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글로벌 > The Headline


미국, 고용시장 기지개 켜나

신규고용 늘어도 실업률은 높아질 수 있어


일자리 증가가 12만 개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실제 증가된 일자리는 무려 30만8천 개. 지난 2000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일자리 없는 경제회복’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있던 투자자들에게 모처럼 속 시원한 소식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이후 약 두 달간 계속됐던 뉴욕증시의 침체 양상은 3월말 이후 어느 정도의 회복세로 반전했다.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것은 몇 가지 요인으로 풀이될 수 있다.
우선 3월에 30만8천 개의 일자리가 증가했다는 소식으로 미국경제의 주된 우려 가운데 하나였고 주식 투자자들에겐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요인이었던 고용시장이 마침내 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났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기업들의 여전한 수익 호전과 견고한 경제지표 등 양호한 펀더멘털에 투자자들이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주가회복의 이유로 지적될 수 있다.
두 달간 조정 양상이 계속되면서 증시가 재도약을 위한 체력을 충분히 비축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한해 나스닥 종합지수가 50%나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일시적인 후퇴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시장분석가들은 지적해 왔다. 이밖에 기록적인 저금리나 감세정책 등 증시에 우호적인 정부시책 역시 주식시장을 떠받드는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그러나 뉴욕증시의 하강에 제동이 걸린 것은 분명해 보이나 본격적인 재상승이 시작됐다고 보기엔 미흡한 측면도 없지 않다. 4월 13일 현재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해 연말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나스닥 종합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연말 대비 상승률이 1.5% 안팎에 그치고 있다.
주요지수들은 지난해에 비해 치고 올라오는 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주요 기술적, 심리적 지수 돌파에 번번이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윈덤 파애낸셜 서비스의 폴 멜슨 전략가는 “문제는 수익 호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는지 여부지만 이는 매우 대답하기 어렵다”면서 “그러나 기업수익은 이미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어야 하지만 이를 저해하는 많은 요인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증시 상황을 예상해 본다면 긍정적 재료들은 거의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 전반과 기업실적의 지속적인 호전이나 증시 주변의 풍부한 자금, 우호적인 정책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반면에 악재들은 언제 돌출할지 예견하기 어렵다.
예상할 수 있는 악재 가운데 가장 널리 지적되는 문제는 국내외 정치상황의 불안정이다. 무장 세력의 유혈 저항운동과 민간인 납치 등으로 이라크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든다면 주식시장의 투자 분위기도 크게 냉각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이라크 정정 불안은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잠재적인 위험성까지 모두 고려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라크 정세뿐 아니라 9?11 이전 테러 위협이나 이라크전 개전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미국 국내 정치지형이 혼미해지고 있는 것도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꺼리는 투자자들에게는 불안한 요인이다.
또 빨라야 올해 말쯤으로 예상됐던 금리인상이 고용시장의 급속한 회복과 원자재 가격 상승, 소비증가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미국 달러화의 추가 급락이나 국제유가의 급등, 날로 악화하는 미국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 등도 주식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요인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악재들이 현 수준에서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다면 뉴욕증시 주가는 지난해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올해 전체로 볼 때 10~15% 수준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리라는 것이 많은 증시 분석가들의 예상이다.

주요 경제지표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3월 고용통계였다. 3월 일자리 증가가 12만 개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일반적인 전망과 달리 실제 증가된 일자리는 무려 30만8천 개로 지난 2000년 4월 이후 거의 4년만에 최고였다. 비록 한 달간의 통계에 불과했지만 ‘일자리 없는 경제회복’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있던 투자자들에게 이는 모처럼 속 시원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고용증가가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뚜렷한 경제회복 속에서도 고용시장의 부진을 이유로 미뤄졌던 금리인상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일련의 경제지표들도 통화당국이 금리인상을 미룰 명분이 점차 희박해져 감을 보여주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는 0.3%의 완만한 상승을 기록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3월 소매판매는 1.8% 증가해 월가의 일반적인 예상치 0.7%를 1% 포인트 이상 앞섰다. 다른 때라면 주가를 끌어올리는 재료가 됐을 예상을 넘어서는 소매판매 증가는 금리인상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면서 주가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이밖에 3월 공급관리연구소(ISM) 제조업 지수가 62.5로 2003년 5월 이후 1년 가까이 경기의 확장국면을 의미하는 50 이상을 유지했고, 2월 산업생산도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0.7% 증가를 나타냈다.

주요 경제현안
3월 고용의 대폭 증가로 월가에서는 조기 금리인상 전망이 한층 높아지면서 고용증가의 내용과 향후 흐름에 관한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예상을 넘어서는 3월 일자리 증가 통계가 금리인상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최근 몇 달간 고용증가 실적이 미진한 상황에서 한 달간의 급증통계만으로 고용시장의 추세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3월에 신규고용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 인구에 포함되지 않았던 구직 포기자들이 고용시장에 재진입함으로써 실업률이 오히려 상승했음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신규고용이 계속 증가하더라도 실업률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업률이 3월의 5.7%에서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실업률 수준이 5%인 점을 감안할 때 고용시장은 최소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미국경제계의 또 다른 관심사안으로는 에너지 가격 추이를 들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미국의 평균 가솔린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갤런(1갤런은 약 3.8) 당 2달러 선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 같은 휘발유 가격의 급등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잠식해 소비위축과 이에 따른 경기후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단위노동비용이 생산성 향상 등으로 인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 이외 다른 물품과 서비스 가격은 상승폭이 미미해 아직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미국인들, 특히 서민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전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 석유업계의 ‘결탁’이 휘발유 가격상승의 한 원인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외교역량을 동원해 석유공급을 늘리고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전략유 비축을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케리 의원이 그동안 휘발유에 매기는 세금을 인상하는 데 앞장서 왔다고 역공을 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략비축유의 방출 주장에 대해서는 “전략비축유는 국가 긴급사태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면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왕훈 뉴욕 특파원 | cwyna@yna.co.kr




  기사제보 | 구독신청 | 광고문의 | 회사소개

(110-140)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 85-1
TEL 02-398-3762~8, FAX 02-398~3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