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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도 치료가 필요하다?

비현실적 완벽함 대신 합리적 사고방식

완벽한 사람은 알고 보면 스트레스가 많을 뿐 아니라 일을 복잡하고 어렵게 풀어가며 그만큼 오래 살지 못한다. 따라서 완벽함을 추구하게 되면 스트레스와 불안, 긴장으로 자신의 건강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삼성전기가 조직 활성화와 임직원 정신건강을 위해 상담 심리극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부터 사내에 생활상담실을 운영, 전문 상담심리사가 임직언을 대상으로 각종 고민상담과 심리분석,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생을 사는 지혜는 참으로 다양하다. 그 중 하나로 ‘단순하게 살기’를 빼놓을 수 없을 듯. 아예 <인생을 단순하게 사는 대충형 인간>이라는 제목의 책까지 버젓이 등장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대충 살기’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개념과 다소 차이가 난다. 실생활에서 너무 치밀하고 계획적인, 다시 말해 완벽한 인간을 추구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흔히 말하는 완벽한 인간이 알고 보면 스트레스가 많을 뿐 아니라 일을 복잡하고 어렵게 풀어가며 그만큼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때 처세나 자기계발을 다룬 책들 중에는 드러내놓고 표현하진 않지만 암암리에 완벽한 인간이 되라는 지시를 담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반대.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한계, 실수, 약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대신 정신적인 건강을 추구하라는 조언이 많다.
사실 완벽함이란 현실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상대적인 탁월함은 있을지언정 절대적인 완벽함이란 ‘절대로’ 도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완벽함의 속성상 기준도 한계도 모호한 탓이다.
따라서 완벽함을 추구하게 되면 스트레스와 불안, 긴장으로 자신의 건강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BBC 인터넷 판 보도는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완벽 주의에 대해 ‘강박 신경증처럼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의 당사자는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의 심리학자인 고든 플렛 교수. 그는 완벽주의자를 스스로에게 완벽을 기대하는 자기 지향적 완벽주의자, 남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타인 지향적 완벽주의자, 남들이 자신이 완벽하기를 원한다고 믿는 사회적 완벽주의자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현실적으로 어떤 모습을 나타내고 있을까? 플렛 교수는 이를 다시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자기 과시형. 이 유형의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의 완벽함을 자랑하거나 과시함으로써 남에게 감동을 주고자 한다. 그 결과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기 때문에 금방 가려낼 수 있다고.
두 번째 유형은 자신의 완벽하지 못함이 드러날 만한 상황을 아예 피해 버리는 스타일. 이는 특히 어린 아이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마지막 세 번째 유형은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드러내놓고 의논하는 대신 혼자 숨기려고 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의 완벽주의자들은 남들 앞에서 자신의 실패를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강하게 나타낸다.
언뜻 생각할 때 완벽주의자라고 하면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 같다. 그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해서 맡은 일에 책임 있는 성과를 낼 확률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주의, 완벽주의자의 원래 뜻은 이와 다르다.
플렛 교수에 의하면 완벽주의란 ‘완벽하거나 완벽하게 보일 필요가 있는 것’. 따라서 완벽주의자들은 ‘끈질기고 꼼꼼하고 조직적으로 성취하는 사람’이라는 면에서 일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반면 ‘완벽하지 못한 부분을 숨기려 하거나 완벽한 것 같은 이미지 구축을 시도한다’는 단점을 갖는다고. 나아가 이들은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현실적으로 도달하기 힘든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다.
바로 이런 성향 때문에 때로는 감정적, 신체적, 인간관계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 식사 장애, 부부 불화, 자살로까지 이어지니 문제다.
단정할 수 없지만 이런 사례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잇따르는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자살이 그렇다. 이들이 나름대로 어려움에 직면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엄청나게 강한 완벽주의적 기질도 자살 배경의 하나’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평소에 실수나 실패는 물론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고 명예를 중시했던 까닭에 자존심에 흠집이 나게 되자 스스로 자살을 결심하게 됐을 것이란 얘기다. 완벽함을 추구했던 만큼 완벽하지 못하게 평가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단죄’ 또는 ‘포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완벽주의를 정신과적 질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로 인해 현실적으로 장애를 일으 킨다면 당연히 적정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페넬로프 존슨 박사 역시 완벽주의는 비현실적인 인생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의 한 명. 나아가 그는 완벽주의자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완벽주의 그 자체보다는 스트레스를 치료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특히 회사에서 자신의 상관이 완벽주의자일 경우 부하 직원에게 비현실적이고 사리에 맞지 않는 기대를 하기 때문에 함께 일하기 힘들다고.
이와 관련해 최근 국내의 한 취업 전문업체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직장인 열 명 중 일곱 명이 상사와의 갈등 때문에 퇴사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답해 주목된다. 이들이 어려움을 호소한 상사와의 갈등 유형 중에는 완벽주의 상사도 제법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자기 자신과 맡은 일에 충실하려는 것은 누구에게나 바람직한 자세. 하지만 지나치게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탁월함’을 발휘하는 게 훨씬 낫다. 나아가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완벽함이 아니라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아닐까.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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