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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싹쓸이 나선 중국 한국경제 적신호


세계의 공장으로 변한 중국이 에너지 등 원자재 싹쓸이에 나섰다.
연평균 8% 대의 고도성장 속에 과열경기 조짐을 보이는 중국이 세계의 자원을 공룡처럼 먹어치우자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 산업계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충남지역 철강업체들이 중국의 건설특수 등에 따른 철강수요 증가로 원자재인 고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 걸린 가운데 평소 같으면 고철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야 할 충남 당진군 한보철강 내 야적장이 얼마 전부터 바닥을 드러내는 등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우한제철 등 4대 철강업체가 최근 세계 최대의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 빌리턴과 향후 25년에 걸쳐 연간 1천200만 톤의 철광석을 공급받기로 하는 총 9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또 작년 10월 호주에서 향후 25년간 210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1월 27일 사우디아라비아와 3만8천㎢에 이르는 천연가스 매장지역 탐사 및 생산계약을 맺었다.
이는 세계의 공장으로 변신한 중국이 에너지 자원과 원자재 싹쓸이에 나선 단편적인 예에 지나지 않는다. 개혁·개방 25년 동안 연평균 8% 대의 고도성장 속에 과열경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중국이 세계의 자원을 공룡처럼 먹어치우자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세계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 산업계는 원자재 파동 속에 2분기 대란설까지 나올 정도로 초비상이다.
뉴욕의 증권가 월 스트리트가 재채기를 하면 일본 증시가 감기에 걸리고, 한국 증시는 독감을 앓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가 중국경제의 과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대가 됐다. 중국진출 한국 업체들은 지난 2월말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중국 원자재 부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중국 원자재의 세계수요 비중
중국 원자재 파동이 세계를 진동시키는 것은 중국 에너지와 원자재의 수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작년 원유수입이 전년보다 30% 증가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원유 수입국이 됐다. 작년 하루 19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한 중국은 올해 수입이 하루 240만 배럴로 늘어날 예상이다.
그런데 급속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에너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작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9.1%에 달했지만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15%나 돼 에너지 부족은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자동차, 조선, 건축경기의 호황으로 철강소비는 전 세계의 36%에 이르고, 세계 시멘트의 절반이 중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작년에 수입이 15% 증가한 동(銅)은 내년 70만 톤, 아연은 5만~6만 톤 부족이 예상된다.
1978년 농·공 총생산이 5천689억 위앤에 불과했던 중국이 작년에 국내총생산이 9.1% 성장한 11조6천700억 위앤으로 세계 5위 규모에 오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원자재가 필요했다. 당연히 원자재 싹쓸이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정부는 최근 철강재 국제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완화와 국내 수급난을 해소하기 우해 고철과 철근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원자재 수급안정 대책회의' 에서 박건치 한국철강협회 부회장이 당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중국도 원자재 부족 진통
작년에 톤당 436달러 하던 냉연코일 가격은 최근 489달러로 12% 올랐다. 열연 코일도 톤당 367달러로 비슷한 수준의 인상률을 보였다. 시멘트는 작년 벌크 톤당 22~23달러 하던 수출가격이 최근 33~35달러로 올랐다. 국내가격은 260위앤(우리 돈으로 약 4만 원)에서 280위앤으로 인상됐으나 곳곳에서 부족사태를 겪고 있다.
작년 중국 철강수요는 총 2억6천만 톤으로 전년에 비해 26% 급증했다. 중국 철강 생산도 작년에 2억2천만 톤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지만 연간 3천만~4천만 톤의 수요초과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포항제철의 연간 생산량이 2천890만 톤임을 감안하면 중국 철강생산과 수요공급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포항제철은 작년에 중국에 250만 톤을 수출했고, 현지 합작공장에서도 100만 톤을 생산하며 전액 판매, 가격인상 덕분에 수익성이 커졌다.
