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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확대 노동력 이동 우려와 기대
 기존 15개 회원국 모두 이민 제한장치 마련

서유럽 국가들의 낮은 출산율은 노동력의 부족을 초래할 뿐 아니라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로 사회보장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민은 노동력 부족과 인구의 노령화를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5월 1일부터 15국에서 25개국으로 늘어난다. 동유럽 7개국과 발트 3국 등 10개국이 신규로 EU에 가입함으로써 EU는 총인구 4억 5천만 명(미국의 1.6배), GDP 9조 달러(미국의 86%)의 거대 경제권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역사적인 EU 확대 조치로 기존 회원국과 신규회원국간 상품과 자본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됐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가 예상된다.
EU 확대를 앞두고 기존 15개 회원국은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유럽으로부터 유입되 는 이민을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그리스는 EU 확대 이후에도 향후 2년 간 신규 회원국 노동자의유입을 제한 하는 규정을 발표했으며 스페인, 오스트리아, 포르투갈은 동유럽 국가로부터 들어오는 이민 자의 수에 대해 국가별 할당량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동유럽 이민자에 대한 문호 개방을 약속한 바 있는 영국도 빗장을 걸어 잠그기는 마찬가 지다. 영국 정부는 EU 확대를 계기로 동유럽 국가의 저임 근로자들이 대량 유입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근로자 등록제를 도입하는 한편 이들의 사회복지 혜택 청구를 2년 이상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은 EU 신규가입국 10개국 중 8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근로자 등록제를 실시할 예정이 다. EU 가입 이후에는 동유럽 국가 노동자들은 노동 허가를 취득할 필요는 없지만 영국에 장기 체류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근로자로 등록할 것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 는 직종별, 국가별 외국인 근로자 수 허용 한도를 정한 뒤 공급이 수요를 초과 하면 근로자 들의 추가 유입을 차단함으로써 노동시장의 안정을 유지할 계획이다.
과거 유럽에서 미국으로 가장 많은 이민자를 보낸 아일랜드도 동유럽 이민자를 규제하는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한 아일랜드에서는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제계는 외부 노동력 유입을 환영하고 있으나 동유럽으로부터 대거 노동력이 들어올 것으로 우려하는 유권자들의 반발로 아일랜드 정부는 이민장벽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늦게까지 이민 규제 정책을 유보해온 아일랜드는 EU 확대가 시행되기 직전인 4월에 규제방안을 발표했다. 아일랜드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EU 신규 가입국 노동자는 이주 후 2년 이 지난 다음에야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동유럽 이민자 유입을 걱정하는 기존 회원국들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 이 나오고 있다.
유럽의 경제분석가들은 EU의 역사는 회원국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민자 문제가 그리 심각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번 동유럽 확대도 결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고 말했다.
지난 81년 그리스가 EU에 신규 가입하고 86년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가입했으며 90년 에는 동서독이 통일됨으로써 동독 지역이 새로 EU에 편입되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노동력의 이동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민은 언어적,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야하는 어려움을 갖고 있으며 이 같은 문제는 서유 럽 국가 출신 이민자 뿐 아니라 동유럽 이민자들이 서유럽에 정착하는 데도 마찬가지로 나 타날 것으로 보인다.
동유럽 국가 노동력의 서유럽 이동을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서유럽 국가의 높은 실업률이다. 동유럽의 노동자들은 허드렛일이나 임시직 밖에 구할 수 없는 서유럽 국가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자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인 다. 특히 EU 가입으로 체코의 프라하, 폴란드의 바르샤바 등은 동유럽 경제의 중심지로 발 전할 가능성이 커서 이들 지역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는 EU 확대 이후에 새로 유입되는 이민자가 기존 회원국 인구의 0.5-2%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서유럽 국가의 낮은 인구 증가율에 비춰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또한 EU 집행위원회도 동유럽 국가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는 전혀 근거가 없는 억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U의 사법.내무 담당 집행위원인 안토니오 비토리노는 일부 회원국에서 EU가 25개국으로 확대되면서 대규모 인구이동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 다고 말했다.
비토리노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신규 가입국 노동인구의 단 지 1%가 향후 5년 간 기존 회원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연간 22만 명에 불과하 다"고 밝혔다.
이런 견해에서 더 나아가 EU 확대로 인한 노동력의 이동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늙은 유럽 '에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의 낮은 출산율은 노동력의 부족을 초래할 뿐 아니라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 로 사회보장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민은 노동력 부족과 인구의 노령 화를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EU 기존 회원국 국민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6%가 경제 적인 필요로 이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인정하고 있으며 66%는 합법적인 이민자 에 대해 동일한 권리를 부여하는 데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유럽 국가들의 이민 정책은 비숙련, 임시직 노동자가 아니라 특정한 노동시장이 나 산업의 수요에 맞춰 숙련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데 집중돼 있어 동유럽 국가들로서는 두 뇌를 유출 당하는 불리한 입장에 처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거 서유럽 국가로 이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동유 럽 국가들에서는 의료 인력난과 전문직 종사자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언론들은 동구권 의사들이 안정된 일자리와 많은 수입, 그리고 우수한 전문의 훈련 과정 등 을 찾아 이미 독일 등 서유럽 국가로 빠져나오고 있으며 5월 이후에는 본격적인 서방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EU 확대가 기존 회원국 및 신규 가입국 양측의 노동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지 만 그 효과가 긍정적일지, 혹은 부정적일지 여부는 통합 확대에 따른 전반적인 사회, 경제 적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병승 국제뉴스국 기자 |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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