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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경제규모 급성장 장미빛 전망 이르다

5년 내 추월 우려, 철저한 대비 필요

중국의 급성장은 시장의 확대를 가져오지만 반대로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기술력도 추월당하고 시장도 역습당할 수 있다.
아직은 장밋빛 전망을 하기에 이른 상황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될 시점이다.

최근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한·중간 무역 및 투자 증가로 한국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1993년 이후 줄곧 흑자를 기록하는 무역수지에서 알 듯이 한국의 경제적 운명은 이미 중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중국으로 진출하여 국내제조업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있다. 요동치는 중국경제. 중국의 경제 성장은 우리에게 기회다. 그러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거대한 중국의 성장 그늘 속에 예속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점차로 커지고 있다.
한·중 무역의 급신장으로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상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중 무역 규모가 1990년 28.5억 달러(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에서 2003년 579.4억 달러 (同 15.5%)로 확대되었다. 특히 2003년 수출은 전년대비 50.3% 증가한 357억 달러로, 대중 무역수지 흑자 134.6억 달러는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86.6%를 차지한다.
한국의 대중 투자는 2000년 14.9억 달러에서 2003년 44.9억 달러로 급증함으로써, 투자 비중이 12.6%에서 37.0%로 확대되었다. 2003년 한국의 대중 직접투자는 홍콩(177.0억 달러)과 일본 (50.5억 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했고 미국을 앞섰다. 증가율에 있어서도 세계 전체의 월평균 대중 투자 증가율이 0.6%인 반면 한국은 60.9%에 달한다.
통계에서 보듯 우리경제는 중국경제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의 급성장은 시장의 확대를 가져오지만 반대로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기술력도 추월당하고 시장도 역습당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아직은 장밋빛 전망을 하기에 이른 상황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될 시점이다.



중국과의 교역량 증가로 컨테이너 연간처리물량 1천만 개를 넘은 부산항 하역작업

부품업체 동반진출 무역흑자 감소
유독 대중무역에서만 흑자폭이 큰 것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현지 생산을 위해 한국에서 막대한 양의 각종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해 왔기 때문이다. 일찍이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들의 경우 부품 및 자재를 국내 하청업체를 통해서 조달해 왔다. 중국 내 생산과 수출이 늘어날수록 국내 수출도 증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품 등 중간 생산재 업체들이 대기업들을 따라 중국에 동반 진출하는 현상이 급증하면서 이 같은 중간재 수출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한국을 떠나 중국에 대거 진출했다. 이 같은 추세가 자리잡으면 ‘중국 진출 국내 대기업의 현지 매출증가 →한국으로부터 부품수입증가 →대(對) 중국 수출 증가’라는 무역흑자의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중국현지 투자와 기술이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중국 내 수요 충당의 단계를 넘어서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많은 제품들이 우리나라로 역수출되고 있으며, 향후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 5년 내 한국추월
우리는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세계적 수준의 핵심기술보유 측면에서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2003년 기술수준 평가결과 보고’에 따르면 핵심기술 99개 분야에서 우리의 기술수준은 65.1%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과의 격차도 5.8%다. 핵심 일류기술 수는 미국 88개, 일본 16개, 유럽 16개이나 우리는 단 한 건도 없다. 주목할 점은 중국과 비교할 때 한국 65.1%, 중국 52.5%로 기술격차가 12.6%로 좁혀졌다. 우리 기술수준이 중국보다 1년 7개월 앞선 것에 불과하며 5년 이내에 한국수준을 추월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중국과는 좁혀지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중국과학원은 오는 2020년을 전후해 세계수준의 과학자와 고위 과학기술 관리 전문가를 양성해 보유할 계획이라고 바이춘리(白春禮)과학원 부원장은 밝혔다. 고부가가치 산업육성을 위한 전문기술력의 양성을 위해서다.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경제성장의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앞선 기술로 세계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해왔는데 그것마저 추월당하면 정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의 저우추취(走出去: 해외진출) 전략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첨단기술을 보유한 해외기업의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이제 우리를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는 단계에 와 있다.

대중의존도 심화는 우리경제의 불안요소
한국 경제의 높은 대중 의존도는 중장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부정적 효과가 우려된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4월 경제보고서에서 밝혔다.
▲부메랑 효과 = 한국의 제조업 공동화 가속화는 물론,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저성장 기조에 진입할 경우에는 한국의 주요 수출품이던 중간재 소재가 오히려 역수입되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부메랑 효과’가 우려된다.
▲한·중 경합 치열 = 시장 개방을 통한 선진기술 습득으로 중국이 ‘첨단기술의 블랙홀’로 등장함에 따라 한중간 기술 격차가 축소되어 중국 내수 시장은 물론 국제 시장에서의 한중 경합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기준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의 1등 상품은 69개(11위)로 중국의 735개(2위)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중국은 일본의 414개 (3위)보다 많다.
▲시장점유율 잠식 = 백색가전과 섬유, 신발은 중국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IT 기기는 물론 반도체와 완성차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제2국에서의 경쟁확대 = 중국의 WTO가입으로 그동안 국제시장에서 받아온 불이익의 상당 부분이 해소됨으로써 중국 기업제품은 물론, 중국 현지에 진출한 외국사 제품의 제3국 시장에서의 경합 품목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경제의 경기과열, 통상마찰, 정치·경제 시스템의 이원화, 개발도상국의 불확실성, 금융권 부실채권, 고실업과 국유기업 적자확대 등 불안 요인들이 표면화될 경우, 한국 경제는 높은 대중 의존도로 인해 수출 부진, 투자 손실과 같은 영향으로 심각한 경기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

