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이코노미 > Special Report


'효자시장' ASEAN이 흔들린다

일본ㆍ중국ㆍ인도와 FTA 적극 추진, 한국은 왕따

아세안과 중국이 FTA를 체결할 경우 이는 인구 17억, GDP 2조 달러, 무역규모 1.2조 달러의 세계 최대 단일시장이 창설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 자극을 받아 일본도 아세안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중이다.
일본은 또 아세안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며, 중국과 거리 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와중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써야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까?



한ㆍ중ㆍ일 3국의 대 아세안 수출을 한마디로 펴현하면 우리나라는 약진, 중국은 급격한 증가, 일본은 감소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발리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정상회의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는 모습

5억3천만 인구의 거대 시장 아세안(ASEAN). GDP 규모 6천1백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약 1.2배인 아세안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최근 들어 ‘역동적 신흥시장’ ‘새로운 거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아세안 지역에서 FTA 확산이 눈에 띄게 이뤄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KOTRA 측은 이에 대해 “아세안이 역외국에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다”며, “아세안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와 경쟁적 요소가 크기 때문에 동아시아 시장에서 고립을 막고 대 아세안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아세안과의 FTA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
아세안은 그동안 저임금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한 해외 다국적 기업들의 조립 산업기지로서 큰 역할을 해왔다. 또 풍부한 천연자원에 눈독을 들인 해외기업들로부터 투자 대상지로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아세안은 14년간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효자 시장’으로서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나라의 대 아세안 투자가 본격화된 것은 1987년 이후. 그 사이 우선 교역량만 따져도 우리나라 총 교역의 약 10%를 차지하는 곳이 바로 아세안이다. 당연히 주요 시장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증명하듯 최근 10년간 수출증가율 약 62%, 수입증가율 약 135%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기저기서 이상 신호가 접수되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빠른 속도로 밀려나면서 수출증가율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대로 대 아세안 수입은 크게 증가, 지난해 흑자규모는 최고를 기록했던 1996년에 비해 약 80%나 감소했다.
가장 큰 우려는 중국에 의해 아세안 시장이 잠심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현재 아세안 수입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해마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시장점유율은 하락하고 있으나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고, 우리나라는 간신히 4~5% 대를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액기준으로 볼 때 대 아세안 투자는 97년에 6.2억 달러로 최고를 기록한 뒤 2002년까지 해마다 감소했다. 건수 기준으로는 94년에 275건으로 최고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03년에 간신히 상승세를 회복해 217건으로 투자 건수가 늘어났으나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낙관할 수 없다.
이처럼 계속해서 약세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국내기업이 투자여력을 상실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그밖에 아세안 국가들의 정치적 혼돈, 중국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선호도 급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설상가상인 것은 최근 들어 아세안이 역내 FTA뿐 아니라 일본, 중국, 인도 등 역외국과의 FTA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는 2002년 11월, 향후 10년 안에 FTA를 출범시키기로 이미 얘기가 끝났다. 이에 따라 중국은 올해부터 아세안 국가들의 농산품 관세를 인하하고 있는 중이다.
만약 아세안과 중국 간에 FTA가 창설될 경우, 이는 인구 17억, GDP 2조 달러, 무역규모 1.2조 달러의 세계 최대 단일시장이 창설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 자극을 받아 일본도 아세안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중이다. 우선은 2002년 11월 FTA를 포함한 포괄적 경제협력 협정에 서명, 이의 합의사항을 10년 내에 모두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멕시코와 최근 들어 FTA를 타결한 일본은 아직 협상중에 있는 우리나라에 이어 최근에는 아세안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도 역시 아세안과 FTA를 창설하기로 2002년 11월에 공식 합의했다. 이어 2003년에는 포괄적 경제협력을 위한 기본협정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부터 단계적으로 관세 인하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FTA와 관련한 움직임은 아세안에 속한 개별국가 차원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을 중심으로 FTA 체결 움직임이 활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 3개국은 2004~2005년 체결을 목표로 현재 일본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그 중에서도 싱가포르는 아시아 통화위기를 겪고 난 후 아세안의 역내 협력을 우선하는 기존의 자세를 크게 급선회했다. 그 결과 2004년 2월 현재 아세안 국가 중 역외국과의 FTA를 가장 많이 체결한 나라가 됐다.
