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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시대 TGV의 교훈


프랑스 TGC 고속전철

파리에서 187㎞ 떨어진 방돔(Vendome)시. 테제베(TGV)가 개통되면서 파리 몽파르나스 역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2시간 20분에서 42분으로 단축됐다. 정치적 결정으로 중간역이 들어섰지만 고속철도의 개통은 지역 경제와 지역민의 일상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파리에 근무지를 둔 사람들이 방돔으로 이주해 통근을 시작했고 방돔시는 TGV역 부근에 테크노파크를 유치, 일자리를 만들었다. 첨단산업, 경공업 등에 대한 유치활동이 벌어졌고 1천ha의 숲이 있던 곳에 150ha의 산업단지를 건설, 업무용 빌딩, 호텔, 레저센터, 골프장 등을 지었다.
북부도시 릴(Lille)도 고속철도와 더불어 발전한 도시다.파리-릴 구간에 고속철도가 다니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급속한 발전이 시작됐다. 고속철도의 개통은 릴에 거주하면서 파리로 통근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고 1992년과 2001년 사이 통근자 수는 54% 늘었다.
릴은 특히 역세권 개발이 도시개발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970년대 릴지역은 금속과 섬유산업의 몰락으로 대규모 실업상태에 있었다. 유럽통합이 진전되면서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이 계획되고 고속철도 노선이 프랑스 북부도시를 통과하도록 결정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고속철도의 정차에 따라 새로운 복합기능의 도시 시설이 개발됐다. 대규모 업무빌딩이 들어섰고 유럽의 광범위한 지역으로부터 방문객을 흡입하는 쇼핑센터도 지어졌다. 고속철도 정차역은 새로운 경제적 활동과 방문객을 불러왔다. 이처럼 고속철도의 개통은 지방의 접근도를 높이고 지방 거점도시 성장에도 기여했다.
1955~1970년 프랑스에서는 산업의 분산정책이 이뤄져 파리에서 250㎞권에 있는 중소도시가 파리 본사와의 접근성 면에서 유리한 입지조건이었다. 그러나 항공산업이 발달하면서 항공기를 이용한 접근성이 유리해지자 파리권 중소도시의 매력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있던 보르도(Bordeaux), 뚤루주(Toulouse), 리용(Lyon) 등이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200㎞권까지 파리 통근이 가능해졌다. 르망(Le Mans), 뚜르(Tours), 릴 등이 대표적인 도시들. 이들 도시에서 많은 사람이 파리로 통근하게 됐고 기업들은 200~400㎞, 도시 규모에 따라서는 500㎞권에 있는 지점 또는 하도급 회사와의 관계유지를 위해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형태가 나타났다.
리용, 마르세유(Marseille), 보르도 등의 대도시를 연결하는 면에서 고속철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수요도 1천200만~1천500만 명 수준.
1990년 개통된 대서양노선은 파리-보르도의 통행시간을 4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시켰으며 1989`~1991년 사이 철도여객은 50% 증가하고 항공여객은 17%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파리-리용은 공항의 입지가 고속철도로의 여객수요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토라스 공항은 리용에서 27㎞ 떨어져 있었으며 고속 교통수단과 연계되지 못했다.
프랑스 고속철도 신선은 총연장 1천540㎞. 전철화 구간까지 포함하면 1만6천2㎞로 인구의 절반이상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981~1985년 파리-리용 구간의 통행인구는 2.6배 증가했다. 이 중 항공여객의 전환 33%, 육상교통 전환 18%, 유발통행 49%인 것으로 각각 파악됐다. 통행시간이 단축되면서 숙박보다는 당일 귀가여행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철도의 개통은 이 같은 생활상의 변화를 가져왔다. 또 정차역이 있는 지방 거점도시의 발전도 가져왔다. 그러나 고속철도가 정차하는 도시와 미정차 도시 간에 커다란 발전격차도 나타냈다.
프랑스 국영철도(SNCF) 인터내셔널 크리스티앙 사냑(Christian Sagnac) 부사장은 “북부의 아미엥시는 파리-릴 구간에서 비켜서 있었기 때문에 릴이 고속철도 개통이후 눈부신 발전의 과정을 거듭했다면 상대적으로 낙후의 길을 걸었다”면서 “이런 현상은 도시 내부적으로 사양의 소지를 갖고 있는 경우 더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성공비결
항공사와 윈윈전략-역세권 개발-기존선 최대 활용