중국에서 철강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것은 건축, 자동차, 조선, SOC 등 철강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 호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철강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의 철광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철광석 가격을 올려놓았고, 해상 운임도 덩달아 톤당 8~9달러에서 30달러로 껑충 뛰었다.
철강은 가격이 오르면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중국에서 건설업을 하는 박호상 씨는 3년 전 톤당 2천200위앤(우리돈 약 33만 원) 하던 철근가격이 최근 두 배인 4천400위앤으로 올랐고, 그나마도 물건 확보가 어렵다고 전했다.
포철의 중국 지주회사인 포스코 차이나의 김동진 사장은 올해 중국 철강 수요를 2억8천만~2억9천만 톤으로 전망하고 중국 철강 수요폭발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작년 시멘트 생산은 9억 톤에, 수요는 내수 7억9천만 톤, 수출 540만 톤으로 통계상으론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물류난 등의 이유로 부족을 겪고 있다. 한국의 시멘트 시장은 약 7천만 톤으로 중국의 약 10분이 1 규모다.
특히 올 들어 남부지방에 가뭄으로 수력발전이 제대로 안돼 시멘트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품귀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멘트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이 산둥성 쓰수이에 투자한 시멘트 공장은 작년에 240만 톤 연간 생산시설에서 320만 톤을 생산, 7천만 달러의 판매에 1천만 달러의 이익을 올렸다.
대우시멘트 공장은 당초 생산량의 80~90%를 수출해오다 중국 국내물량이 달리자 내수 비중을 50%로 올렸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박근태 상무는 중국 시멘트 등 원자재 시장 호황이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과열경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도 대책 부심
지난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행한 원자바오 중국총리의 ‘정부공작보고’ 핵심내용 중 하나는 과열경기 방지에 대한 의지 표시다. 원 총리는 작년에 9.1%에 달했던 경제성장 목표를 올해 7%로 하향 조정하고, 장기 건설국채의 신규발행을 작년에 비해 20% 줄어든 1천100억 위앤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투자와 여신도 억제키로 했다.
원 총리는 이미 지난 2월 10일 부동산 개발, 철강, 시멘트, 전해 알루미늄 등 일부 산업이 과열 투자됐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산업에 대해 대출을 억제하라고 지시했다. 국무원은 하루 전인 2월 9일 철강 과열투자를 막기 위해 독립 제강공장의 신규건설을 불허하는 내용의 ‘철강산업 맹목투자 억제지침’을 발표했다. 이러한 투자억제 지침은 다른 과열투자 산업에도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된 제10기 전국인민대회 제2차 회의에서 연설하는 원자바오 총리. 원 총리는 철강, 시멘트 등 일부 산업이 과열 투자됐다고 지적하며 대출을 억제하라고 지시했다
과열투자, 통화팽창 가중
중국의 작년 고정투자는 5조5천억 위앤(6천620억 달러)으로 전년에 비해 26% 증가했다.
2002년 고정투자 증가율은 전년 대비 16%에 그쳐 작년에 과열투자가 발생했음을 나타냈다.
작년 사스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 9.1%에 달한 데는 고정 투자증가가 46%나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작년 고정투자 증가는 주로 금융대출로 이뤄졌다. 2002년 전년 대비 16% 증가했던 은행대출 증가율은 작년 21%로 확대됐다. 또 통화 팽창률도 작년에 정상 수준인 16~18%를 넘어 20% 선에 달했다.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은행 대출규모를 적정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 이미 작년 5월 부동산 개발과 구입에 대한 대출을 억제토록 지시한 데 이어 상업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6%에서 7%로 1%포인트 올렸다.
그러나 지방 정부들은 일단 호황을 맞은 원자재, 자동차 산업 등에 대한 모방투자를 위해 은행대출을 마구잡이식으로 끌어들였다. 또 인민은행은 수출과 투자유치 증가로 늘어난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자국 통화인 런민비(人民幣)를 시중에 많이 풀었고, 런민비 절상을 노린 핫머니까지 유입돼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 과열 투자로 이어졌다.

조성대 베이징 특파원 | sd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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