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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땅 없는 Made in Korea

해외이전 가속화로 산업공동화 우려도 제기

제기국내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은 경직된 노사관계, 고임금 등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가 주요 원인이어서 국내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와 관련해 고부가가치 대체 제품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부가가치가 낮은 저가 가전제품 생산라인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되면서 한국제품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Made in Korea’가 찍힌 가전제품의 종류가 줄어가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어 이에 따른 대응책이 요구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전자레인지의 국내 생산을 완전히 접었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전자레인지 생산은 모두 해외 공장에서 이뤄지게 됐다. 주요 가전제품 중 생산이 모두 해외에서 이뤄지는 경우는 가전 3사 가운데 처음으로 이를 계기로 가격경쟁력이 약한 가전부문의 해외이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생산시설의 철거는 중국업체들의 지속적인 가격공세 때문이다. 한때 550만대를 생산하던 수원공장은 그동안 중국산 등 저가제품에 밀리면서 생산량이 점차 감소해 지난해는 프리미엄급 제품을 중심으로 170만 대만을 생산, 국내에 공급해 왔지만 올해 중국 기업이 20%나 가격을 인하하는 등 저가 공세가 프리미엄급 제품까지 확대되면서 이마저도 해외 생산법인으로 넘기게 됐다. 이에 따라 전자레인지 부문과 관련해 국내에는 R&D, 상품기획 그리고 마케팅 기능만이 남게 됐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전자레인지 생산의 20%를 맡았던 수원공장이 완전 문을 닫음에 따라 전자레인지 생산은 앞으로 말레이시아, 인도, 중국, 태국 공장에서 이뤄지게 됐으며 말레이시아 법인이 이 부문 생산본부를 맡게 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에 밀려 수원 공장은 프리미엄급 제품만을 생산하며 명맥을 유지했지만 이마저도 저가 공세가 심화되면서 가격경쟁력에서 뒤져 도저히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삼성전자는 국내 PC 생산라인도 2005년까지 해외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TV생산량의 80%와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의 60% 가량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01년 소형카세트와 유선전화기 등 저가제품의 생산을 평택과 청주공장에서 각각 중국과 태국 생산법인으로 옮긴 적은 있지만 주요 가전제품의 경우, 생산의 해외 완전이전은 아직 없다.
그러나 중국제품의 저가공세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국내 창원공장에서 전자레인지 프리미엄과 보급형제품을 생산하며 내수와 수출을 담당하고 있으며 평택과 청주공장에서는 고급카세트와 키폰형 전화기를 생산하며 국내 생산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역시 국내 광주 공장에서 프리미엄급 제품을 중심으로 전체의 40%, 중국 톈진공장에서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60% 정도를 생산중이다. 한편 국내 중견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최근 해외생산 시설 확충에 잇따라 나서고 있어 정보기술(IT)부문 공동화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텔슨전자는 금년 중으로 중국 산둥성(山東省) 옌 타이 경제기술개발구에 연산 600만 대 규모의 휴대전화와 기타 정보통신제품 생산시설을 완공,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시설들이 완공되면 텔슨전자의 중국 현지 생산물량은 국내생산 능력을 200만 대 추월해 이 회사의 주력 생산기지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내에 연산 540만 대 규모의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세원텔레콤도 제품수요가 많은 중국 동부지역에 1천만 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구축키로 하고 다각적인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세원텔레콤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과 현지생산을 통한 비용절감 등을 위해 금년중 중국진출 구상을 구체화하기로 하고 합작법인 형태의 현지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국내 3위의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텍 계열도 중국 현지 합작법인 `대련팬텍유한공사를 통해 올해 100만 대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팬텍계열은 국내에서 펜택이 900만 대, 펜택앤큐리텔이 1천만 대 등 모두 1천900만 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할 계획이다. 휴대전화업체 관계자는 “국내 중견업체들이 이처럼 해외진출을 확대하려는 것은 비싼 인건비 외에도 금융지원 등 제도적 지원이 중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각종 혜택을 약속하며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오히려 국내생산시설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캐논사는 200억 엔(미화 1억8천930만 달러)을 투입, 일본 내에 고급형 복사기 생산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샤프, 마쓰시타 전기 등 일본의 주요 첨단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기 보다는 국내로 다시 복원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캐논은 내년 7월까지 본사 개발센터가 있는 도쿄(東京) 북부 이바라키(茨城)현 도리데(取手)시에 공장을 완공한 뒤 가을부터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개발과 생산을 더욱 밀접하게 통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이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엄청난 손실을 입은 뒤 대규모 구조조정과 생산부문의 해외이전을 단행했으나 구조조정의 효과로 경영상태가 호전되면서 이제는 고급 제품의 국내 생산을 강화하는 공격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은 경직된 노사관계, 고임금 등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가 주요 원인이어서 국내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와 관련해 고부가가치 대체 제품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성남 기자 | js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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