국내산업의 공동화…성장동력 상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경영 환경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인 마인드가 결여되어 단기간 내에 획기적인 환경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국내 투자에 대한 보완 투자의 개념을 넘어서 중국에 대한 투자가 계속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생산설비의 중국 이전으로 제조업의 공동화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울지역의 종업원 80인 이상 제조업체 220개 사를 대상으로 2003년 5월에 실시한 상공회의소 설문조사에 의하면 4~5년 내 제조업 공동화가 발생 가능하다고 응답한 업체의 비율이 49.5%, 5~10년 내 발생 가능하다는 업체가 40.7%로 공동화 문제가 10년 이후에 발생하거나 또는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인 9.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제조업 공동화를 우려하는 것은 제조업이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기 때문이다. 공동화가 현실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자본 축적이 둔화되고 저성장·고실업 구조가 지속돼 성장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송영관 연구원은 공동화에 대해 “2001년 이후 제조업 부문에서 국내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액을 웃돌고 있고 제조업의 해외생산이 증가하고 있다. 제조업 설비투자는 2000년 이후 감소 추세에 있다. 2003년 6월 제조업 신설법인수는 전년동월 대비 19.7%나 감소하는 등 제조업의 국내 창업이 부진하다”며 그 배경에 중국의 급부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는 기회 철저한 대비 필요
이상에서 보듯 여러 가지 어려운 실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며 무역대상 국이다. 중국 경제의 고성장 전망과 소비의 고급화, WTO 가입에 따른 시장경제화와 개방 확대 등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더욱이 중국은 향후 10년 이상 7% 이상의 고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미국 CIA에 의하면 2020년 중국의 구매력은 20조 달러로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추격과 또 중국경제가 내포하고 있는 위협요인들이 현실화되기까지 남아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그렇기에 동북아 경제권이란 틀 속에 한국의 생존전략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첫째 고부가·고기술 부문의 신 성장 동력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한·중간 경쟁 관계를 고려한 시장별 차별화 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예전처럼 저임금에 의존한 저가제품에 기반을 둔 경제상장을 이루기 불가능할 것이다.
둘째 R&D 투자 확대를 통한 기술력 향상과 디자인과 설계 분야의 적극 투자 등으로 기술력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청년실업과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정부투자기관, 정부출자기관,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의 이공계 출신 채용을 의무화하는 등 2007년까지 이공계 석·박사의 일자리를 1만 개 이상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셋째, 선진기술 유입에 적극 나서야 하며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시 동반되는 기술 이전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를 유발할 수 있는 핵심기술의 이전은 지양해야 한다. 고려대 김익수 교수는 “중국과 기술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해외투자와 기술수출 시 ‘기술보안 등급제’를 시행하고 불법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째, 교역 및 투자 대상 지역의 다변화를 통해서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한다. 중국 이외의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여타 국가 및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북한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야 한다. 중국 이외 지역에 대한 수출선을 다변화하여 중국경제의 위기나 경기 침체시 여파로 인한 수출 급감의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섯째, 직접적 경쟁보다는 효율적인 분업 구도를 모색하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 경제’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서울대 이근 교수와 인천대 김민수 교수는 초기 중국진출기업은 모든 부가가치 공정을 직접 담당했으나 이제는 R&D나 기술, 생산 등 한두 가지 부가가치 공정만 담당하고 마케팅 등 나머지를 중국이 맡는 분업화된 기업진출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공존과 융합을 모색하기 위해 기업차원에서 각 모델에 맞는 전략과 지속가능한 분업관계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상의 대책을 한마디로 줄인다면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일 것이다. 대결노사관계, 고임금, 각종 규제정책, 정치불안, 생산성 저하 등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최근 일본은 해외 생산기지를 줄이고 국내 설비투자를 늘여나가고 있다.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일본은 버블붕괴 후 10년 간의 장기침체를 겪었다. 그 원인 중에 제조업의 공동화가 큰 작용을 했다. 중국이라는 블랙홀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정책과 기업경영을 경계해야 한다. 싱가포르가 중국부상에 대비해서 세금·임금삭감·임대료 감소 등을 통해 신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규제완화 등의 개혁을 단행해 경쟁력 비상대책을 마련한 전례를 거울 삼아야 할 시점이다.

강성철 기자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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