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내년부터는 멕시코에서 주요 경쟁업체인 일본과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한국-멕시코 FTA 성사가 극히 불투명한 가운데 '비 FTA 국가'란 고
립상황에서 고관세 장벽을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가전 3사는 생산·판매 법인별로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양과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역량을 총동원해 인구 1억 명과 세계 8위의 경
제규모를 갖는 미주대륙 거점으로서의 멕시코 시장을 지켜낸다는 전략이다. 이들 멕시코 진
출 가전 3사가 그동안 펼친 현지화 과정 및 앞으로 선택할 전략을 알아본다.
LG전자
LG전자는 2000년 4월 몬테레이 시에 냉장고 생산법인(법인장 이상동 부장)을 설립해 1차
로 3천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2001년 7월부터 중소형 냉장고를 생산해 멕시코 내수 및 중
남미 수출로 첫 해에 매출액 2천만 달러를 달성했다. 2002, 2003년에는 북미를 대상으로 대
형 냉장고를 생산하기 위해 총 6천만 달러를 투자해 연간 100만 대 생산능력을 확보했으며,
2002년 6천200만 달러, 2003년 1억2천100만 달러라는 폭발적인 매출액 신장을 기록했다.
물류 측면에서도 몬테레이 생산법인은 미국 텍사스 주와 인접한 국경지 누에보 라레도에
서 200㎞ 떨어져 있고, 중남미 수출을 위한 알타미라 항구와 인접해 있어 멕시코 내수는 물
론, 북미·중남미 전체를 판매망으로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향후 2006년까지 1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냉장고 생산라인을 추가하고, 세탁기·에어컨
등의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이 투자가 완료되면 미주지역 내 LG전자의 가전부문 생산 전진
기지라는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상동 법인장은 "이런 역할수행을 통해 궁극
적으로 LG전자가 선진시장에서 선진 메이커들과 나란히 경쟁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메이
커'로서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 레이노사 TV 생산법인(법인장 김기종 상무)은 멕시코 북동부 타마울리파스 주 레
이노사 시에 위치한 디지털 TV 생산거점이다. 2000년 1월 1일 LG가 100% 인수하기 전까지
제니스 TV 생산공장이었다. 당시에는 생산제품이 브라운관 디스플레이(CRT) 타입의 일반 TV
가 주품목이었고, 판매시장도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 한정됐다.
그러나 지금은 플라즈마 TV, 프로젝션 TV 등 최첨단 디지털 TV를 생산하고 있고, 판매망
도 북미, 중남미뿐 아니라 유럽까지 시장을 확대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는 주요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2002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물류 프로젝트는 멕시코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태평
양에서 멕시코를 통해 북미, 중남미뿐 아니라 유럽시장까지 연결하는 이번 물류 프로젝트는
앞으로 30% 이상의 물류비용 절감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등 멕시코 경제발전에 기여
한 공로를 인정받아 비센테 폭스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아시아에서 태평양을 통해 유럽
으로 연결되는 최고의 물류 경쟁력을 갖게 됐다.
또한 레이노사 법인은 북미, 유럽에서 급격히 늘어나는 디지털 수요에 대응해 총 7개의
생산라인을 증설중이고 연간 300만 대의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올해의 경우 전년대비 70% 늘
어난 5억 달러 규모의 목표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는 2006년까지 미주대륙 최
고의 디지털 TV 생산법인 목표달성을 위해 작년과 올해 총 2천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
행하고 있다.
김기종 상무는 "소니, 파나소닉 등 세계 일류 TV 생산업체가 밀집해 있는 멕시코에서 최
고의 품질과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TV 생산업체로서 자리매김을 확고히 하고 있다"면서 "북
미.중남미에 이어 유럽 시장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전략적 혁신활동을 수행 중에 있어 곧
세계 최초, 최고의 글로벌 톱 디지털 생산기지가 구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1994년 3월 설립된 LG전자 판매법인(법인장 박세우 상무)은 97년 매출 1억 달러 돌파에
이어 2000년 2억 달러, 2001년 3억 달러 등 매년 고속성장을 거듭해 올해는 7억 달러 매출
을 목표로 잡고 있다. 최근 벽걸이형 TV, 인터넷 냉장고, 양문형 냉장고, 유럽형 드럼 세탁
기 등 첨단 기술력의 제품 출시로 현지인들에게 기술력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어줬고, 우
수한 디자인으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판매법인은 또 기업이윤의 멕시코 사회 환원 및 사회봉사 활동에도 주력해 멕시코 소비자
들에 대한 기업이미지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 전역의 불우 청소년 4천 명에 대
한 무료교육기관인 '멕시코 소년의 집'과 자매결연을 통해 지속적인 후원활동을 전개하며
멕시코 당국 및 주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멕시코 진출은 멕시코 마킬라도라의 대명사 티후아나 지역에 복합생산단지를
건설한 1988년 3월 시작됐다. 티후아나 복합생산단지는 총 누적투자 1억8천만 달러, 3천 여
명의 임직원에다 연간 기준으로 컬러 TV 400만 대, 컴퓨터 모니터 300만 대, 휴대전화 130
만 대, PC 4만 대 등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로써 미국을 비롯해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의 생산 및 물류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를 발판으로 멕시코시티 소재 삼성전자 판매법인(법인장 백봉주 상무)은 95년부터 본격
적으로 멕시코 내수시장에 진입해 현재 컬러 TV, 컴퓨터 모니터, 고화질(HD) 프로젝션 TV에
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들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02년 12월에는 백색가전 제품시장의 적극적 공략을 위해 멕시코시티 인근 케레타
로 시에 총 5천만 달러를 투자해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케레타로 공장은 냉장고 20만 대,
에어컨 30만 대의 연간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케레타로 생산법인장 임청업 상무는 "현지
완결생산을 위한 현지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설비투자, 현지
부품생산 등에 주력하겠다"고 현지화 전략을 대폭 강화할 방침임을 밝혔다.
판매법인은 작년 6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해 해마다 30%의 고성장을 해왔으며, 올해는 8억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컬러 레이저 프린터, 카메라 폰 등 첨단제품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판매법인장 백봉주 상무는 "FTA 체결 등 일본정부의 지원을 받는 일본 브랜드에 비해 현지
생산을 통한 경쟁력 확보, 이에 토대를 둔 전략적 시장공략으로 멕시코 소비자의 마음을 파
고들 수 있도록 기술력과 제품력을 갖춘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경우 90년대 초부터 멕시코 진출을 시작해 현재 전자생산공장, 가전
생산공장, 판매법인 등 3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현지진출 이후 지속적인 마케팅 투자 및
현지화 전략을 추구해 멕시코 전체 전자제품 시장에서 10%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일본-멕시코 FTA 타결에 따른 영향과 관련해 이미 제품의 주요 생산
기지가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그렇게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일단 보고 있다. 다만 디지털 제품, 액정화면(LCD) TV 및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돼 현지생산을 추진중에 있고, 오디오 부문도 현지 업체와의
합작생산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멕시코 북부 산 루이스 리오 콜로라도에 있는 전자생산기지는 연간 250만 대 규모의 TV생
산능력을 갖추고 있고, 케레타로 소재 가전생산기지의 경우 냉장고 30만 대, 세탁기 25만
대, 전자렌지 30만 대 등의 연간생산 규모를 자랑한다.
판매법인장 장인상 이사는 "현지 진출한 멕시코에서의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거점별로
환경단체, 고아원, 양로원 등에 대한 지원 및 봉사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라면서 "이는 대우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일조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섭 멕시코 특파원 | kimys@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