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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사막의 나라 중동을 달린다

일본 아성 깨뜨리는 한국산 상용차

상용차이라크전 이후 활황세를 보이는 중동 경기와 맞물려 상용차 시장 전망이 매우 밝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관련 산업의 수출을 유발시킬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인지도 및 긍정적인 이미지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동지역 상용차 수출은 대부분 현대자동차가 담당하고 있다. 뜨거운 사막의 모래밭에 진출한 현대의 자동차들

그저 더위라고만 하기엔 도저히 상상되지 않는 나라. 한낮이면 무려 5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다 광활한 사막과 모래로 가득한 나라가 바로 중동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곳에서 벌어지는 한국산 상용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낙타가 주요 운송수단이었던 이 곳에서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서부터. 운송수단이 육로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자동차 수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당연히 중동인들이 원하는 차는 자국의 사정을 잘 반영한다. 우선은 바퀴가 모래밭에 빠지지 않으면서 강하게 헤쳐갈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시속 200km 이상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는 기본. 나아가 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도록 성능 좋은 에어컨과 모래먼지에 강한 차라면 OK. 기름이 풍부한 나라이기 때문에 연비 절감 등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이런 중동지역에서 그간 아성을 쌓아온 나라는 일본이다. 무려 30년의 수출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다른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출경험이 짧은 게 바로 우리나라로, 고작 8년의 노하우밖에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산 상용차의 인기가 최근 들어 치솟고 있다. 중동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아직까지는 점유율 45%를 차지한 일본의 세력이 막강하다.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아무래도 역부족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12.5%의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특히 중고차는 거의가 다 한국 차. 거리에 나서면 눈에 익은 한국차를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느새 사우디 1천200대, 시리아 1천300대, UAE를 비롯한 9개국에 2천 대를 수출하는 등 꾸준히 물량을 늘려간 덕분이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UAE를 통해 이라크 방위군에 병력 수송용 5톤 트럭 120대를 납품하는 등 수출에 한껏 탄력을 받고 있다. 다소 성급한 감도 없지 않으나 이 정도면 전통적으로 일본에 눌려 있던 시장판도에 급격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현재 중동지역에 상용차를 수출하고 있는 한국 업체로는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대우는 인도공장에서 조립한 45인승 이상의 대형 버스만을 일부 수출하고 있는 실정.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현대자동차가 상용차 수출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
두바이 주재 현대자동차 중아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8년간 중동지역에 판매된 상용차는 약 3만 대. 이들 모두가 연평균 15% 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UAE의 경우는 2003년 판매실적이 전년에 비해 무려 132%나 증가하는 등 수요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품목은 2.5톤 트럭과 25, 34인승 중형버스가 주종을 이룬다. 1톤 이하 트럭이나 45인승 대형버스는 아직까지 1% 미만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는 중동지역의 잠재수요를 끌어내기 위해 3년 전부터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주력하는 점은 애프터 서비스가 확실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이에 따라 물류센터에는 최소 5개월분의 부품 재고물량을 쌓아 놓았다.
문제는 최근 들어 JINBEI, FAW, JMC 등 중국산 저가 상용차들이 중동지역에 진출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러나 아직까지 위협적인 존재는 되지 못한다. 트랜스미션, 엔진 등 주요부품의 신뢰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사막의 기후에 적합한 내구성 면에서 크게 쳐지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국산 상용차의 경쟁상대가 되기 위해서는 따라잡아야 할 기술적 격차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국산 상용차가 중동에서 인기를 끄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KOTRA의 한 관계자는 “ 한국산 상용차가 일본산보다 대당 평균 10~15% 싼 반면, 내구성과 엔진, 기어 등의 성능은 일본차의 98% 이상 수준이어서 차를 바꿀 경우 한국산을 찾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신규 구입은 물론 교체 수요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예로, 지난 2000년에는 사우디에서 3천 대의 대형버스를 한꺼번에 구매했으며, UAE 소재 유력 운송업체인 UNIKAI 사는 노후 차량 300대를 2년에 걸쳐 전량 한국산으로 교체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측은 “시장경기와 밀접한 상용차의 특성상 이라크전 이후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중동 경기와 맞물려 상용차 시장 전망이 매우 유망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러한 전망은 관련업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한다. 게다가 한국산 상용차 수출 증가는 관련 산업의 수출을 유발시키는 효과마저 가져온다. 우선은 타이어를 포함한 상용차 부품, 중고 상용차 등의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서는 한국산 상용차가 중동지역 곳곳을 누비게 됨으로써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긍정적인 이미지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여타의 다른 한국산 제품 구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한편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전혀 없지 않다. 일부 자동차 부품 유통업체가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속여 중동 등으로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품질 면에서 크게 떨어지리라는 것은 두말 하면 잔소리. 이로 인해 현지에서는 거래선이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는 등 피해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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