“고속철도는 단지 기술만이 아니다”
프랑스 국영철도(SNCF) 인터내셔널 쟝-피에르 루비누(Jean-Pierre Loubinoux) 사장은 프랑스의 경우 지난 81년 파리-리용 구간에서 처음으로 고속철도가 운행되기 시작한 이후 23년이 지났지만 매일 새로운 문제들이 발견되고 개선점을 찾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고속철도는 일반철도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민감한 설비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제점들이 노출됐다는 것.
프랑스 건설교통부 파트릭 루케비치(Patrick Louckevi tch) 국제국 아시아지역 담당도 “기술적인 문제는 기후와 많이 연결되어 있으며 한국 고속철도에서도 그런 문제가 있었지만 해결책을 찾았고 프랑스도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 많은 실험이 있었다”면서 “열차가 저속으로 달려도 안정화까지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완벽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추더라도 운영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년 이상의 고속철도 역사를 가진 프랑스. 프랑스는 고속철도 운영과정에서 어떤 시행착오를 겼었고, 어떤 경험을 축적했던 것일까.
TGV의 개통은 지방의 접근도를 높이고 거점도시 성장에도 기여했다
프랑스 건설교통부 물류 및 교통 최적화 전략정책분과 파스칼 미뉴레(Pascal Mignerey) 씨는 “20년 전 TGV 기술이 도입됐고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여러 타입의 TGV를 개통하면서 다른 성격의 문제들이 계속 나타나서 여기에 대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20년 전 개통할 때의 문제와 한국에서 개통할 때의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라면서 “그 당시 우리가 겪었던 문제가 한국에서는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우선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항공수요가 급감하는 현상을 경험했다.
동남선 개통 이후 파리-리용 노선의 경우 항공여객은 200만 명, 고속도로 이용자는 110만 명이 고속철도로 전환됐다. 동남선 개통 이후 3년 동안 수송분담률은 철도가 32% 증가한 반면 항공은 24%, 승용차는 8% 각각 감소했다. 동남선의 수요는 노선확장과 함께 계속 증가했고 이런 실적은 육상과 항공으로부터의 전환과 신규 유발수요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SNCF 인터내셔널 크리스티앙 사냑(Christian Sagnac) 부사장은 `윈-윈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항공업체는 고속철도가 경쟁력이 있는 구간에서 정기 항공편을 폐지 또는 감축하는 대신 장거리 수송에 집중하고 항공과 철도가 상호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연계수송 체계를 적극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냑 부사장은 “고속철도 출범 1년 만에 항공과 고속철도 수요는 역전됐다”면서 “프랑스에서는 항공사와 협정을 맺어 일부 항공노선을 폐지하는 대신 SNCF는 공항에 역을 만들어 두 수송수단 간의 연계성을 높였고 일부 노선의 경우 표도 단일화해 연계 마케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어디에 고속철도 정차역을 설치하느냐도 프랑스에서는 하나의 과제였다. 사냑 부사장은 “고속철도 개통 이후 정차역이 있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간의 발전격차가 확인되면서 지방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차역 유치전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정차역은 SNCF의 자체 결정과 정치적 선택, 지자체의 로비 등 세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 고속철도의 `성공 키워드’는 뭘까. 사냑 부사장은 이 같은 질문에 “(마케팅의 경우) 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다양한 할인제도를 마련하되 할인으로 너무 몰려 정액 고객이 줄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개 열차에 몇 명이 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체 망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한마디로 승용차 대신 열차를 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업역세권을 개발하고 역에 주차장을 설치하며 (서울 같은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의 경우) 새벽 1시 정도까지 운행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냑 부사장은 “새벽 1시에 몇 명이 타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기존 철도망과의 통합도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파스칼 미뉴레 씨는 “고속철도를 깔아 놓는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며 기존 철도망에 고속철도가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승객 및 화물수송에 있어서 고속철도와 기존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공간활용 측면에서 주요한 측면”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경우 고속철도 신선은 1천540㎞에 불과하지만 1만4천462㎞에 이르는 전철화 구간을 이용해 고속철도 서비스를 인구의 절반 이상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서양선의 경우 르망과 세인트 피에르까지만 신선이고 나머지는 기존선을 연계해 사용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고속선로와 기존선이 연계돼 TGV가 운행되는 것. 다만 수요에 따라 지방의 중간역이나 중소도시에는 하루 5~6편만을 운행한다.
프랑스 TGV는 기존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속철도의 개통은 지역경제와 지역민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진은 유로스타내부
미래전략
중국사업 한국 활용…차세대 기술 3~4년 내 실용화

필립 믈리에(Philippe Mellier) 알스톰 운송부문 사장은 파리 본사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알스톰이 중국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를 수주하면) 아웃소싱 등을 포함해 한국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믈리에 사장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어서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한국이 경험이 있으니까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바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프랑스가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국 프로젝트를 알스톰이 수주하게 될 경우 외주를 줄 수 있는 부분은 한국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한국 고속철도의 `성공 키워드에 대해 효율성과 속도, 안전성 3가지를 강조했다. 수요확대 등을 위한 운영상의 효율성을 최대화하고 고속철도로서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속도를 유지하면서 안전성에 철저하게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항공과 고속철도를 비교하면) 4시간까지도 TGV가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유럽에서는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1천200㎞ 범위까지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고속철도 건설 전망과 관련, “프랑스 국내의 경우 스트라스부르를 거쳐 독일로 가는 동부선을 추진중이며 이탈리아가 고속철도 개발을 추진중이고 네덜란드는 파리에서 암스테르담을 연결하는 노선을 준비 중”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유럽의 전 수도를 연결하는 ‘거미망’의 건설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 시속 300㎞ 이상을 달리는 신선의 90% 이상이 알스톰이 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속철도의 출현과 함께 항공수요는 짧은 기간 내에 급격한 감소세를 나타냈으며 이에 따라 보다 많은 철도서비스 용량과 횟수가 필요해졌고 특히 300~600명을 적절하게 수송할 수 있는 철도 운송수단도 필요했다”면서 “알스톰은 이미 이 같은 요구들에 잘 대응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소음 및 에너지 감소, 지속가능한 발전 이런 개념들이 지금도 미래에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알스톰은 이런 부분들에 지속적으로 주목하면서 기술적인 변화,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믈리에 사장은 “(알스톰은) 이미 차세대 기술(AGV)을 개발해 3~4년 뒤 실용화할 계획”이라면서 “알스톰이 세계 리더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성무 산업부 기자 | tjd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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