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아초기 재건사업을 미국 기업이 독식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라크 민간정부가 들어서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고 또 미국 기업과 협력업체로 참여하면 아주 큰 공사는 아니더라도
꽤 짭짤한 정도의 공사는 얼마든지 수주할 수 있다는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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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바그다드국제박람회장에서 열리는 '바그다드 재건박람회'의 본관에 한국관
설치공사가 진행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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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라크 특수는 올 것인가? 작년 4월 이라크 전쟁이 사실상 종결된 이후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이라크로 몰려들고 있다. 이라크전쟁에 찬성한 국가는 물론이고 반대한 국가들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재건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군 임시행정처(CPA)와
미국국제개발처(USAID) 등 미국이 사실상 이라크 전후복구 사업을 주도하면서 벡텔과
워싱턴그룹(WGI) 등 미국 업체들이 공사 대부분을 독식하고 있어 다른 국가에는 별다른
실익이 없는 실정이다.
이라크 종전 직후 `장밋빛 전망에 한껏 고무됐던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큰 공사로는 현대건설이 지난 3월 말 수주한 2억2천만 달러의 규모의 댐 및 송·배전 복구공사가
고작이다. 하지만 앞으로 대규모 공사가 잇따라 발주될 예정인 데다 한국군까지 파병될 예정이어서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주전망은 그다지 어둡지만은 않다.
이라크 전후복구사업 규모와 수주현황
미국과 UN, 세계은행에 따르면 오는 2007년까지 이라크 전후복구 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560억
달러(약 6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력과 통신, 도로 등 각종 인프라를 복구하고 보건
및 교육 분야를 개선하는 데 360억 달러, 치안을 유지하고 석유부문을 개발하는 데 200억
달러가 각각 필요하다는 것.
이중 203억 달러는 미국에서, 134억 달러는 세계은행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에서, 나머지
223억 달러는 석유판매대금 등에서 충당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6천만 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앞으로 총 2억 달러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미국은 작년 12월 186억 달러 규모의
제2차 재건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중 20억 달러 이미 워싱턴그룹(11억 달러)과 페리니
(5억 달러), 플루어(5억 달러) 등 미국 기업과 이라크·폴란드·아랍에미리트연합 7개
기업(1억 달러)에서 수주했다.
이라크 특수를 가장 톡톡히 누리고 있는 미국의 대형 건설업체 벡텔은 지난해 제1차 재건사업을
포함해 이미 28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이번 이라크
전후복구사업도 미국 기업들이 독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1년 걸프전 직후
쿠웨이트가 발주한 복구사업도 전체의 70%를 미국 기업들이 수주했었다.
국내업체의 이라크 진출실적과 재건사업 참여 동향
국내 건설업체들이 지난 77년 3월 이라크와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걸프전 직전까지 수주한
공사는 73건, 64억5천만 달러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총 14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현대건설이 32건, 50억6천만 달러 어치의 공사를 수주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내 업체들에 대한 현지의 반응도 좋아 지난해 이라크전 종전 직후만 해도 국내 업체들은
이번에도 어느 정도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에 있어 제2의 이라크 특수는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전 종전
후 국내 건설업체가 이라크 현지에서 처음으로 따낸 공사는 현대건설이 지난해 상반기 수주한
한국군 야전병원 신축공사로, 공사규모는 22만 달러로 작지만 첫 공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 후 현대건설이 추가로 2억2천만 달러짜리 댐 및 송배전 복구공사를, 오무전기가 600만
달러 규모의 송전탑 및 가선설치 공사를 수주했을 뿐이다. 대우건설과 두산중공업 등 다른
업체들도 수주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향후 전망과 정부 대책
정부와 업계 모두 이라크 특수를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초기 재건사업을 미국 기업이 독식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라크 민간정부가 들어서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고 또 미국 기업과 협력업체로 참여하면 아주 큰 공사는 아니더라도
꽤 짭짤한 정도의 공사는 얼마든지 수주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이라크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라크 주요 인사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세우고 있다.
현대건설의 이태석 부장은 “국내 건설업계 입장에서 보면 아직까지 이라크 특수를 크게 못
누리고 있지만 이라크 특수는 분명히 있다”면서 “현대건설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이라크
전후복구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SK건설은 현재 1억 달러 규모의 바그다드
석유화학플랜트 입찰에 참여중이며 두산중공업은 전력부문 재건사업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범양건영과 삼환기업, 경남기업, 삼부토건 등도 이라크 시장 공략을 위해 올 들어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했으며 경남기업의 경우 조만간 이라크에 현지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건설교통부도 국내 건설업체들의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확대를 위해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건교부는 우선 이라크 전후복구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공무원 등 신정부 인사들과의
우호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에 건설교통관을 파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국군 주둔지역의 인도적 사업(학교, 병원, 직업훈련원 등)을 우리 정부자금으로 추진하고
대신 이를 국내 업체가 수행토록 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이라크 정정불안 또 다른 ‘복병’
4월 들어 외국인 및 이라크인 하청업체 차량행렬이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고 외국인 납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내 업체들의 이라크 시장 조기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정 및 치안불안이 지속되면
재건계획이 일정 또는 상당기간 늦춰질 수밖에 없는 데다 설령 재건사업을 수주했다 하더라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동 진출 건설업체들은 이라크 인근지역에서도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위험한
행동이나 언행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중동지역 각 현장에 보내는 한편 이라크 진출 시기를 다시
저울질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4월 12일자에 `정정불안과 이에 따른 외국인
납치사건으로 외국인 및 이라크인 근로자들이 공사를 중단하고 인접국으로 탈출하는 등 이라크
재건사업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라크 정정불안이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라크 특수는 현지의 치안이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