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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부는 한국산 열풍
가전제품은 삼성ㆍLG가 최고

러시아가 해마다 선정하는 최고의 국민브랜드에 한국 상품이 6개 부문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은 물론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여타 한국기업들도 좋은 마케팅 기회를 선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에서 열린 국민브랜드 시상식 장면. 엄지손가락이 그려진 국민브랜드 마크는 25개 공산품을 대상으로 최우수 제품에 수여되며, 한번 수상하면 2년 동안 사용이 허가된다
러시아에서 한국산 가전제품의 인기가 뜨겁다. ‘2004년 러시아 국민브랜드’ 발표 결과 총 20개 분야에서 한국 상품이 무려 6개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 발표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무척 의미가 깊다. 국민브랜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러 면에서 최고로 인정받았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품질을 갖춘 제품으로 인식돼 상품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짐작된다.
KOTRA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브랜드로 선정된 한국산 브랜드는 삼성과 LG 제품. 삼성은 DVD와 VCR, 홈 시네마의 3개 부문에서, LG는 오디오와 에어컨, 진공청소기 등 3개 부문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적어도 가전 부문에서만큼은 한국산이 최고로 인정받고 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이들 제품은 지난 3월 말 크렘린 궁 대공연장에서 성황리에 인증 행사를 마쳤다. 러시아 상공회의소, 국민브랜드 조직위원회, 수상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 러시아 전역에 홍보됐음은 물론이다.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은 물론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일반 중소기업까지도 이의 후광을 톡톡히 맛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르긴 몰라도 다른 경쟁국에 비해 훨씬 월등한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은 분명하다. 한편 이는 전년도에 비해서도 크게 나아진 성적이다. 2002년의 경우 삼성은 TV, LG는 전자렌지의 각각 한 부문에서 1위에 선정됐다. 그러던 것이 불과 1년 후인 2003년도에는 에어컨, 진공청소기 등 기타 가전분야로까지 확대돼 양사 모두 크게 약진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2002년도와 비교할 때 조사 분야가 달라진 것도 크게 한몫한다. 전에는 맥주, 주스류, 차, 커피 등의 음료수 및 담배, 치약, 초콜릿 등의 일반 기호품, 나아가 휴대폰과 같은 몇몇 전자제품만이 조사대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2003년도에 들어서 달라진 러시아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DVD, 에어컨, 홈 시네마 등의 전자제품은 물론 항공사, 보험회사, 은행 등 서비스 업체까지 포함됐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제때 반영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겨우 두 개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던 한국 제품이 1년 만에 6개 분야로 늘어난 것은 고무할 만한 일이다. 한국 제품에 대한 러시아인의 신뢰도와 만족도가 얼마나 높은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 국민브랜드 조직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이 조사는 러시아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대상으로 매년 한 차례씩 이뤄진다. 하지만 조사대상 분야는 변화하는 러시아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2년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2003년의 경우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시, 몰도바 등 러시아 전역에 걸쳐 2개월간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는 인터넷 참가자를 포함해 총 6만5천216명. 러시아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20개 품목에 대해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 조사에서 국민브랜드로 선정될 경우 향후 2년간 해당 분야의 대표 제품으로 공인받게 된다. 또 TV, 라디오 등을 통한 공동광고를 비롯해 고유 스티커 부착이 허용되는 등 높은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3회 이상 1위를 기록하면 10년간 국민브랜드 타이틀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다. 현재 이러한 권리를 향유하고 있는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네스카페’ ‘질레트’ ‘코닥’ 등이 그것. 삼성전자의 경우는 컬러 TV가 지난해에 영구 국민브랜드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98년에 이어 2000년, 2002년에 각각 국민브랜드 1위에 오른 덕분이다. 삼성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 TV의 국민브랜드 획득은 특히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유수의 경쟁사 제품을 제치고 이뤄진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전한다.
그동안 이 마크의 영구 사용권을 얻은 기업은 네스카페와 코카콜라, P&G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뿐. 그 틈을 뚫고 전자제품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삼성의 제품이 선정된 것이다. 모두가 개방화 이전인 90년 초에 일찌감치 러시아에 진출한 후 신속히 제품을 공급하는 선점 전략을 추진한 결과다. 삼성의 가전제품은 품목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나 평균 25~30%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LG전자의 진공청소기 역시 현재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 무난히 영구브랜드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관계자들은 이를 발판으로 삼아 조만간 인도, 브라질, 중국 등에서도 선전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LG전자의 러시아 법인장 변경훈 부사장은 이에 대해 “이번 국민브랜드 선정은 러시아인들의 입장에서 접근하고자 했던 LG전자 현지화 전략이 결실을 본 것” 이라며 “올해는 고감각 카메라 폰을 앞세워 휴대폰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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