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조합과 중앙회에서 보고 느끼고 익힌 30년 세월의 경험을 토대로 통합 2기 농협을 명실상부한
농업인의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연임된 정대근 회장은 포부를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2003년 말 기준으로 예금 92조3천 669억원 규모의 은행이며 국내 4위의 보험사로
8조원 규모의 유통물량을 가진 거대한 공룡조직이다. 전국 1천 335개 지역조합의 예수금까지 합하면
올해 농협의 예금액이 2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정 회장은 농촌문제의 핵심을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꼽는다. 농업인구가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경지면적도 1ha(3천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농업소득이
전체 농가소득의 13%에 불과한데 비해 우리는 41%나 된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학교ㆍ문화ㆍ복지시설
등을 충분히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규모화된 전업농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농지소유에
대한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갈수록 어려운 농업환경에다 농가부채까지 끌어안고 있는
농민들이 자력으로 땅을 사들여서 규모의 영농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소유는 풀되 이용은
묶는’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협이 중간에서 도시민의 토지소요와 농민의 경작보장을
조정해준다면 도시민이 토지를 소유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정회장의 생각이다.
정회장은 지난 7월 1일 농협중앙회 강당에서 지역 조합장과 임직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취임식
행사에서 “지금까지의 성과와 반성을 토대로 조직과 사업에 대해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해 진정한 농업인
조합원의 농협으로 탈바꿈해나갈 것”이라며 “무엇보다 농업인이 만족하는 유통체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농산물시장의 추가개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농협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산지유통 혁신을 비롯한 농축산물 판매역량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해
‘농축산물 유통혁신 임직원 결의대회’도 열었다. 농민에게 실익이 돌아가는 ‘농축산물 유통혁신방안’
도 준비중이다.
정 회장의 통합농협(농협ㆍ축협ㆍ인삼협) 제2기는 안 밖으로 다양한 요구에 직면해 있다. 조합의
방만한 운영을 문제삼은 일부 지역조합의 자진해산 및 규모화의 추진을 위한 지역조합의 합병과 축소라는
내부 갈등과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하라는 외부의 요구다. 최근 정 회장은 중앙회장직을 상근직을
내놓으면서 농협경영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었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유통사업 추진본부’를 설치하고 도매전담 마케팅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복수의
산지조합을 연계해 출하물량의 규모화와 브랜드화를 앞당기고 지역조합에 유통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무이자 자금 1조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농민은 생산, 농협은 판매와 운송’을 책임지는
농협으로 거듭나겠다는 정회장의 구상이 점차로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5월 정회장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세계농업생산자연맹 농업협동조합위원회 회의에서 4년
임기의 위원장에 피선되었다. 정회장의 이번 선임으로 한국농협이 세계 농업협동조합의 발전과
세계 농업인 단체와의 유대를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회장의 위원장
선임은 농협이 WTO 협상무대에서 농산물 수입국 등 세계 농업인 단체와의 연대활동에 더욱 적극
나서온 것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풀이되고 있다.
정 회장은 서른 한 살에 고향인 경남 밀양시 삼량진읍에서 농협 조합장을 시작한 이래 8번이나
조합장을 연임할 정도로 농민들의 신망이 두텁다. 그는 국민정서의 뿌리는 농촌에 있다며 농촌
살리기의 시작은 ‘1사1촌 운동’이나 ‘제2고향 갖기 운동’등 국민적인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바탕 위에서 농협이 거듭날 때 진정한 농촌 살리기가 가능하다며 농촌문제를
경제적 논리로만 풀지 말 것을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