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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간 M&A 점차 감소

M&A 활성화되려면 인식부터 달라져야

국내 M&A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의 투자마인드 위축을 들 수 있다.
여기에는 거시경제, 정치, 노동시장을 포함한 사회적인 제반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통신은 지난해 9월 9일 오전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뉴브리지-AIG 투자콘소시엄과 총11억 달러 규모의 외자유치 및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기업간 인수합병(M&A)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지나치게 까다로운 제도로 인해 국내기업간 M&A가 침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외 M&A 동향과 정책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국내기업간 M&A는 473건으로 전년대비 7.6% 줄어들며 3년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고 밝히고 M&A 활성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외국기업들의 국내기업 M&A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비롯해 103건이 이뤄져 전년대비 14.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M&A 규모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 역시 우리나라는 1.7%에 그쳐 미국 4.8%, 유럽연합(EU) 6.2% 등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상의 보고서는 국내에서 M&A가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M&A에 대한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면서 “대기업의 M&A 활동 자체를 문어발 확장이라고 비난하는 풍토에서는 M&A가 꽃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81년 120억 달러에 불과했던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509건의 M&A를 통해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으로 급성장한 사례처럼 M&A를 기업의 중요한 성장전략 중 하나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벤처기업의 경우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나 영업면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급변하는 기술경쟁에서 탈락하는 기업들이 나오기 때문에 M&A를 통해 실패한 기업들의 기술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내고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강점을 서로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대기업이 다른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는 것 자체를 규제하고 있는 현행 출자총액제도와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제도도 M&A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더존디지털웨어와 뉴소프트기술, 아이엠아이티와 넥솔아이티간의 합병이 무산된 것도 증권거래법상 회사 측의 주식 매수가격을 이사회 합병 결의일 전 2개월 평균가격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주가가 회사측 매수가격보다 낮아지게 되면 소액주주들은 합병 자체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과 무관하게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되고 결국 M&A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기업정책팀 이경상 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M&A 여건이 많이 개선됐지만 선진국에 비해 사회적 인식이나 제도, 환경상의 걸림돌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우리 기업들이 날로 치열해지는 경영환경에서 다양한 성장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우호적 M&A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M&A시장의 최근동향
2000년을 정점으로 장기간 침체에 빠진 국제 M&A시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러한 회복세가 본격적이라고는 확신하고 있지 않지만 금융업, 의료서비스업, 일반 소비재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M&A가 본격 활성화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내의 거래를 포함한 국제 M&A는 2000년에 총 3조4천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으나 2001년에는 1조7천 억 달러, 2002년에는 1조2천억 달러 규모로 급감했다. 이러한 감소세가 지난해 증가세로 반전되어 2003년 국제 M&A시장은 전년에 비해 약 10% 증가한 총 1조 3천300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다. 이러한 세계 M&A시장의 주역은 바로 미국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3대 M&A는 Bank of America의 FleetBoston Financial 인수(490억 달러), Anthem의 WellPoint Health Networks인수(164억 달러), St. Paul의 Travelers Propoerty Casualty 인수(160억 달러)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에는 적대적 M&A 시장도 다소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에서는 Oracle의 PeopleSoft에 대한 73억 달러 규모의 적대적 인수시도, ArvinMeritor의 Dana Corporation에 대한 적대적 인수시도, Simon Property Group과 Westfield America의 Taubman Centers에 대한 적대적 인수시도 등이 있었다.
국제 M&A시장에서는 Goldman Sachs가 298건의 거래를 성사시켜 29.5의 M&A자문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Morgan Stanley가 18%, 시티그룹이 16.5%를 보였다.
금융기관간 M&A 붐은 올해도 계속돼 1월에는 J.P. Morgan Chase가 약 580억 달러에 Bank One을 인수하기로 해 새로운 은행은 총자산 1조827억 원으로 총자산 1조 2천89억 달러의 시티그룹에 이어 제2위의 은행으로 부상하게 됐고 FleetBoston Financial을 인수한 Bank of America는 총자산 9천335억 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국제 M&A시장 활성화의 원인과 전망
지난해 국제 M&A의 증가세는 총규모 5천256억 달러로 전년대비 19%의 성장을 보인 미국시장이 주도했다.
이러한 M&A의 증가는 지난해 하반기 미국경기의 회복세와 증권시장의 활황으로 가능했으며 2002년의 회계개혁입법(Sarbanes-Oxley Act)의 영향으로 미국 기업들의 재무와 회계, 지배구조 정비작업도 한 몫을 했다.
지난해 미국의 M&A시장은 금융기관간의 M&A가 주도했으나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은행간 합병은 규모의 증가가 수익성 증가 및 신규사업 진출과 별 관련이 없어 크게 진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의 자산규모와 수익성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고 오히려 자산규모가 증가할수록 단위자산당 수익률은 하락한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영역 확장이 수익증가보다는 리스크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2003년에는 사모펀드에 의한 M&A가 주목할 만한 비중으로 등장했는데 이는 증권시장의 침체에 따른 우량기업들의 저평가와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자금력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 M&A시장의 회복세가 과거의 기록에 비해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 진행중이며 사외이사 제도의 확산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사외이사들은 고도로 전문적이고 모험심이 강한 M&A 거래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외이사는 물론 기업의 이사진들이 M&A 거래에 대해 전략적 측면과 효과에 대해 과거보다 더 신중하고 장기간의 검토를 하고 있다. 올 국제 M&A시장은 중소형 금융기관들간의 M&A와 사모펀드에 의한 M&A 위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M&A시장의 최근동향
국내에서도 2000년을 정점으로 M&A 시장규모가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2.2%하락한 589건의 기업결합이 있었다.
국내 M&A 시장은 외국기업의 활동의 증가로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M&A가 14.4% 증가한 103건에 달했고 외국기업간 M&A도 13건이 있었다. 이를 제외한 국내기업이 주도한 기업결합은 473건에 그쳐 기업결합이 활발했던 2000년에 비해 19.7% 하락한 수준이다.
특히 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가 1조 4천억 원으로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해 외환은행은 제일, 한미은행에 이어 외국계로 전환되는 등 외국기업의 활동이 증가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하나로통신의 11억 달러 규모 외자유치와 관련한 사상최대의 위임장 대결이 발생,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의 지원을 받은 회사 측이 LG그룹 측에 승리했다.
지난해에는 기업결합에 대한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이 외국기업간 M&A에 최초로 적용되는 사례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3년 7월 1일부터 해외시장에서 발생한 M&A에 대해서도 국내시장의 경쟁과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신고의무를 부과했다.

