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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신용대란 부추긴다
대부업법 시행 2년 문제점 속출

정부는 서민과 중소기업의 고금리 피해를 막고 건전한 사금융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2002년 10월 대부업법을 제정 사채업을 양성화했다. 그러나 최근 대부업 시장이 위축되면서 상당수 대부 업체가 사채시장으로 회귀, 불법 영업을 하는 음성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업법 시행이후 지난 5월까지 전국 16개 시?도에 등록한 대부업체는 1만5천 612개로 이 가운데 25%인 3천899개 업체가 자진 폐업 등으로 대부업 등록이 취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말 6.1%던 대부업체 등록 취소율은 같은 해 12월말 17.1%로 오른 뒤 올 1월 19%, 2월 21%, 3월 21.9%, 4월 23%에 등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대부업법이 정한 이자의 법정 상한선은 66%다. 그러나 무등록 대부업자들이 적용하는 사채 평균금리는 연260%로 지난해 5월의 164%보다 무려 96% 상승했다. 10일 기준으로 이자를 10%더하여 연 400%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심지어 1천500%의 살인적인 금리마저 등장하고 있다. 사금융을 양성화겠다던 정부의 정책추진을 비웃듯 잇따른 대부업체의 등록취소와 음성화, 그리고 살인적인 고금리가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도권 은행과는 달리 급전 등을 해결해 주던 사금융도 일정한 사회의 역할이 있다. 그런 순기능이 점차 사라지고 악덕 사채고리를 뜯는 악기능만이 더욱 커지고 있는 현실은 정부의 대부업법 시행에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형보다 생계형 대부업체가 문제
현재 등록된 대부업체 중 99%는 생계형이라고 할 만큼 소형업체들이다. 자본금이 10억을 넘는 기업형 대부업체는 약 50여개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기업형의 경우 대부업체로 제도화되었지만 세제는 기존 여신업체와 차별대우를 받는데 불만을 가지고 있다. 다른 금융업종은 부실채권에 대한 비용인정을 받지만 대부업체는 2%만 인정받는 것도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반면에 생계형의 경우 영업이래 세금을 내 본적이 없는 소형업체들도 많다. 이들 생계형 업체들은 그동안 음성전주로부터 자금을 빌려와 영업을 해왔는데 양성화되면서 자금줄이 막혀서 고전을 하고 있다.
대부업법 시행을 계기로 음성전주의 양성화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시행되지 않았다. 음성전주들은 부동산, 상품권 등 다른 곳으로 자금을 돌렸고 대부업체들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 회사채 발행도 안 되는 상황에서 자기자금으로 영업을 하라는 정부의 지시는 문을 닫으라는 말과 같다고 한다. 그나마 상호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업체들도 상위 업체나 해당되는 말로 소형업체들은 대출도 받지 못한다.
할 수 없이 기존의 음성전주로부터 고금리(연리 30%)로 자금을 조달할게 되고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66%를 넘어서는 고금리 영업을 하게된다. 또 음성전주가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으므로 30% 이자에 대한 비용을 회계처리 할 수가 없게 된다. 이 부분도 고스란히 세금을 물어야 되는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불법을 안 할 수 없게 되고 자연스레 폐업을 하고 지하로 숨어들어 과거처럼 불법영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민노당원들이 금감위 앞에서 사채업자 등에 의한 고리대금 행위와 불법 채권추심 행위 단속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채금리의 적정수준은 어디까지?
일전에 한국대부소비자협회에서 대부업법 시행전에 조사기관에 의뢰해서 대부업체의 손실금율을 조사한 결과 평균 51%로 집계됐다고 한다. 대출금의 절반 정도가 회수되지 못하고 떼인다는 것이다. 대부업법 시행 전에 사채금리는 평균 180%였다. 당시에도 순수하게 대부업자의 이익은 20%수준이었다. 손실금에 대한 위험부담은 여전한데 금리는 66%로 제한되어 있고 합법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1983년 대금업법을 시행하면서 당시 년 109%의 이자율 인정과 함께 사금융의 전주도 양성화 했었다.
한국대부소비자협회 김명일 사무총장은 대부업체의 살인적인 고금리에 대해 “현재 정해진 66%로는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하고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불법적으로 그 이상의 고금리를 받고 있는 게 업계의 현실이다. 만일 적발되면 처벌을 받게 되므로 처벌위험에 대한 부담과 50%에 육박하는 손실금에 대한 부담을 신규대출자에게 지우고 있다”며 일단 위법을 하게 되면 100%를 받나 400%를 받나 상승폭에 염두를 두지 않는 게 업계의 일반관행이라고 지적한다. “대금업법을 제정할 때 초기 재경부의 초안에는 이자제한이 90%까지였다. 일본의 109%에는 못 미치지만 90%선에서 양성화되고 대부업계의 자율구조조정을 거치면 안착되리라고 보았다. 그러나 최종 법사위에서 66%로 떨어지면서 업계 사정이 악화됐다”며 금리를 제한하면 자금조달 수단이라도 풀어달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요구사항리라고 김 사무총장은 지적한다. 자금도달이 비교적 용이한 대형업체들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대출심사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신용을 가진 사람에게만 대출을 해주고 있는 현실이다.

당국의 적극개입과 업계자정 노력이 필요
한국대부소비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드러난 자진폐업외에도 신고를 않고 상호 등을 변경한채 불법영업을 하는 업체들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더욱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협회에서 전체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소재파악을 해본 결과 직원과 직접 연락이 되는 업체는 불과 50%이 6천여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불법영업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대부소비자협회는 최근 불법사금융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무등록업체 이용 금지, 이자율 준수 확인 및 대출 계약서 수령, 대출선수금 요구업체 주의, 카드연체 대납 (카드깡) 이용 금지, 최소한 범위의 개인 정보 제공, 최고이자율 초과 대출에 대해 재계약을 요구하고 업체가 거부할 경우 경찰 등에 신고, 부당채권 추심의 녹취 등 증거 확보의 7가지 대응법을 소개했다.
한구대부소비자협회의 김 사무총장은 대부업체들이 도로 음성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회사채 발행 등 합법적인 자금조달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성실하게 영업을 하는 업체에는 대손충당금 등 손비인정비율을 높여주는 우대조치를 취해서 금리 인하를 유도할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에 대부업체 스스로도 협회를 통해서 대출신용정보를 공유하는 등 업계의 자발적인 규제노력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사채업자들의 횡포로 신변에 위협까지 느끼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신고만으로는 대부업법이 제대로 정착될 수 없을 것이다. 정부 당국의 능동적인 관리 감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근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는 서민들의 사채이용이 늘고 있다. 대부업체들마저 대출심사를 엄격하게 하다보니 불법영업에 고금리인 사채마저 아쉬워서 끌어다 쓰는 것이다. 금액이 대부분 소액이고 며칠만 쓰고 갚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고리채의 늪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하는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사금융의 양성화를 통해서 고금리 피해를 줄이고 신용대란을 막으려던 정부의 노력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조속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강성철 기자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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