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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인구 중국, 식량비상
중국 식량안보 불안 속 세계 식량난 우려


인구 13억의 세계 최대농업국 중국이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할 경우 금전적인 부담도 문제지 만, 미국 등 곡물수출국에 의해 안보의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당·정·군 지도부 내에 팽배해 있다.

중국에서 철강 원자재 납품업을 하는 정모 씨는 사업의 애로점 중 하나로 운송수단 확보 를 들었다. 중국 운송 당국의 최우선 배정 대상은 식량이어서 때로는 화물열차나 장거리 화 물 트럭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식량 비상이 걸려 정부의 비축량 방출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중국은 6년간 지속된 식량생산 감소세로 작년에는 곡물생산이 수요에 비해 5천만 톤이나 부족, 올해부터 식량증산에 나서지 않으면 곡물을 대량 수입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고, 이미 작년부터 곡물가격이 최고 30%까지 급등, 물가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
식량은 안보물자여서 수입에 따르는 막대한 자금도 문제지만 지도부는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에 불안을 느끼고 있고, 중국발 식량난은 세계적인 원자재 파동과 마찬가지로 세계 식 량파동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국 당·정 지도부는 이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식량증산과 농민 수입증대를 올해 최 우선 역점 과제의 하나로 꼽고 정책적인 지원에 나섰다. 중국에선 이제 3농(농업, 농촌, 농 민) 문제가 지도층이 해결해야 할 화두로 대두됐다.
한국은 식량소비 패턴이 중국과 비슷한 데다 상당량의 곡물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고, 중국이 국제 곡물 재고를 줄이고 가격을 올려 중국의 식량난은 이미 '강 건너 불'이 아니 다.
작년도 중국의 곡물생산량은 4억3천200만 톤으로 수요에 비해 약 5천만 톤 부족했다. 세 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의 하나인 캐나다의 연간 곡물생산량과 거의 맞먹는다. 지난 1997년 5억1천200만 톤으로 피크를 이뤘던 중국 곡물생산량은 해마다 감소,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 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까지는 정부 비축량으로 어렵게 꾸려 나갈 수 있지만 곡물생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나 지 않는 한 당장 내년부터는 세계 최대농업국이 식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작 년 농산물 수입은 189억3천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52.1% 늘었다.
중국은 '식량은 기본적으로 자급자족한다'는 원칙 아래 우선 올해 곡물생산량을 2003년에 비해 5% 늘어난 4억5천500만 톤으로 증산한다는 목표다. 2002년의 수준으로 회복하고 점진 적으로 수요량 4억8천만 톤 선으로 접근할 방침이다.
이러한 현상은 95년부터 농업 구조조정을 단행, 증산정책을 포기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97년 곡물생산이 5억1천200만 톤으로 4천만 톤이나 남았지만 농산물 저가정책으로 농민들의 경작 의욕이 저하, 오늘의 5천만 톤 생산부족에 이르렀다.
농촌에 대한 투자부족에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가 겹쳐 농지가 유실, 황폐화한 것도 문 제다. 도시화, 산업화로 불법 농지전용이 늘어나고 경작지가 크게 줄었다. 작년 한해 경작 지 전체 감소량은 253만9천㏊. 산업화에 따른 농경지 전용이 22만9천㏊, 산림녹화를 위해 감소한 농경지가 223만㏊이다.
곡물생산이 달리자 농산물 가격이 껑충 뛰어 물가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작년 11월 후 난성 곡물경매장에서 톤당 600위앤(약 90만 원)하던 곡물이 880~940위앤에 낙찰됐다. 지난 1월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4.6% 상승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월중 옥수 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1.5% 상승했고, 밀은 19.9%, 콩은 31.4%, 면화는 41.7% 각각 올 랐다.
곡물가격은 중국에서 전체 소비자 물가의 30% 정도의 비중을 차지, 인플레 요인으로 작용 하고 있다. 곡물가격이 상승하자 도시빈민층이 살기 어려워졌고, 물가상승에 따라 임금이 올라 중국의 경제성장 기반인 저임금이 위협받게 됐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말 못지않게 "쌀은 총이다"라는 것이 공산당의 기 본정책이었다. 인구 13억의 세계 최대농업국 중국이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할 경우 금전적인 부담도 문제지만, 미국 등 곡물수출국에 의해 안보의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당·정·군 지도부 내에 팽배해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의 저명한 농업경제학자인 위앤룽핑 박사는 지난 3월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 大·의회격) 제2차 전체회의에서 "중국과 같이 큰 나라가 밥 먹는 문제를 외국에 의존하면 반드시 견제를 받게 된다"고 경고하고 "식량안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므로 자급해야 변화무 쌍한 국제정세 속에서 주동적 위치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정책연구소(EPI)의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중국의 곡물생산 감소는 세계 곡물시장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면서 올해 세계 곡물 부족량이 9천3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 했다.
브라운 소장은 "올해에도 중국 등에서 식량 부족현상이 발생하면 내년 이맘때는 100여 개 식량 수입국들이 식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계 곡물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 고했다. 중국은 식량이 모자라도 연간 2천만 톤 이상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식량이 부족한 중국이 원자재와 마찬가지로 국제 식량시장을 싹쓸이하면 국제파동이 우려된 다.
농업경제학자인 브라운 박사는 10년 전 '누가 중국을 부양할 것인가'에서 중국의 식량 자 급자족 능력에 회의를 표하면서 중국의 식량안보가 무너지면 세계 식량안보가 큰 타격을 받 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은 작년 10월 제16기 전국대표대회 중앙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3농(농업, 농 촌, 농민)을 최우선 정책과제의 하나로 선정했고, 당과 국무원은 지난 2월 농업과 농민 수 입증대를 '1호 문건'으로 채택했다. 1호 문건은 당·정이 추진해야 할 최대 정책과제로 농 촌 문제가 1호 문건으로 채택된 것은 지난 86년 이후 처음이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전인대 회의에서 행한 정부공작보고에서 앞으로 5년 내 농촌세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헤이룽장 성과 지린 성은 올해 시범지역으로 농업세를 없앴다. 다른 11개 성은 5.8%이던 농업세를 3%로 낮췄다.
국무원은 또 지난 3월 30일 식량증산을 위한 긴급통지문을 각 지방정부에 시달했다. 휴 경지에 대한 생산 재개 이농 농민의 귀농 장려 현 정부의 식량증산을 위한 책임감독제 실시 등이 그 골자다.
한편 한국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의 약 30%가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어 중국 농산물 가격 상 승이 한국의 수입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중국 농산물은 옥수수이며, 한국은 작년에 주로 사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국내 수요의 약 절반인 650만 톤의 옥수수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한국 사료업계는 중국 옥수수 가격의 상승뿐 아니라 중국도 축산업의 발전으로 옥수수 수 요가 급증, 적기에 원하는 물량을 수입할 수 있을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성대 베이징 특파원| sd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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