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ㆍ기고 > 특별기고


정신차려야 만리장성 넘는다


상하이에서 운행을 시작한 세계 첫 상업용 자기부상열차 Maglev

중국경제가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중국에 이웃한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그 참뜻을 잘 새겨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한번 생각해보자. 경제는 복리로 불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1년에 7%씩만 성장해도 10년마다 그 경제는 두 배로 불어나게 된다. 그런데 현재 중국경제는 연평균 8~9%씩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중국정책 당국이 내다보는 것처럼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20년 이내에 중국은 현재 세계 제1경제대국인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초강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물론 경제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그 나라 국민 모두의 생활수준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큰 나라는 국제사회, 특히 인근지역에서 정치·외교·안보·군사·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이다. 따라서 세계 전체, 특히 동북아지역에서 경제대국 중국의 영향력은 과거 역사를 되풀이하듯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한 일이다. 현재 중국경제의 눈부신 발전과 관련하여 우리가 또 한 가지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중국이 “세계의 제조창”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유수기업들의 제조근거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세계 500대 기업의 400개 이상이 이미 중국에 들어가 있다. 작년에만도 중국에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500억 달러 이상 밀려들어갔다. 이러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자본뿐 아니라 기술과 경영기법 그리고 판매망 등을 수반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은 이러한 세계적인 첨단기술과 경영기법으로 많은 분야에서 우리를 따라잡거나 앞지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국경제가 세계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은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중에 있던 1820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었다. 당시 세계 속에서 중국경제가 차지했던 비중은 33%에 달하여 현재 미국경제의 상대적 비중보다 더 컸었던 경제 초강대국의 저력을 가진 나라다. 게다가 옛날의 국가적 영광을 되찾으려는 듯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체제 전환 이후 지금까지 보여온 중국 리더십의 뛰어난 안목과 일관된 실용주의적 정책노선을 고려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의 현재 성장세가 앞으로 상당 기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업하기 불리한 조건 중 하나인 투쟁적이고 비협조적인 노사관계
이러한 상황 하에 있는 우리는 어떠한 국가발전전략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한마디로 우리는 북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스위스 같은, 강대국 주변의 소국(小國)들이 튼튼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주와 풍요로움을 유지해 나가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개방을 통한 세계화의 이점과 경제대국인 중국의 ‘이웃효과’를 백분 활용함으로써 중국보다 항상 경제발전 면에서 한 발짝 앞서 나가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는 두뇌 및 지식 집약적인 산업고 도화를 통해 중국경제와 보완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중국경제가 필요로 하는 금융·물류·R&D·교육·의료서비스 및 각종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중심지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첨단 기술과 경영기법, 그리고 판매망을 가진 세계적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한 남다른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를 이 지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중국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 공급을 목표로 하는 세계적 기업을 유치하고 우리 기업들이 이들과 제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것이다. 물론 각종 하드웨어 기반 확충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인천공항이나 그 주변여건과 같은 세계 일류의 하드웨어적 사회간접자본 시설 구축은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측면 여건 조성의 중요성이다. 무엇보다 먼저 법치가 이룩되고 국제수준에 맞는 제반 법과 제도가 투명하게 집행·운용됨으로써 모든 거래비용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각종 세율도 여타 국가에 비해 유리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에 더하여 외국기업인과 그 가족이 생활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거·교육·보건의료·문화 등 각종 생활 주변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국제화·개방화도 불가피할 것이다. 불행히도 현재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난 4년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 중심부 안에 위치한 것 같이 가까운 지리적 이점과 함께, 현재 중국이 제공할 수 없는 우수한 인력과 선진제도 등을 갖고 있어 중국을 겨냥한 많은 세계적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업하기 불리한 여건 중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투쟁적이고 비협조적인 노사관계”가 꼽히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협조적이고 생산적인 새로운 노사관계를 이룩하는 일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불법 파업과 불법 노조활동이 용납되는 사회에 많은 세계적 기업이 구태여 찾아올 이유가 있겠는가. 우리의 고구려 역사를 중국 내의 소수민족사로 왜곡하려는 중국학계의 시도에 많은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우리 역사학계가 그 부당성을 밝힐 수 있는 일이라 하니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국력을 길러야 한다. 올바른 국가발전 전략의 선택이 무엇보다 시급한 때다. 우리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 자칫하면 우리나라는 동북아 경제중심은 고사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중국 변방의 일개 약소국으로 또다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 공 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기사제보 | 구독신청 | 광고문의 | 회사소개

(110-140)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 85-1
TEL 02-398-3762~8, FAX 02-398~3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