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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회적 지위 높아져도 유리벽 그대로


서기 2004년, 대한민국 총인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9.7%. 두명 당 한 명 꼴이니 수적으로는 결코 적지 않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수한 차별을 받아 왔던 게 사실.
그런 여성들이 최근 들어 본격적인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하며 수백 년 이어오던 ‘금녀(禁女)’의 벽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4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여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먼저 학력을 보면 2003년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77.5%. 지난 9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학위 취득률 역시 계속 높아져 석사는 39.8%, 박사는 23.7%가 여성이다.
이들이 기를 쓰고 배우려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 결혼이나 가사에 상관없이 취업을 해야 한다는 여성도 40.2%나 된다. 나아가 이들은 젊은층에 가까울수록 늙어서 일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일을 계속 하고 싶어 한다.
1. 제8회 여성경제인의 날 기념식에서 훈포상을 받은 여성 기업인들. 왼쪽부터 박풍자 용원레미콘 대표, 김순덕 신영도시개발 대표, 김태희 윈텍 대표, 조한금 바네스 대표, 강영애 은성석재산업 대표
2. 제9회 여성주간을 맞아 ‘대한민국 아빠들의 평등육아 체험’에 참가한 아빠들이 수유브래지어를 이용해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 실제로는 근속년수 2년을 못 넘기고 일을 그만두는 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률 역시 바람과 달리 2003년 대졸 이상 여성의 경우 절반이 조금 넘는 61.6%만이 일자리를 갖는 데 성공했다. 이는 남성의 89.7%에 비하면 아주 큰 차이. 남성의 대부분이 일을 하는 데 비해 여성은 대략 두 명 중 한 명만 일을 하는 셈이다. 게다가 임금마저 남성의 64.2%밖에 안 되는 저임금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어째서 똑같이 배우고, 똑같이 야심을 불태웠으면서도 쉽게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육아 부담과 사회적 편견, 불평등한 근로여건이다. 20대 초반 이후 경제활동 참가율이 크게 줄었다가 30대 후반에야 다시 높아지는 현상은 이를 잘 뒷받침해준다. 여성취업자의 연령 역시 4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전문직과 관리직의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 아직은 16.9%에 지나지 않지만 계속 확대일로에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참고로 74년에는 2%에 불과했고, 남성들은 해마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의사의 18.4%, 치과의사의 21.6%, 한의사의 11.9%, 약사의 61.9%, 방사선사의 26.5%, 치과기공사의 32.2%, 안경사의 30.3%가 여성이다.
정치에 나선 여성 역시 크게 늘어났다. 이번 17대 국회의원의 경우는 여성의원이 전체의 13%나 된다. 공무원 역시 전체의 32.9%는 여성이다. 여성이 경영하는 사업체의 비율도 2001년 35%에서 2002년에는 35.7%로 약간 늘어났다.
여성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으려는 시각은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폭넓게 나타난다. 최근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김광웅 교수는 재미있는 설문을 실시했다. 자신의 수강생 363명을 대상으로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것이다. 그 결과 3명 중 2명은 호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여학생의 비율은 35%. 따라서 남학생들도 여성 대통령에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이 가정과 사회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여가고 있음에도 복지 수준은 아직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남아선호 사상 역시 여전해 둘째, 셋째 아이로 내려갈수록 남아의 비율이 크게 늘어난다. 여성의 사회생활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인 가사와 육아 역시 대부분의 가정에서 여성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이래서야 여성들의 괴로움이 이래저래 가중될 수밖에. 따라서 여성의 사회진출을 활성화하고, 이들 인력을 효과적으로 살리려면 정부가 할 일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육아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가장 시급한 문제. 그밖에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개선, 여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법적 조치 등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 2004년 여성인구 : 23,939,000명(남성 24,261,000명) * 2004년 여성 가구주 비율 : 19.3%(75년 대비 3.5배 증가) * 2003년 평균 초혼연령 : 27.3세(남성 30.1세) * 2002년 기준 평균 자녀수 : 1.17명 * 2002년 가사분담 실태 : 부인 주도(88.9%), 분담(8.1%), 남편 주도(3.0%) * 2002년 사회생활에서 성차별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 : 72.4% * 2003년 맞벌이 가구소득 : 34,851,000원(비맞벌이 가구 28,237,000원) * 여가 : TV 시청> 가사 잡일> 휴식?수면> 사교> 가족> 여행> 스포츠 * 2002년 15세 이상 여성의 직업선택요인: 안정성> 수입> 적성?흥미 (남성 : 안정성> 수입> 발전성?장래성) * 2003년 컴퓨터 사용률 : 64.1%(남성 76.1%) * 2001년 15세 이상 여성의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 : 64.4%(남성 48.2%) * 2002년 공적연금 가입비율 : 32.7% * 2002년 총 범죄자 중 여성비율 : 14.9% * 2002년 여성 운전면허 소지자 : 34.8% * 2003년 여성 종교인구 : 61% * 2003년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여성 :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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