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극심한 소비위축"이라면서“정부와
정치권, 재계 등 사회지도층이 나서 소비진작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현재 상황을 보면 고소득층조차 지갑을 닫을 만큼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면서
"이처럼 죽어있는 소비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어떤 경기부양 정책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법인세 2%를 감면해 주겠다고 하고 있으나 이를 고마워 할 기업은 별로 없다"면서
"그보다는 차라리 세금을 제대로 걷더라도 그 재원을 투입해 소비를 자극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면서
"일본서 거론되고 있는 것처럼 정부 재원으로 상품권을 대량 구입해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또 "예를 들면 공무원 접대 한도를 3만원으로 묶어 놓은 것도 문제"라면서 "이런 조치들이
풀리지 않는 한 투자심리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접대비 한도와 관련,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은 대부분 한도를 초과해 접대비를
쓴다"면서 "따라서 접대비 한도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투자 활성화와 관련,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투자를 얘기해도 따라올
기업이 없다"면서 "제조업에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일부 분야만 열려 있고 3차 산업의 교육,
보건의료, 교육 등도 모두 투자장벽이 싸여 있어 돈이 갈 곳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또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정부의 이전 방침에 절차상 문제는 있지만 설득력 있는 반대
논리도 현재로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아직은 초기 단계로 봐야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쪽 논리와 명분이 나은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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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일관성으로 미래 예측 가능해야 투자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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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 `러시'에 대해 경계론을 폈다.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 `동북3성'을 방문한 박 회장은 "중국은 한국 기업의 비상탈출구가
아니며 낮은 인건비나 대지 임대료에 현혹돼 뚜렷한 계획도 없이 나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은 거대 중국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거나 또는
국내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커 견디기 어려운 회사일 것"이라면서 "중국은 인공위성과 원자폭탄
기술을 갖고 있는 과학기술국가이며 따라서 웬만한 기술력으로는 중국에서 성공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주의 잔재로 인해 제품의 디자인과 색감이 다소 떨어질 뿐 중국은 절대 얕볼 상대도,
(한국기업의) 황금시장도 아니다"면서 "우리 정부가 노사문제와 기업규제만 잘 해결해주면
오히려 한국에서 버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우리가 동북아 중심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ㆍ2중ㆍ일 3국간 매개체인 한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일본, 중국처럼 한자 약자를 도입해 3국간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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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활동공간 만들자"
기업인들이 보기에 정치인은 좋은 명분으로 새로운 정책을 내놓더라도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기가 어렵다. 반대로 기업인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해당 산업과 자기 회사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를 항상 염두에 두며 대외적 명분이나 사회 반응 등은 그 다음 문제다.
그 동안 정치권에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음에도 그 성과가 미흡한 이유
중 하나는 기업 생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현실과 동떨어진, 명분만 그럴싸 한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나 정치권에서 다루었거나 앞으로 다룰 예정인 경제 관련 법안 또는 결정 중에서 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것들을 짚어보겠다.
먼저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지나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현재는 계약직으로
2년 넘게 근무하면 정규직화해야 하기 때문에 멀쩡히 근무하는 사람도 2년이 가까워지면 해고한다.
최근 그 기한을 1년으로 단축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일 잘하는 비정규직을 1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면서 재정 지출을 확대해 사회적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들이 신규 인력을 채용하면 각종 지원금도 준다고 한다.
그러나 재원이 떨어지면 소멸될 일자리를 제대로 된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기업들이
인력 채용을 머뭇거리는 이유가 채용할 때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적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용과 임금의 유연성이 높아지고 전투적 노동운동에 대한 걱정만 없어진다면 인력 채용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총선을 전후 경제활성화를 위해 각종 세금 감면 정책을 추진하여 왔고 새로운
감면 정책을 추진중에 있다. 물론 세금 깎아 준다는데 싫어할 기업은 없다. 법인세율을 1%만
내려도 잘 나가는 기업들은 수백억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다 그렇게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 기업 중 3분의 1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며 요즈음 많은 기업들은 "법인세 낼 걱정 한번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도 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법인세 2%를, 지금 당장도 아니고 내년부터 내려 준다고 해서 기업인의
사기 진작이나 투자 활성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또 정부의 재정수요는 점차 늘어나는데 이렇게 세금을 깎아주면 필요한 재원은 어디서 조달할
지도 걱정이다. 정치권 일부에서 주장하는 부유세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
불황 탈출을 위해 정치권과 정부는 세제 등 각종 투자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기업이 잘 알지도 못하는 각종 지원 실적을 다투어 발표하기도 한다.
기업들이 투자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항은 이익과 현금 창출 여부다. 투자 여부를 검토하는
시작 단계에서 고용, 수출 등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투자해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사채를 얻어서라도 투자에 나서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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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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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부의 유인책이 기업에 약간의 도움은 될 것이다. 그렇지만 투자가 잘못되면 크게 손해 볼
것이 뻔한데 얼마 되지도 않는 혜택만 보고 사업성이 불투명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노사문제나 기업규제 등 투자의 장애물들을 제거해 기업이 맘껏 활동할 수 있는 공간만 만들어
주면 투자 좀 그만하라고 정부가 말려도 사업을 벌이는 것이 기업이다.
아파트 분양원가도 그렇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제품의 원가는 기밀 중에서도 1급
기밀이다. 이를 밝히라는 것은 시장 경제원리에 맞지 않는다. 또 직접원가는 쉽게 계산할 수
있지만 간접비 배분 문제에는 이견이 많아 원가의 적정성 시비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몇 년 전 백화점, 할인점의 셔틀버스를 없앴다. 과연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았는가? 이득을 본 이는 셔틀버스 운영비를 아끼게 된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이고 손해를 본
이는 소비자들과 시민들이다. 바로 의원들을 당선시켜 준 유권자들인 것이다.
