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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역사적인 '빅뱅'
미국과 겨루는 거대 경제권 탄생


유럽의 중ㆍ동구를 중심으로 10개국이 최근 EU의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로서 2차 대전 후 동서로 분단됐던 유럽이 마침내 단일유럽으로 재결합했다. 서유럽만의 반쪽짜리 유럽이 아닌, 동서를 합해 명실상부해진 유럽은 앞으로 국제정치, 경제무대를 주름잡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이 5월 1일, 역사에 다시 한번 새로운 획을 그었다.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중ㆍ동구 8개국과 몰타, 키프로스 등 10개국이 EU의 회원국으로 새로 가입했기 때문이다.
EU의 역사적인 ‘빅뱅’인 셈이다. EU의 모체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지난 1952년 처음 출범한 이후 수차례 확대과정을 거쳤지만 10개국이 동시에 새 회원이 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번 EU 확대로 2차 대전 이후 동서로 분단됐던 유럽은 마침내 단일유럽으로 재결합했다. 또 서유럽만의 반쪽짜리 유럽이 아닌, 동서를 합해 명실상부해진 유럽이 국제정치, 경제 무대를 주름잡게 됐다.
아직까지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등 발칸반도 국가들과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이 EU에 가입하지 못했으나 이 국가들의 EU 가입도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서쪽 포르투갈에서 동쪽으로 러시아, 남쪽으로 아랍권과 접경하는 거대한 지역이 EU의 기치 아래 단일 국가연합조직으로 탄생할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EU는 이번 빅뱅으로 회원국이 예전의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인구가 3억800만 명에서 4억5천만 명으로 늘어났다. EU는 확대 이후 국내총생산(GDP) 8조8천억 유로, 교역규모 2조3천400억 유로로 증가했다. 미국이 인구 2억7천만 명, GDP 9조 유로, 교역규모 2조700억 유로인 것을 감안할 때 EU는 미국과 겨루는 거대 경제권으로 부상한 셈이다.
새로운 국제정치, 경제질서를 초래할 ‘EU 빅뱅’은 역외국가에는 무역, 투자를 위한 기회인 동시에 도전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역외국가의 투자기회 확대
이번에 EU에 신규가입한 회원국들은 유럽통합의 상징인 유로를 아직 사용하지는 않는다. 유럽단일통화인 유로를 사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재정, 환율, 금리안정 등 까다로운 제반 요건들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신규 회원국들은 EU 가입과 동시에 EU의 현행 관세동맹에 자동 편입됐다. EU의 공동관세율, 자유무역협정, 반덤핑과 같은 무역제재 조치 등이 신규 가입국에도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현 EU의 평균 관세율이 대부분의 신규 가입국가들 관세율보다 낮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관세인하의 효과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역외국가들에는 신규 가입국들에 대한 무역 및 투자 여건이 개선되고 기회가 확대된다고 볼 수 있다.
신규가입 10개국의 무역 및 투자절차 단순화, 법적 안정성 향상, 품질인증 및 표준화 확대, 정치적 안정에 따른 장기투자계획 수립가능 등으로 투자, 무역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규 가입국들은 올해부터 6년 동안 EU로부터 405억 유로에 이르는 막대한 재정지원을 받는다. 이는 이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소득을 향상시켜 점진적인 수입 수요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는 역외 국가들에는 수출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

역외국가 입장에서 불리한 측면
또 EU의 현행 수입관세 및 반덤핑조치 등이 한국 등 역외국의 중ㆍ동구 지역 수출품목에도 자동적으로 확대 적용된다. 한국 등 역외기업들의 경우 중ㆍ동구 시장에서 선진국 기업들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미국, 일본 기업들은 EU 확대를 앞두고 중ㆍ동구 시장의 저렴하고 우수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중ㆍ동구 시장진출을 이미 본격화했다. 이는 중ㆍ동구 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EU 기업들의 아웃소싱 기지, 하청업체 등으로 전락해 경제종속이 심화되는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과거 중ㆍ동구 국가들이 외국 투자유치를 위해 부여해 왔던 관세자유지역 내 무관세, 기타 세금유예 등 각종 혜택이 이미 폐지됐거나 앞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환경, 노동, 식품위생 등의 분야에서 EU의 엄격한 규정이 신규 가입국에 적용되면 이는 각종 비무역 장벽으로 작용해 역외국가의 중ㆍ동구 시장수출, 투자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한국의 대응방안
EU 확대의 결과, 한국으로서는 새로운 대 EU 통상, 투자전략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확대된 EU에서 중ㆍ동구 국가들은 경제적, 지리적 요충지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저렴하고 숙련된 노동력, 서비스 분야의 시장잠재력 등 상당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미 많은 해외 선진기업들의 신규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 자동차 업체인 푸조/시트로앵은 중부 유럽지역에 7억 유로를 신규 투자키로 결정했으며 필립스는 TV 생산 기지의 일부를 중국에서 헝가리로 이전키로 했다.
한국기업은 다양한 소비자 계층의 욕구에 맞는 상품개발 전략의 하나로 현지 직접투자 확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EU가 지난 97년 도입한 범유럽 누적원산지 지역규정에 맞는 관세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제품가치의 60%가 EU 지역 안에서 창출돼야 한다. 그러므로 부품, 생산, 조달의 현지화를 통해 현지 부품조달 비율을 높이는 것이 과제이기도 하다.
확대된 EU의 새로운 인접국가들을 EU 시장진출을 위한 우회기지로 활용해볼 수도 있다. 지중해 연안 8개국, 발칸국가들,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이 EU와 자유무역협정(FTA), 특혜관세제도 (GSP) 등을 통해 무역특혜를 누리고 있어 이 국가들을 우회기지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현경숙 파리 특파원 |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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