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난을 훈련하자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의 경제상황이 순조롭다. 우리와 교역관계가 두터운
나라들이어서 이들의 선전이 우리 경제에도 순기능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전체 경제의 상황을 놓고 볼때 우리나라는 아직도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국가가 국부를 쌓아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와의 국력 차이를 더욱 벌이거나 좁히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사로 보거나 현재의 주변정세로 볼 때 이들 국가와 국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는 소망하는 자주적 외교기반을 다지는 시기가 더욱 늦춰지게 되고
동북아 지역의 당사자로서 주도적 지위에서 역내문제를 이끌어가기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평화시의 국력이란 다름 아닌 경제력이 아닌가. 국방력 역시 경제력의 기초 위에서 강화되는 것은
설명의 여지가 없는 문제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경제상황이 쉽사리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너무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가 빨리 회복되길 바라는 이유가 실업이 해결되고 신용불량이 완화되고 살기가 좀 나아지는 등
개인의 삶의 문제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인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조속히 회복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로 주변국들과의 국력의 비교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시기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이제 아주 당당하게 신사참배를 하고 있고, 중국은 고구려가 자기네 속국이라고
역사논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역시 주한 미군 주둔 문제 등의 현안에서 우리보다 더 큰 목소리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10년을 넘게 국민소득 만 달러의 고개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은 이들이
우리를 충분히 가볍게 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우리 역사의 고난의 흔적을
다시 일깨워 국가 경쟁력 회복의 동기로 삼아야 할 때라고 본다.
인텔의 창업자 글로브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고향 헝가리를 떠나온 유태인이고 청각장애자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난의
경험들이 나에겐 언제나 강렬한 에너지였다.”
우리도 다시 고난을 끄집어내자. 그리고 다시 강해지는 나라로 이미지를 회복해야겠다. 이런 판국에
요즘 우리 소비현장에선 소위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바람이 불고 있다. 모든 것이 다 갖춰진 나라는
당연히 웰빙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좀 경우가 다르지 않은가.
보다 젊은 세대들이 얼짱이다, 몸짱이다 해서 자기 몸이나 용모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아직 우리는 그럴 처지가 되지 못한다. 주변국보다 항상 앞서는 경제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소외와 고난의 역사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정신무장을 다시 하자. 우리 사회 분위기도 다시 건강한 긴장감을 만들어 나가자.
특히 기업들이 이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주변 강대국들과의 외교적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나 국민은 경쟁력 회복에 동참할 시기가 됐다.
엄 길 청
경기대학교 서비스 경영
전문대학원 교수(경제학)
저 서
[손에 잡히는 경제]
[생각을 바꾸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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