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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으로 병을 치료한다
포도주는 고대부터 가장 오랜 치료약 중 하나


와인으로 병을 치유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고대 페르시아의 잠시드왕 시절 이야기가 있다. 잠시드왕은 포도를 굉장히 좋아해서 겨울에도 포도를 먹으려고 단지 안에 보관했는데 어느 날 열어보니 포도가 상해있 었다. 그래서 독약이라고 써 붙여 두었다.
당시 보관창고를 자주 드나드는 여인 중에 두통으로 고생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독약이라고 쓰 여진 단지를 보고 자살을 하려고 마신 후에 깊은 잠에 빠졌다. 잠에서 깨어나니 두통은 씻은 듯이 없어 졌다. 이 사실을 왕에게 보고하니 왕이 마셔보고 계속 이렇게 만들라고 명령을 내려 계속 포도주를 만들어 왔다는 이렇게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지만 기록으로 남아 있는 최초의 와인을 치료약으로 사용된 첫 사례라고 말 할 수 있다.
성경에도 와인을 치료약으로 사용한 예가 있다.
“가까이 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누가복음 10장 34절)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비위와 자주 나는 병을 위하여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 (디모데전서 5장 23절)
소독약과 치료약이 별로 없던 고대에 포도주를 소독약 또는 치료약으로 사용한 것은 포도주가 살균에 필요한 여러 가지 성분과 우리 몸에 필요한 미네랄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세기 들어 증류주가 탄생되어 주로 알코올이 치료약으로 사용되었지만, 포도주도 계속 사용되어 왔다.
‘역대 최고의 명의들은 포도주를 상처, 특히 전쟁터의 부상자 치료에 사용하라고 일러 왔다. 파레 (프랑스의 앙리 2세, 샤를 9세의 외과 의사)는 화승총을 맞은 상처에 포도주와 식초, 보리 물을 처방했다’(술의 역사. 피에르 푸케, 마르틴 드 보르드 지음)
프랑스의 루이 15세는 폭음 폭식가로서 말년에 위장병으로 고생했는데 주치의는 매일 로마네 꽁띠 (Romanee Conti) 와인을 수회 마시도록 처방 해 주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포도주를 마시고 장이 좋아 진 경우도 있다. 그는 외환 은행에 근무하는데 장이 좋지 않아 아랫배가 항상 차고 소화도 잘 안되며 음식을 조금만 잘못 먹어도 설사를 했다. 그러니 건강이 좋을 리가 없었다. 몇 년 전 프랑스의 외환은행 파리지점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프랑스에서 식사 때마다 포도주를 한 두 잔 마시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기를 3년, 아래배 차가운 것이 없어 졌고, 아무 음식을 먹어도 설사 하는 일이 없어 졌다고 한다. 이번에 다시 외환은행 파리지점으로 가게됐는데 완전히 치료도 할 겸 와인을 본격적으로 배워보겠다고 했다.
포도주는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가장 오래도록 예방, 치료약으로 사용해온 것 중의 하나다. 최근에는 프렌치 파라독스라고 해서 와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일도 있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담배도 많이 피우고 지방 섭취 량도 많은데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적어 원인을 조사 한 결과 와인이 관상 동맥경화를 막아주어 심장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 진 것이다.
와인에는 항 산화작용을 하는 폴리페놀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성분은 타닌과 색소성분의 일종으로 적포도주에 많이 있다. 폴리페놀은 몸 안에서 생기는 산화력이 강한 활성 산소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활성 산소가 안정된 산소가 되기 위하여 세포를 공격하면 유전인자(DNA)가 공격을 받아 변성 유전인자(변성DNA)가 되어 암을 유발하기도 하고, 콜레스테롤(LDL)을 공격하면 변성 콜레스테롤(변성LDL)이 되어 동맥경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호흡으로 우리 몸을 보호하는 약 2%의 활성 산소가 생기나,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30%～40%더 생긴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게는 폴리페놀 성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심장에 피해를 주지 않는 일일 알코올 섭취 량은 30g이하이기 때문에 매일 마실 수 있는 와인의 량은 약 1/2병(750㎖, 12도의 와인 1병 알코올 량 72g)이하가 된다.
화이트 와인은 초저칼로리 와인으로 당뇨병 환자들에게 좋다.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알코올 섭취가 금기사항이지만 전용와인을 통해 환자의 정신위생과 투병생활에 많은 도움을 줄수 있다.
이 밖에도 와인은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 적당한 양의 와인을 마시게 되면 와인 속의 미네랄 붕소가 나이든 여성에게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고 에스트로겐 호르몬을 유지하게 만든다. 젖산균과 글리세린은 소화불량과 변비에 좋으며 포도당과 과당은 장의 소화흡수 촉진에 좋다. 게다가 피로회복과 강장의 역할을 해준다.
포도주에는 산류, 타닌, 아류 산, 알코올이 있어서 살균작용을 한다. 여름에 생선회, 조개 류 등 날 요리를 먹을 때 와인을 함께 마시면 식중독을 예방하고, 여행중 물갈이를 할 때 포도주를 마시면 설사를 예방할 수 있고, 콜레라, 발진티브스 등 전염병이 유행하는 곳을 여행 할 때 포도주를 마시면 병을 예방 할 수도 있다. 포도주는 이외에도 우리 몸에 필요한 여러 가지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술보다도 건강에 좋은 술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포도주는 모든 술 가운데서 건강에 가장 유익한 술이다’라고 파스퇴르는 말했다. 그러나 적당량을 마셨을 때 효과가 있는 것이지, 과음을 하게되면 과다하게 섭취되는 알코올로 인해 오히려 우리의 건강은 나빠진다.

프랑스 음식은 프랑스 와인과 함께 마셔야 한다?

특정한 나라나 지방의 음식을 먹는다면 그 지방 와인을 마시는게 좋다. 이태리의 파스타를 먹을 땐 이태리 와인이 가장 잘 어울리며 프랑스 부르고뉴지방의 뵈프 브르기뇽(소고기찜요리)에는 부르고뉴 와인이 가장 좋다. 신토불이의 원리가 와인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조합을 찾아 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다. 이를테면 이태리식 해산물요리를 캘리포니아와인과 즐길 수도 있고 매운 멕시코풍의 닭고기요리를 이태리와인과도 즐길 수 있다. 와인을 선택할 때 음식 재료를 보고 고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완성된 음식의 느낌을 생각하며 선택해 보라.

서 한 정
와인전문가. 국내 쏘믈리에 1호.
2000년 프랑스 농업
공로훈장(Merite Agricole)수여.
한국 쏘믈리에 협회 명예회장
더 와인 아카데미 원장

저 서 [서한정의 와인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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