말레이시아 역시 싱가포르와 상황이 비슷하다. 아세안을 우선시하던 기존의 입장에서 전환, 일본과 FTA 협상을 진행하는 쪽으로 활발히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 역시 무역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개별국간 FTA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나라다. 올해만 해도 일본과 호주 등 2개국과 FTA가 체결될 전망이다. 태국은 또 오는 6월쯤 미국과도 FTA 합의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 중 특히 아세안과 일본의 FTA가 체결될 경우 우리의 아세안 수출은 타격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제품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아세안 주요 5개국에서 천만 달러 이상의 수출품목 중 거의 모든 품목에서 일본산과 경쟁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과의 경합 품목 수 역시 최근 5년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위기감을 더해준다. 특히 한국산이 우위를 보이던 상품에서 중국산으로 빠르게 대체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늘었다. 게다가 그 기세는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대응이 늦은 편이다. 올해 들어서야 겨우 첫 걸음을 내디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3월초에 정부 차원에서 아세안과의 FTA 추진을 위한 공동연구회가 열린 게 현재로서는 고작이다.
이에 대해 KOTRA의 조병휘 FTA 전담반장은 “아세안 시장의 상실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비교우위 품목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이어 “한국-아세안 간 FTA 체결을 적극 추진하되 일반적인 관세 철폐뿐 아니라 우리 기업의 투자진출 및 현지영업 여건을 개선하는 데도 주력함으로써 AFTA 무역장벽 회피 및 역내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투자진출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세계 강남점에 선보인 태국산 '로얄 골드 망고'. 아세안과 RTA를 추진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비교 열위 분야인 농수산물은 유예기간을 두거나 예외를 두는등 신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중·일 3국의 대 아세안 수출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우리나라는 약진, 중국은 급격한 증가, 일본은 감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4.7%가 증가한 반면 중국은 무려 122%가 증가해 우리나라를 크게 압도했다. 또한 일본은 감소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수출규모 면에서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나라의 3.6배, 중국의 2.2배에 달하는 수출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현재의 큰 위협은 일본보다 중국이다. 중국의 성장속도가 워낙 빨라 아세안 수출시장의 잠식이 심화되고 있는 탓이다. 그 중에서도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에서는 절반 이상의 품목이 중국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전기·전자, 기계류에서 두드러진다. 아세안 시 장에서 점유율상 우위를 보이던 품목에서 중국에 역전 당한 품목의 비중이 큰 것도 문제다. 이들 품목에 있어 중국 상품에 의한 대체는 현재 빠른 속도로 진행돼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세안과 일본, 중국이 FTA를 체결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과 중국의 수출경쟁력은 눈에 띄게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가별로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의 시장 상실이 가장 눈에 띌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및 일본과의 경합상품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관련 수출은 최근 아세안 시장에서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품목이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이 아세안과 FTA를 체결할 경우 타격이 클 것은 보나마나다. 중국의 대 아세안 자동차 수출은 아직 미약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출액이 크게 늘면서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아세안 주요국에서 관련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우리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가전제품, 석유화학, 섬유·직물 분야의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그간 꾸준한 성장을 보여 온 냉장고, 세탁기, 플라스틱 제품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 무선 통신기기, 컴퓨터, 반도체 등의 IT 제품 역시 비관세 장벽 인하 및 철폐에 따라 적지 않은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응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ORA 측은 이에 대해 “중국, 일본, 인도가 아세안과의 FTA 체결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이의 대응이 상대적으로 늦은 한국도 아세안과의 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 동경대학교의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한국과 일본간 FTA가 늦어질 경우, 일본은 한국과의 FTA 체결을 포기하고 대신 아세안과 교섭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앞으로 1~2년이 매우 중요하며, FTA 문제에 더욱 적극적, 조직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KOTRA 측의 입장이다. KOTRA 측은 구체적으로 첫째, 아세안 시장에서 FTA 체결을 조속히 추진할 것, 둘째, 아세안과의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서 각 산업분야별로 관련단체 및 업계, 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가며 협상 포지션을 설정할 것, 셋째, 아세안과 FTA를 추진할 경우 우리에게 유리한 분야인 자동차, 자동차 부품, 가전, 석유화학 분야에 중점을 둘 것, 넷째, 우리의 비교 열위 분야인 농수산물 분야는 유예기간을 두거나 예외를 두는 등 신축적으로 대응할 것 등을 얘기했다.
그밖에 AFTA의 무역장벽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FTA의 협정내용 확대, 전략 수출상품의 발굴 및 육성을 통한 수출확대, 기술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화 노력도 우리에겐 시급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기사제보 | 구독신청 | 광고문의 | 회사소개

(110-140)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 85-1
TEL 02-398-3762~8, FAX 02-398~3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