 그것은 김성수를 존경해 오던 김성곤으로서는 따르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그에게 김성수는 그의 모교 보성전문의 교장이기도 했으니 그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김성곤은 김성수를 많은 부분에서 따라했다. 김성수의 경성방직에서부터, 동아일보라는 언론사업, 고려대학교라는 교육사업이라면 김성곤은 금성방직을 비롯하여 영남일보, 연합통신, 동양통신, 대구 MBC 등의 언론사업과 국민대학교 등 교육사업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렇게 김성곤은 1948년 안양의 조선직물 공장을 임대하여 금성방직을 가동하게 된다. 조선직물은 화신의 박흥식이 운영하던 회사로, 이후 박흥식은 조선직물의 직물관리를 아예 김성곤에 맡겨버렸다. 이 때부터 김성곤은 일제가 버리고 간 방직기계까지 불하 받으며 공장에서 밤낮을 새운다. 그때 그의 나이 36세였다.
하지만 곧이어 터진 6·25는 그의 의욕을 한순간에 꺾어버렸다. 안양공장은 모두 잿더미로 변해 버렸고, 김성곤은 피난을 가게 된다. 그때 그는 사용이 가능한 기계를 피난처인 마산으로 함께 가지고 간다. 피난처에서 다시 공장을 시작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가져간 기계들로 마산에서 ‘아주방직’을, 대구에는 ‘금성염색공장’을 세운다. 전쟁이 한순간 의욕을 꺾기는 했지만, 그의 사업 욕구를 잠재우지는 못했던 것이다.
성공한 대부분의 창업주들이 전쟁통에도 기업을 유지시키기 위해 피난 가서 간판을 걸고, 공사를 따내고 했던 사실들을 김성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휴전과 함께 금성방직은 국제연합한국재건단(UNKRA)의 자금지원을 받아 안양공장을 복구, 가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것은 ‘금성방직’ 절정의 시작이었다. 1954년 첫 면사제품이 출시되자 전후 생필품 부족현상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생산된 제품은 재고가 남을 겨를이 없이 팔려나갔던 것이다. 이때 경쟁업체였던 태평방직까지 인수하면서 방직업계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게 된다.

박정희 대통령의 동해시멘트공장 시찰을 안내하는 김성곤 회장
김성곤의 기업가로서의 절정은 역시 쌍용양회로 압축된다. 광산개발에 적극 나서며 강원도 영월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게 되는데, 이 사업이 쌍용의 시멘트 공장 건설의 밑바탕이 된다. 김성곤은 당시 주력기업이던 금성방직, 태평방직을 매각하면서까지 쌍용양회 설립에 모든 것을 걸었다. 대단위 시멘트 공장의 건설이라는 대역사는 그저 하나의 새로운 회사의 탄생으로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1962년 당시 동양시멘트와 대한양회가 생산해내는 시멘트 생산량은 경우 50여만 톤이었다. 국내에서 필요한 100만톤 중 50만 톤이 수입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사업성이었다.
하지만 김성곤은 사업성보다는 ‘민족의 기간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었다. 그것은 금성방직을 처분하여 대단위 시멘트 공장을 지을 수 있는 힘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잘 나가는 금성방직을 매각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금성방직을 매각하면서 “애지중지 키워 온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도 시대적 요구에 더 의미를 부였던 인물이었다. 비누공장을 처분하고 방직공장을 만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의식주가 필요한 시점에서 방직업 이상의 국가적인 사업이 없었고, 개발시대에 접어들면서 시멘트 이상의 가치 있는 사업이 없었던 것이다.
어느 기업이나 설립동기가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김성곤의 쌍용양회는 그 스스로 한국경제 개발에 소용되기를 원했던 것이 설립 동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동기는 충분히 달성되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시멘트를 수출했으며, 쌍용양회가 생산한 시멘트의 한국개발에서의 쓰임이 또 얼마나 큰 것이었는가는 그 답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임순철 객원기자| top@istor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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