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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 첫걸음 디자인

디자인이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좋은 사업’이 될 수 없다. 기업에 있어서의 디자인은 성과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예술에서의 ‘미’의 개념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경영 마인드와 전략으로 철저히 무장한 디자인만이 경쟁에서의 승리라는 과실을 보장해 준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개최된 디자인 코리아 2003 국제회의

사용자·감성중심의 경제
글로벌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한마디로 무한경쟁이다. 끊임없는 투자와 개발, 시장개척은 이미 상식이다. 이런 와중에서 새로운 경쟁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분야가 디자인이다. 젊은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제품선택 기준이 품질이나 가격이 아닌 디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온 지도 이미 오래다. 21세기 경제의 차별성은 생산자·기능 중심에서 사용자·감성중심으로의 전환이다. 개성과 감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대량생산(mass production)에서 대량맞춤(mass customization)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최근에 ‘몸짱’ ‘얼짱’ 신드롬으로 대표되는 소비자의 미적 만족 추구 경향은 디자인이 더욱 중요한 경쟁요소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우리는 디자인이 주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디자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정부도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디자인 코리아’전략을 발표하고 각종 정책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기업이 디자인에 대한 적극 투자가 시작된 것은 97년 IMF를 겪으면서부터다. 당시 기업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했고 그 중에서 디자인연구소도 예외는 아니었다. LG전자 디자인 연구소의 경우 97년에 약 25%의 인원을 삭감했다.
삼성전자는 240명이던 연구소 직원을 160명으로 삭감하고 해외지사를 철수시켰다. 그러나 98년에 영국의 블레어 총리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21세기 디자인시대 선언’을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해부터 ‘산업디자인 진흥대회’를 국가가 주최하고 ‘코리아 디자인 디자인 파워’라는 국가 슬로건을 내걸었다. 각종 연구성과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중에서 가장 설득력을 갖은 주장은 기술면에서 일본이나 미국, 유럽의 경쟁기업을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자국의 제품이나 브랜드가 경쟁력을 붙인 다음 가장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 디자인 부분의 집중투자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디자인은 기술 개발에 비해 투자비는 20분의 1에 불과하나 투자효과는 큰 지식집약형 고부가가치 산업임을 각종 통계가 뒷받침해주고 있다. 기업 내 디자인 부서의 위상도 격상되었다. 현재 LG전자의 디자인 부문에는 약 250명의 스텝이 있으며 디자인 지사도 전 세계에 6개가 된다. 최고책임자는 현재 부사장급이다. 삼성의 경우는 300명에 달하며 평균연령은 33살로 젊은 인력이 대폭 증가했고 책임자는 사장급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디자이너 출신이 CDO(Chief Design Officer)에 임명되고 디자인 전문인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디자인경영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한국 디자인의 위상
한국 디자인의 위상은 실제로 어느 정도일까. 산업자원부의 ‘디자인산업 발전전략 보고서’에서 한국의 디자인 위상은 경제적 위상(GDP 12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디자인 선진국의 80% 수준이라는 말이다. 디자인 분야의 강점으로는 풍부한 디자인 인력과 우수한 IT인프라를 들었다. 디자인 관련학과 졸업생이 연간 3만6천명으로 세계최고 수준이다(5년간 평균 27% 증가). 특히, 배출인력의 70%가 여성인력이며 디지털 전자, 통신기기 등 일부 제품디자인 분야에서는 디자인 파워국가로성장했다.
반면에 약점으로는 창의적 디자이너 양성 미흡, 전문인력 공급과 산업계 수요간 불균형 및 지역별 디자인 인프라 부족을 들었다. 특히 여성전문인력의 취업률은 55%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최근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해외 바이어들이 본 우리 기업의 디자인 경쟁력은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서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의 디자인 경쟁력 수준은 일본의 74% 수준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경쟁자들인 대만 및 홍콩에 비해서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디자인 경영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위기 요인은 중국과의 디자인 경쟁력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가공세로 해외 시장에서 우리 시장을 잠식해오고 있는 중국 제품이 이제는 디자인마저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을 100으로 환산해 비교했을 때 중국제품의 경쟁력이 97년에 82에서 02년에는 95로 거의 따라잡고 있다. 따라잡아야 할 선진국과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역으로 후발주자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LG경제연구원은 해외 선진기업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의 디자인 경영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디자인 경영의 핵심포인트를 5가지로 나누어 소개했다.

