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이코노미 > Business Report


토종 브랜드는 귀하신 몸

명품화 전략으로 국내시장 압도한다

빈폴 vs 폴로, 설화수 vs 랑콤. 분야별로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브랜드간 선호도에서 치열한 다툼 끝에 영예의 자리에 오른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순수 국내산 토종 브랜드. 그것도 대부분이 깨끗한 한판승을 거둬 이목이 집중된다.



백화점 세일에 맞춰 옷을 구입하러 온 남성이 제일모직의 '빈폴' 매장에서 신중히 옷을 고르고 있다

분야별 1위 석권하는 토종 브랜드 폴로, 샤넬, 랑콤…. 하나같이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브랜드들. 그러나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들 브랜드가 국내의 토종 브랜드 앞에서는 그다지 맥을 추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제일모직의 ‘빈폴’은 세계적 브랜드 ‘폴로’를 제치고 고급 캐주얼 의류부문에서 1위 브랜드에 뽑혔다. 태평양의 한방화장품 ‘설화수’ 역시 세계적 화장품인 샤넬과 랑콤을 제치고 1위 브랜드에 올랐다. 이 제품은 특히 3년 연속 1위에 올라 부동의 브랜드 이미지를 지켜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정상급의 스위스 식품제조 업체 네슬레도 꼬리를 내리기는 마찬가지. 네슬레는 한국에서 23년간 장수해온 브랜드 ‘쎄레락’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대신 서울우유와 제휴해 ‘앙팡’ 이라는 국내 브랜드로 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양문 여닫이 냉장고 부문에서도 토종 브랜드인 ‘지펠’과 ‘디오스’ 는 다국적 기업의 브랜드인 ‘월풀’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황은 이와 정반대였다. 외국산 브랜드가 거의 80%나 시장을 차지했던 것이다. 전세가 완전히 뒤바뀐 것은 그로부터 불과 2~3년 만의 일. 국내 대기업인 LG와 삼성이 뛰어들면서 판세를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시장에서 고전하는 현상은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고급 브랜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최대의 TV 업체로 꼽히는 중국의 TCL. 이 회사는 최근 한국까르푸를 통해 평면 TV를 선보였다. 이름은 ‘유니크로’. 회사 측은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해 수백 대를 우선 들여와 국산보다 20만 원 가량 싼 값에 내놨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썰렁’ 그 자체. TCL은 결국 한국시장의 출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능률협회가 올해 초 서울과 6개 광역시를 대상으로 2천607개 브랜드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국내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브랜드의 공통점은 한 가지, 모두 토종이라는 점이다.

해외경쟁력 확보 가능성 높아
굴지의 해외 브랜드가 유독 한국시장에서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전문가들은 “국내 브랜드가 명품화에 주력함으로써 시장을 꾸준히 압도해 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나아가 이를 “국내 브랜드의 명품화가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토종 브랜드와 그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인식 이다. 가격 면에서나 품질 면에서 굳이 외국 브랜드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이들 제품은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가장 적합하도록 설계돼 있어 선호도를 더욱 높여준다.
한편 전문기업의 개별 브랜드 파워가 크게 강화된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MP3 플레이어 부문에서 1위 브랜드에 뽑힌 ‘아이리버’가 대표적인 예. MP3 전문기업의 브랜드인 아이리버는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옙’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이는 우선적으로 아이리버 측의 지속적이면서도 일관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따른 결과다. 아이리버 측은 “그동안 온라인, 오프라인을 상대로 꾸준한 브랜드 전략을 펼쳐 왔다”고 밝힌다.
이에 대해 조사를 담당했던 능률협회는 “기존과 같이 기업브랜드 밑의 서브 브랜드를 구매전략에 적용하기보다 개별브랜드를 이용해 전략을 펼쳐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분석한다.

브랜드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 뚜렷
동일 산업군에서도 브랜드간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소비자들에게 확고히 인식된 특정 브랜드 위주로 ‘부익부 빈익빈’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독점적 우위에 있는 브랜드의 꾸준한 관리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부 부진한 브랜드의 경우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투자나 관리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이다.
기술의 발달로 제품의 품질이나 기능 면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게 된지 오래다. 그럴수록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 사실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제품이지만 마치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인식시켜 자사의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브랜드 전략은 특히 술, 화장품 등의 기호품 및 가전제품, 유행상품의 경우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 브랜드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브랜드가 결국은 기업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나아가 장기적 브랜드로 자리잡기 때문이다.
능률협회 역시 “브랜드 파워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실시해야 한다”며 “소비자 인식에 바탕을 둔 브랜드 경영을 추구하는 한편 강력하고 독특한 브랜드 연상을 심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기사제보 | 구독신청 | 광고문의 | 회사소개

(110-140)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 85-1
TEL 02-398-3762~8, FAX 02-398~3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