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콩 검은콩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인들은 서양에 비해 30～50배나 콩류를 더 많이 먹는다. 이것이 동양인이
서양인들보다 심장병이 적은 한가지 이유다. 콩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음식에는 두부가 있다.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꼭 먹어주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과 섬유소와 비타민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식품이 두부다.
두부는 지금으로부터 2200년 전인 중국 한나라 시대, 회남왕 유안이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기는 분명치 않으나 문헌상으로는 고려 말 성리학자 이색의 ‘목은집’에 “나물국 오랫동안
먹어 맛을 못 느껴/ 두부가 새로운 맛을 돋구어주네/ 이 없는 이 먹기 좋고/ 늙은 몸 양생에 더없이
알맞다/…”라는 시 구절에 처음 등장하고 있다. 또 고려 말 조선 초에 살았던 권근의 ‘양촌집’에는
“누렇게 익은 콩이 눈같이 하얀 물을 뿜어/ 펄펄 끓는 가마솥 불을 정성 들여 거둔다/ 기름에
번지르르한 동이 뚜껑을 열고/ 옥같이 자른 것이 밥상에 가득 쌓인다”라며 두부 만드는 모습을 노래하는
것으로 보아 당시 이미 두부가 식생활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짜고 매운맛과 조미료에 길들여진 도시인의 입맛에 질리지 않고 담백함을 제공하는 음식이 두부다. 게장,
아구찜 등 자극적인 음식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신사동에 ‘하얀콩 검은콩’이라는 두부요리 전문점을 낸
정문호(52)사장은 요리는 주방장이 만들지만 두부만큼은 매일 자신이 직접 만든다고 한다.
정 사장은 두부가 10대에서 7～80대까지 모두에게 좋은 음식이라고 말한다. 머리를 많이 쓰는 10대
수험생, 피부미용과 다이어트를 원하는 2～30대 그리고 40대 이상 성인병예방에 좋다는 것이다. 중년여성
에게는 식물성 여성호르몬의 역할을 하는 성분도 함유되어 있고 60대 이상의 치매예방에도 좋다며 일본
오키나와현 주민이 장수하는 비결이 두부에 있다고 말한다.
정 사장은 두부에 ‘백태’로 불리는 하얀콩을 사용한다. 매일 아침 물에 불린 콩을 갈아서 두부를
만드는데 사실 두부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다. 물에 불린 콩을 갈아서 적당히 끓이고 난 뒤 짜낸 물을
간수로 굳혀서 누르면 두부가 완성된다. 그럼에도 두부 맛은 천차만별. 그 차이를 정 사장은 간수와
손맛이라고 말한다. 물론 신선한 재료의 사용과 청결유지는 기본이다.
갓 만들어낸 뜨끈한 두부는 아무 간을 하지 않고 그냥 먹어도 고소하다. 찌개에 넣어 간이 밴 두부 맛에
길들여져서 일까 두부에 이런 맛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연두부와 몽실몽실한 상태의 순두부를 섞어서
내놓은 순두부찌개는 매운맛과 담백한 맛을 주문에 따라서 내온다.
어릴 적 먹어보던 향수를 느끼고 싶으면 비지찌개를 시키면 된다. 비지찌개는 흔히 두부를 만들고 남은
섬유질 즉 비지를 사용하기에 영양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에서는 물에 불린 콩을
갈아서 섞어 사용한다. 여기에 돼지고기 안심살, 새송이 버섯, 홍ㆍ청고추에 다진 마늘, 파, 깨소금을
넣고 마지막에 간수로 간을 맞춘다. 중년세대에서 많이 찾을 것 같지만 의외로 20대 여성들의
단골메뉴가 비지찌개라고 한다. 이 밖에도 얼음 띄운 육수를 부어 먹는 도토리묵밥은 더위를 잊는
별미다.
하얀콩 검은콩의 두부는 모두 당일 만든 것만을 사용한다.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하므로 이틀만 돼도
상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두부는 맛이 담백해 그냥 먹어도 좋고 찌개, 조림, 부침 등 다양하게
응용이 된다. 값싸고 서민적인 정취를 풍기면서도 뛰어난 영양가를 갖춘 두부는 최근의 웰빙 코드에 딱
맞는 음식이다.
두부가 맛있다고 인근에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몰려들어 제법 자리를 잡았는데도 정사장은 아직도
두부에 대해 공부중이다. 그래서 어디 두부가 맛있다는 집 애기만 들으면 달려간다. 두부 맛있기로
첫째는 못 가더라도 둘째가는 집이 되고 싶은 게 그의 소망이다.
강성철 기자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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