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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최초로 합영회사 설립

김정태 (주)안동대마방직 CEO



값싸고 풍부한 원료와 노동력으로 양질의 우리 전통 삼베를 세계화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하는 김정태 대표
"북측에서도 금강산 관광사업보다 이 사업이 더 낫다고 할 정도입니다."
해외에 진출했다가 북한으로 현지공장을 이전키로 해 화제에 오른 (주)안동대마방직 김정 태 대표. 통일부는 최근 10년간 중국에서 삼베를 생산해 온 김 대표를 삼베섬유 제조업 분 야의 납북협력 사업자로 최종 승인했다.
해외진출 국내기업이 공장을 북한으로 이전하기는 이번이 처음. 북측의 새별총회사, 화성 합작회사와 합영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과 합작회사를 차린 국내기업은 있었 지만 합영회사 역시 이번이 최초다. 이로서 김 대표는 경영과 인사, 재정 등을 책임지는 실 질적인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일단은 대마를 재배한 후 여기서 나온 삼베를 원단으로 삼아 벽지, 양말, 런닝, 팬티, 캐 주얼복, 병원복, 골프웨어 등을 생산한다고. 여기서 생산된 제품은 전량 국내로 반입하거나 북한 내수용, 해외 수출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남측에서 현금, 생산설비 등 총 250만 달러 규모를 투자하며, 북측은 평양 에서 공장건물을, 황해도 지역에서 대마 재배를 위한 토지 등을 제공한다. 또 본사는 평양 에 위치하며, 황해도 해주와 사리원, 평북 의주 등 모두 7개 지역의 대마 재배지에 섬유공 장을 설립한다. 이 모든 게 처음 북한행을 결심하고 북측에 제안한 후부터 3년여에 걸친 노 력과 설득, 땀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값싸고 풍부한 원료와 노동력으로 양질의 우리 전통 삼베를 세계화하는 데 앞장 설 것입니다."
무려 10년간 중국에서 삼베를 생산해 오던 김 대표가 굳이 북한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데 는 깊은 뜻이 있다. 기술과 노하우의 누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 다.
"어렵게 개발한 기술과 노하우를 중국에서 몰래 가져가고, 그 기술로 모조품을 만들어 싼 값에 판다고 생각하니 끔찍했어요. 어렵게 중국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자본이 잠식되 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습니다."
삼베가 아직 상품으로 개발되기 전인 94년. 당시는 삼베를 일일이 손으로 짜야 했기 때문 에 품질은 최상이지만 가격이 몹시 비쌌다. 남들이 모두 포기하고 물러섰지만 그는 오히려 이의 상품화와 가능성에 눈을 떴다. 그 때부터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 기계화를 통한 대량 생산에 성공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마를 대량으로 재배할 수 없고 원자재 값도 턱없이 비싸 중국으로 가야 했다. 그로부터 10년. 하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올린 기술이 중국에서 노출되며 적 지 않은 좌절을 겪어야 했다고.
이미 작년부터 북한에 진출해 임가공 형태로 삼베를 생산하고 있는 김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다. 우선은 300만 평에서 대마를 재배, 80억~1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여기서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만 남북한 통틀어(?) 3천 명 선. 하지만 마음속에는 더 큰 목표가 들어 있다.
"앞으로 3년 뒤에는 이 사업을 지금보다 10배로 키울 겁니다. 또 우선은 양말, 속옷, 벽 지 등의 상품을 만들지만 화폐지 생산, 제약회사 설립의 꿈까지 갖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남북경협이 섬유제조업 분야로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나 아가 해외진출 기업 중 북한으로 이전하는 최초의 남북협력 사업이란 점에서 의미가 더 각 별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이중, 삼중으로 놓이는 셈이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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