그 결과 자가용 이용이 늘어나면서 세일 기간만 되면 백화점 주변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한다. 셔틀버스
때문에 상권이 죽어 간다던 재래시장이 그 이후 다시 살아났다는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최근 들어 경유차 보급이 크게 늘어났는데 중요한 이유는 정부의 에너지 세제 개편안을 정치권에서
잘못 건드렸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원래 왜곡된 석유제품 조세체계를 고칠 계획이었는데 정치권에서 서민을 보호한다며
정부 개편안에 손질을 했다. 경유에 대한 인위적 저가 정책으로 디젤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대기오염이
심해졌다.
최근 유가 급등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우리처럼 국제 유가가 올랐을 때 세금을 내려 공급가격을
유지하는 나라가 전세계에서 과연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대기업에 적용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두고 논란이 많지만 정치권과 정부는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 권장하는 투자와 억제하는 투자가 실제 국민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사례를 통해 말해보겠다.
자기자본 100억원을 가진 회사가 토지에 30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제한받지 않지만, 원료공급이나
제품 판매를 위해 자본금 30억원인 회사에 출자하는 것은 금지된다. 토지에 대한 투자와 부가가치
및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투자 중 어느 쪽이 나라 경제에 더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일부에서는 계열사에 대한 출자가 가공 자본을 만들어 기업을 부실하게 한다고 말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금지된 상호 출자로 마치 그물망처럼 연결된 미쓰비시, 미쓰이와 같은 일본의 거대
그룹들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존경받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과 투자 위축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경제는 당장 침몰할
난파선이 아니지만 여기저기 구멍이 난 배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구멍들을 빨리 메우지 않으면
언젠가 `한국호'라는 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경쟁국인 중국으로의 탈출은 우리 경제에 결코 득이 될 수 없다.
당면 과제인 일자리 창출은 투자가 살아나면 저절로 해결된다. 투자가 살아나려면 정책이 일관성을
가져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성장이냐 분배냐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성장이
없으면 분배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규모나 발전 단계를 볼 때 대규모 제조업 투자를 통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제조업 위주의 기업들은 하루 빨리 고용 효과가 크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의료, 교육, 레저, 관광, 금융, 지식 등 서비스 산업으로 진출해야 한다. 이런 분야의
투자장벽이 될 수 있는 규제를 철폐하고 아울러 산업평화 정착을 위해 국제기준의 노사관계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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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경제가 위기인지를 놓고 논란이 많은데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업종별로 차이가 커 총체적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 경제가
침몰 위기의 난파선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노사문제, 기업경쟁력, 제조업 공동화 등 구멍들이
많이 생겨 물이 들어오고 있으니 빨리 막아야 한다.
그럼 제일 큰 구멍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이다. 비싼 물류비도 경쟁력 상실을 가져온다. 대학에서 키워내는 인력의
질도 문제다. 제조업에서 3차 산업으로 흘러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막을 수도 없다. 특히
3차 산업 중 의료와 교육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높은 진입장벽을 개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ICC의 역할이 중요하다. ICC가 항상 주장하는 것이 개방이다. 개방은 잘만 하면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이번 총회에서 세계화가 화두인데 한국의 세계화 수준은.
분야에 따라 다르다. 통신 인프라는 세계 첨단이지만 시스템은 아직 멀었다. 기업 투명성도
꼴찌에 가깝고, 정부 규제가 많다. 노사 문제도 꼴찌 수준이다.
노사정 지도자회의는 어땠나
그렇게 한 자리에서 만난 게 역사상 처음 아닌가. 민주노총이 제도권으로 들어와 문제를 풀려
했다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첫 회의의 의제는 노사정위 개편 방향과 노사선진화 방안
(로드맵)이었다. 로드맵의 30여개 항목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다는 것만 해도 상당한 발전이다.
'재계 쓴소리’라는 별명이 있는데
용어 선택에서 간간이 부주의하기는 했지만 내가 쓴소리 한 적 있나. 상공회의소는 정부하고
같은 배 타고 가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자. 우리 경제가 커진 덕에 내가 여기(ICC) 부회장까지
하는 것이다.
최근 걱정하고 있는 문제는
백화점 매출이 계속 감소세다. 우리 사회의 윗부분에 있는 사람들조차 지갑을 닫고 있다. 쓸
사람은 써야 한다. 낭비하지 말자와 소비하지 말자는 다르다.
기업은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변할 수밖에 없다. 이제 정부도 기업 못지않게 빨리
변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관리하려 해선 안 된다. 2만 달러 달성은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갖춰져야 가능하다.
노무현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간담회를 어떻게 보았나
사실 (재계에) 심리적 안정감을 줬다는 데 의의가 크다. 대선자금 파문 이후 같은 자리에 앉은
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진전이다. 기업가 입장에서 보면 항상 불안하기 마련이다. 단체로 만나서
`잘해 봅시다’ 그러면 좋은 것 아닌가.
내년부터 ICC 회장이 되는데 포부는
ICC도 설립 이후 문제가 많이 누적되어 왔다. ICC 개혁에 앞장설 것이다. 특히 현 회장이
마련한 개혁안을 잘 실천하는데 주력하겠다.
홍성록 문화부 기자 | sunglok@yna.co.kr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