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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력난 고도성장 후유증
전기 없으면 공장도 올 스톱


욱일승천하는 경제성장 속에서 중국이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인 전 기가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9.1%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 으나 눈치를 보느라 통계를 축소했다는 논란마저 일고 있을 정도다.

중국 최대의 경제도시 상하이가 최근 가정용 전력에 대해 시간제별 요금차등제를 도입했다. 사진은 휘황찬란하게 빛났던 지난해 여름 중국 상하이 난징 거리의 네온사인
20억 인구를 가진 대국(大國) 중국의 성장은 과잉투자의 후유증을 고스란히 남겨놓았다.
그 중에서도 동력(動力)인 전기의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의 전력소비는 고도 성장이라는 GDP 성장률마저 크게 웃도는 15% 수준에 달한다. 이 때문에 중국 전체의 전력공 급 부족분만 1억㎾h에 달했다.
문제는 전력난이 올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올 1분기 중국의 전력사용량은 4천800억㎾h로 전년 동기 대비 16.4% 늘어났다. 1분기 지린, 랴오닝, 헤이룽장, 신장, 하이 난성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성급 전력망은 모두 제한 송전을 실시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상하이와 저장, 장쑤, 안후이성 일대 화둥 지역의 전력난은 가장 심각하다. 그만큼 경제활 동이 활발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올해 전력 부족분은 3천만㎾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한국기업의 진출이 유난히 활발한 지역이라 국내산업계도 중국 전력난에 무관하지 못 할 전망이다. 실제로 장쑤성 난징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제한송전을 할 당시 현지진출 외국기업에 대한 전력송전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었다"면서 "성 정부가 나서서 전력공급을 보장해줬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가 없으면 공장은 올 스톱"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중국 전력난의 주범은 당연히 공업활동이다. 올 1분기의 경우에도 전력사용량 증가에서 공업 분야가 차지하는 역할이 가장 큰 것은 물론이다. 특히 중공업 분야의 전력소모량이 막대하고 이 가운데 알루미늄이나 철강 등 에너지 고소비 업종이 전력부족을 부추기고 있 다.
또 다른 전기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전력생산을 위한 석탄 공급의 부족이 꼽히고 있다. 올 1분기 산둥성 등 일부 화력발전소의 경우 석탁 공급부족으로 발전중단 사태가 벌어졌으며, 지난해 여름철에는 저수량 부족으로 수력발전소의 전력생산량이 줄기도 했다.
여기에 전력분야에 대한 투자가 낮아져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은 90 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체 사회간접자본 투자액의 12%를 전력에 투자했으나 90년대 말 이후 6 7%에 그쳤다. 상하이의 경우 지난 2002년 전력분야 투자는 오히려 18.3%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러한 전력생산의 문제는 일부 발전소의 과부하 요인으로 작용해 전력사고로 인한 전력공급 장애를 발생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단기적인 대응책으로 전국 전력 수요관리(DSM)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력수요 절정기의 부하를 감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 는 DSM 체제는 지역별·시간제별 요금차등제는 물론, 각종 제안을 활용해 전력수급을 효율 적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미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는 최근 가정용 전력에 대해 시간제별 요금차등제를 도입했다.
상하이는 올해 약 200만㎾h의 전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 각 기업에 정상적인 생산에 영향 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휴무일을 조정하도록 조업지도하고 있다. 또 상하이를 중심으로 이 지방의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화둥전망공사(華東電網公司)는 남동부의 푸젠전망공사를 합 병하고 올해중 총 발전생산량이 779만㎾h에 달하는 발전소 23기를 새로 가동할 계획이다.
저장성의 경우 전력소비가 많은 기업에 대해 한 주당 2~3일 휴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저장성은 전력부족으로 시멘트공장 가동률이 80%에 그쳐 시멘트 가격폭등 원인이 되고 있 다. 후난성 창사의 경우에는 지난해 말부터 '카이산팅이(開三停一·3일 송전·하루 단전)'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향후 전력 고소비 업종에 대한 전기료 우대혜택 취소 전력망간 공급범위 확대 및 협력강화 전력사고 방지를 위한 관리강화 전력공급의 안배 등을 통해 전력난 문제를 극복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미봉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공급의 부족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올해 중 국의 전력난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전역의 전력 송전을 책임지고 있는 전 망공사가 발간한 '중국 전력시장 분석과 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신규증가 전력량은 1천400억㎾h에 달하고, 내년에는 1천340억㎾h의 신규증가량이 발생해 각각 7.8%와 7.0%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향후 수년간 전력수요가 11% 이상 증가, 정부의 투자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력난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당국은 이에 따라 대안 모색에 적극 나섰다. 특히 핵발전소 건립방안이 부상하고 있 다. 중국핵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부터 오는 2020년 사이에 핵 발전을 통한 전력공급 량을 현재보다 4배로 늘려 3만2천㎿의 전력을 확보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중국은 이 기간중 대략 한 해에 2기씩의 핵발전소를 건설해 핵에너지의 비중을 지난해 1.4%에서 2020년까지 6%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국은 현재 가동중인 8기의 핵발전 소에서 6천200㎿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3기가 추가로 완공되는 내년에는 8천800㎿를 핵에서 얻게 된다. 주요국들의 핵에너지 의존도가 평균 30%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이런 목표치는 확대조정될 가능성도 높다.
중국의 핵에너지 투자확대에 따라 핵발전소 건설수주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가 동중인 8기와 건설중인 3기의 핵발전소를 모두 프랑스와 영국, 캐나다 등 외국기술로 건설 한 중국은 현재 좀더 선진적인 미국의 기술과 중국 기술자들이 익숙해진 프랑스 기술 사이 에서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기존의 핵발전소는 모두 중국 동해안에 위치했으나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후난, 후베이, 쓰촨성 등 내륙지방에도 핵발전소 건 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업계의 발 빠른 대응도 요구된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는 전력분 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으로 오는 2006년부터는 전력수급의 안정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조차도 통제하기 어려운 성장의 동력이 거세지는 한 전력난은 앞으로 중국이 당분간 안고 가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이우탁 상하이 특파원 |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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