국내 M&A시장의 문제와 전망
국내 M&A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이유로는 기업들의 투자마인드 위축을 들 수 있다. 여기에는 거시경제, 정치, 노동시장을 포함한 사회적인 제반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내 M&A시장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정비되는 일종의 과도기 동안에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법률과 제도상의 불확실성은 M&A의 활성화에 필수적인 기업의 투자결정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도 M&A와 관련된 제도의 복잡한 거래구조는 높은 비용과 시기의 상실로 인해 M&A거래를 사전에 포기하거나 진행되는 거래가 중단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제한 제도 등을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또한 반기업정서와 반재벌정서도 문제점이다. 기업의 M&A를 부정적으로 보는 국내의 경우 GDP대비 M&A 비중이 1.7%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미국(4.8%), EU(6.2%) 등 해외 선진국은 M&A를 기업과 경제발전의 원천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81년에는 120억 달러에 불과하던 미국의 GE가 509건의 M&A로 지난해 세계 1위의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M&A 시장의 활성화에 필수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는 증권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다. 공정한 룰이 없는 증권시장은 M&A가 아닌 투기와 시세조종의 장으로 전락하게 된다. 최근 금감원은 5% 보고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감독과 처벌을 철저히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K(주)의 2대 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의 제이미스 피터 대표이사가 지난해 11월 20일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기주총 때 SK(주) 주요 이사진을 교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한해 동안 국내에서는 외국인에 의한 국내기업의 적대적 M&A 가능성이 급증해 투기성 펀드라고 의심받는 외국의 펀드를 포함한 외국자본에 의해 국내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사례도 있었다.
특히 소버린자산운용이 SK텔레콤의 최대주주인 (주)SK의 지분을 약 15%를 취득해 경영진의 교체를 요구, 재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외국계 펀드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11% 이상 취득해 사태가 KCC와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으로 발전했다. 이후 외국계 펀드들은 가격이 수직상승한 보유주식을 전량 처분하고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후 철수했다. 한편 출자총액제도는 M&A시장에 대한 규율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나 대상기업들의 출자를 규제하기 때문에 일정한 경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M&A 시장의 짧은 역사로 인해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한 선례가 없어 적대적 M&A의 경우 거래진행의 불확실성을 발생시키고 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법원도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행위를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서구와 같이 절차적인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벤처기업들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나 영업면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급변하는 기술경쟁에서 탈락하는 기업이 있기 때문에 벤처기업간의 신속하고 과감한 M&A를 통해 기존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IMF 사태 이후 국제 투자자들은 우리나라에서의 M&A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회계정보의 신뢰성 부재와 기업지배구조의 낙후성과 경직적인 노동시장으로 보고 있다. 또한 외국 기업들이 국내 M&A 시장에서의 제도적인 걸림돌로 보고 있는 주식매수 청구권의 행사자격과 행사요건 등도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주성남 기자 | js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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