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활용 필요하다
우리경제사회에서 상호 충돌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도 특히 노동시장에서의
상충적 현상들이 두드러진다. 그중 하나가 기업현장에서는 보다 낮은 임금을 원하는 일자리는
남아도는데, 낮은 임금으로 일할 수 있는 노년층들의 일자리는 흔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제조업은 갈수록 국내에서의 생산 임금이 높아지고 있어 해외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들은 국내에서 인건비 부담이 매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1만864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제조업체들의
2003년 매출액 대비 인건비 부담률은 10.3%로, 2002년(10.1%)에 비해 0.2%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청년실업 증가 등 고용 사정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사실을 감안하면 임금 상승 측면이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비율을 높인 원인으로 판단된다.
2002년과 2003년중 제조업체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4.7%로 변동이 없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은 늘어난 인건비 부담 비율만큼 떨어졌다. 실제로 대기업의 경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부담률은 2000년 이후 계속 8%대였지만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률은 12%여서 수익성 면에서 4%포인트
가량의 격차를 보였다. 2002년 이후 대기업의 인건비 부담비율은 8.4%에서 8.9%로 높아진 반면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동안 12.9%에서 12.3%로 낮아졌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부담률은 지난
99년 9.8%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00년에는 9.7%로 낮아졌으나 2001년에는 10.0%로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이후 2002년 10.1%, 2003년 10.3%등 3년 연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상황이
이러하니 중국이다, 인도다, 베트남이다 하면서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겨보려는 시도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일하려는 노인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해 노년층
취업난이 심각한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노후생활보장이 국가 미래를 좌우할 중대
과제가 되고 있어 노인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 지난해 구직활동을 한 50대 이상 구직자는
5천4백67명으로 4년 새 17배나 증가했다. 최근 서울시가 주최한 실버 채용박람회에는 무려 3만여
명의 노인들이 몰리기도 했다. 그나마 노인 일자리는 생산 노무직 등 단순직이나 아예 고도의
전문직으로 양분돼 다수의 구직자들이 알맞은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일자리는
한정된 반면 일하고자 하는 노인들은 늘어나면서 노인 실업자수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65세 이상 실업자수는 1만3천명으로 지난해 5월 말보다 3.25배 늘었다.
고령화 사회 국가의 경제부담을 완화하려면 노인 일자리 창출이 필수적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조기퇴직이 보편화되면서 퇴직 후 소득 없이 보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으며 이는 국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쯤이면 자녀 없이 부부만 사는 가구가 18.9%, 1인
가구가 21.5%로 전체 가구의 40.4%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1인 가구 중 독거 노인 가구가 40%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 없는 노인층이 늘어나면 소비위축, 저축률 감소, 투자율
저하가 초래되고 이는 다시 기업위축과 실업 저성장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또 노인부양을
위해 연금이나 의료보험료 부담이 급증하고 조세부담도 늘어 결국 국가 경제틀이 흔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제조업의 저임금 근로자 요구현상과 노령화 계층의 일자리 요구 현상을
사회적으로 풀어나가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방법중의 하나가 임금피크제가 될 수
있겠다. 근로자 본인 스스로 재직 중에 일정한 시기를 넘기면 임금을 내리면서 재직기간을 늘려
나가는 방법을 제조업을 중심으로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최근 국내 어느 정부투자기관에서
처음으로 임금의 피크제를 시행한다는 보도를 접한바 있는데 이를 각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노사관계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없는 일자리를 자꾸 짜내려고만 하지말고 현재의 노동시장 내에서 상호 절충이 가능한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엄 길 청
경기대학교 서비스 경영
전문대학원 교수(경제학)
저 서
[손에 잡히는 경제]
[생각을 바꾸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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