● 포인트 1 : 디자인 부서가 제품 개발을 주도하라
디자인 경영의 성공을 위해서는 디자인을 제품 전략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즉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자인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산출해 내고 그에 따라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시장조사, 제품기획, R&D/디자인, 생산의 순서로 이어지는 선형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서 디자인은 언제나 ‘주(主)’가 아닌 ‘종(從)’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이후에 기술 및 생산부문이 적극적으로 디자인을 뒷받침해 주는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디자인 주도 제품 개발의 예로서 유럽의 Home Theater 및 오디오 생산업체인 B&O(Bang & Olufsen)사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디자인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고 있는 이 회사는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Idealand’라는 디자인 부서의 아이디어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기술 및 마케팅 부서는 디자인 부서의 아이디어를 제품화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모으게 된다.
이 회사는 디자인 주도의 독특한 개발 프로세스를 통해 훌륭한 디자인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90년대 초반의 위기를 극복하고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Home Theater 와 오디오 부문에서 앞선 디자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 포인트 2 : 디자인 경영을 Value Chain 전분야로 확장하라.
디자인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기업의 경영활동 전반에서 디자인을 읽는다. 따라서 제품 개발시에만 디자인 개념을 적용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디자인에 앞선 기업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예컨대, 아름답게 디자인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미적인 측면에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제품을 최초로 접하게 되는 광고부터, 매장 진열 양식, 판매 직원의 복장과 태도, 심지어는 입주한 건물의 외양까지도 디자인이 강조 되어야 한다. 실제로 Microsoft 사나 GE 같은 글로벌 일류 기업들은 IR활동을 위한 Annual Report의 디자인까지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아름답지 않은 제품에는 소니 마크를 붙일 수 없다’라고 단언할 만큼 디자인을 중시하고 있는 소니사의 경우, 제품 디자인은 물론, 직영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의 디자인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소니 스타일’이란 이름의 직영매장의 제품 진열은 첨단 기술과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강조하여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 포인트 3 : 자기 회사만의 ‘디자인 언어’를 만들어라
디자인 언어가 브랜드의 의미 및 철학과 연계될 때 상호간 시너지 효과로 제품 디자인 및 브랜드 가치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가능해진다. 즉 자기만의 일관된 디자인 언어는 제품 및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높여주며, 브랜드 정체성의 확립에 기여 하는 것이다.
디자인 언어는 기업과 제품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가치를 표현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기업은 제품 디자인 과정에서 제품에 디자인 언어를 담고자 하는 노력을 통하여 바람직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표현하고 전달해야 한다.
과거, 상자 모양의 각진 스타일의 승용차 디자인을 고수하던 볼보(Volvo) 자동차는 90년대 초반 판매량이 감소하자 제품 디자인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이른바 ‘reVOLVOlution’이라고 불리는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에 있어 과감히 과거의 스타일을 탈피하여 곡선을 가미한 신 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변신의 과정에서도 볼보사는 과거로부터 이어온 자신들만의 고유한 가치인 ‘안전’, 즉 ‘Safety for Life’라는 볼보 고유의 디자인 언어를 일관되게 디자인에 적용하였다. 그 결과 98년 개발된 새 모델인 S80은 제품 디자인의 혁신과 안전으로 대표되는 브랜드 이미지의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여 시장과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음은 물론 회사 재도약의 발판이 되었다.

● 포인트 4 : 트렌드를 앞서가는 디자인을 추구하라
제품 수명주기가 짧아진 시장의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디자인(Trend-Driven Design)을 뛰어 넘어 트렌드를 주도하는 디자인(Trend-Driving Design)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제품에 대한 트렌드의 원동력이 되는 더 큰 변화를 읽어야 한다. 즉 기술의 변화,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자체의 변화, 더 근본적으로는 사회전체의 변화를 앞서 감지해야 하는 것이다.
트렌드를 앞서나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도요타사나 GM과 같은 자동차 회사들은 유행의 근원지인 캘리포니아의 오렌지카운티에 디자인 센터를 두고 있다. 이들의 임무는 자동차의 디자인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유행을 주도하는 젊은이들의 삶을 연구한다.
또한 젊은이들이 주말을 보내는데 있어서 승용차의 역할을 연구하는 등 새로운 디자인을 창 조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트렌드의 변화를 읽고 그것을 디자인에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트렌드를 창조하는 새로운 디자인 개발에는 공식이 없다. 기존의 컴퓨터 디자인의 틀을 깬 애플 iMac의 속이 들여다보이는 누드 디자인의 예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오직 고 정관념을 깨고자 하는 열망과 모든 아이디어를 창의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 해서만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창조적인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 포인트 5 : 디자인에 문화적 요소를 반영하라
성공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제품 디자인에 목표 소비자가 영위하고 있는 문 화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디자인은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 문이다. 특히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는 진출 지역의 소비자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제품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란 말 그대로, 우리만의 개성, 우리만의 가치를 출발점으로 하되, 세부적인 항목에서 대상 소비자 혹은 대상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고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 다는 것이다.
NOKIA사의 사례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 회사는 디자인을 포함한 150명이 넘는 규모의 R&D 센터를 중국 현지에 두고 중국문화 및 한자의 독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제품 디자인에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모델인 3310 모델을 중국 시장에 맞게 개량하여 출시하였다.
이 새로운 핸드폰은 기존 모델의 디자인상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동양고유의 문화인 ‘음양’을 기초로 색상을 구성하였으며, 한자입력의 편의성을 더하고, 12지신 카드 기능의 삽입 등 현지화 에 성공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영마인드로 디자인을 무장하라
단순히 디자인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만으로는 디자인에서 앞서 나갈 수 없다. 이제 “좋은 디 자인은 좋은 사업이다(Good Design is Good Business)”라는 슬로건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진 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음미해 봐야 할 시기다. ‘좋은 디자인’은 결코 그 자체만으로 ‘좋 은 사업’이 될 수 없다. 기업에 있어서의 디자인은 경제적 성과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예 술에서의 ‘미’의 개념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경영 마인드와 전략으로 철저히 무장한 디자인만이 경쟁에서의 승리라는 과실을 보장해 준다. 다시 말해 기 업 전략 목표의 달성을 위한 핵심역량으로 디자인을 적극 활용하는 디자인 경영이 뿌리내린 후에야 ‘좋은 디자인’은 ‘좋은 사업’이 되어 그 빛을 발하는 것이다.
우리의 디자인 경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일이야 말로 디자인 경쟁력이 위기에 처한 지금 우리 기업이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당면 과제인 것이다.

강성철 기자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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