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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경기 회복되고 있나
산업활동지표는 오름세, 소비한파 해빙 무드

실물경기지표가 부진한 체감경기 지표에 영향을 받아 위축될 것인가 아니면 부진한 체감경기가 개선중인 실물경기 회복을 반영하여 회복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점차 소비가 회복되면서 내수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백화점 정기세일 때도 본 매장(위)은 여전히 썰렁한 가운데 할인폭이 큰 이벤트 행사장에만 고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내수부진의 대표되는 체감경기가 회복되고 있는가. 산업활동 지표는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실제 소비증가 등 체감경기는 아직도 한겨울에 있는 양극화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수출기업의 체감경기는 15개월 만에 가장 좋아졌지만 내수기업은 지난해 말보다도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휴대폰 등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5년 2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30일 발표한 ‘2월 중 국제수지 동향’에서 “지난달 수출이 2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호조를 보이면서 2월 중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30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고”고 밝혔다. 이는 지난 98년 12월(31억7천만 달러) 이후 가장 큰 흑자폭이다. 2003년 4분기 중 회복으로 반전된 산업활동동향이 2004년 들어 경기상승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문제는 실물경기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가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낮다는 점이다. 지난 3월중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한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반전되었다. 산업자원부는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작년 3월보다 각각 11%, 0.2%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반짝’ 증가세를 보인 이후 한 달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이다. 2월의 경우는 전년과 달리 설 연휴가 없어 조업일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황사와 폭설 등의 기상 악화에다 탄핵 및 총선 등으로 인한 정치불안과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맞물려서 매출감소폭이 커졌다”고 말한다. 이는 경기지표 개선이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에 의해서만 주도된다는 것과 수출호조 역시 반도체, 영상음향통신, 자동차, 철강 등 중화학 공업의 독주에 의해 이루어짐에 따라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2004년도 2/4분기부터 실물경기지표가 부진한 체감경기 지표에 영향을 받아 위축될 것인가 아니면 부진한 체감경기가 개선중인 실물경기 회복을 반영하여 회복될 것인가의 여부다. 이에 대해서 전문기관의 분석은 대체적으로 시기에 차이는 있지만 점차 소비가 회복되면서 내수 부진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5.2~6%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은 체감경기가 개선되는 경기지표의 영향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경기상승의 견인차인 수출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4년에도 미국의 고용회복에 의한 세계경제 회복에 힘입어 호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둘째, 소비 및 설비투자 주도에 의한 내수경기 회복시점이 임박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체감경기 개선의 관건인 내수경기가 총선 이후 정치불안이 해소될 경우 2/4분기 중 가시적인 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설비투자 역시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5개월 연속 80%를 상회함에 따라 2/4분기부터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다. 셋째,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비심리는 되살아날 것인가. 현장에서의 위축뿐만 아니라 실제로 통계치도 어려운 상황임을 드러내고 있다. 가계소비심리는 지난 2개월 연속 악화됐다. 2004년 3월 중 소비자기대지수는 2월 96.3에서 94.4로 하락했으며, 소비자평가지수도 2월 71.9에서 68.5로 하락해 2003년 이후 진행된 5개월 연속상승에서 벗어나 하락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소비심리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3월 중 소비심리 위축요인으로 작용하던 정치적 불안요인이 16대 총선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아는 있지만 2/4분기 중에 해소되리라 예상되고 있다. 둘째로 가계소비심리의 위축요인이던 국제유가의 경우, 3월을 정점으로 2/4분기 중 투기적 수요에 의한 가격버블이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소비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 결정요인인 고용여건이 2004년 들어 본격적인 회복(비농가취업자 2003년 4/4분기 중 전년동기비 0.8%증가, 2004년 1/4분기 중 전년대비 2.8% 증가예상)을 보임에 따라 가계소비심리는 고용여건의 개선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의 수장인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5%)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수출드라이브가 워낙 강해 2/4분기부터 투자와 고용이 늘어 소비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헌재 부총리는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1/4분기 경제운영 결과를 놓고 볼 때 한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2/4분기 후반이나 하반기부터 투자와 고용, 소비도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승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내 경기가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왔다”며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경제성장률도 당초 전망인 5.2%다 다소 높은 5.2~6%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그러나 박승 총재가 밝힌 긍정적인 경제성장률 및 물가의 상승전망, 고용증가 등은 모두 한은으로 하여금 콜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가중시키는 요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금리는 기존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더군다나 향후 콜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 전혀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승총재는 이러한 경제전망치에 대한 상향조정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꿀 필요는 없다는 입장까지 강조했다.
때문에 경기관점이 실제 행동(콜금리동결)에 비해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전망이 아니었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전망의 근거인 수출증대→고용확대→임금인상→소득증대→소비회복의 선 순환고리가 확실한 흐름을 자리잡기에는 여전히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다. 이라크의 정국불안이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지고 있으며 원화의 절상압력 또한 여전히 높은 상황에 있어 수출호조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고용창출도 올 들어 정부의 재정지출이 크게 확대된 데 따른 공공서비스 부분의 고용확대라는 측면이 강해 일관된 흐름을 보일지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화증권 최석원 연구위원은 “올 들어 경제여건이 지난해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나 소비자 전망수치나 기업의 투자지표 등이 여전히 개선의 시그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장밋빛 전망을 하기에는 좀더 지켜봐야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강성철 기자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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