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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요리

내가 호텔 불란서식당에 근무 할 때 자주 이용한 김 사장은 가족끼리 식사를 하러 오면 요리주문을 하고 난 후, 추가로 항상 샤또 브란 깡뜨낙(Chateau Brane Cantenac)와인과 후렌치 브레드를 달라고 했다. 김 사장은 후렌치 브레드와 와인을 함께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양조용 포도나무의 원종인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는 BC 6,000년경 카스피해와 흑해사이의 지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이 포도나무들은 페니키아, 에집트, 그리스로 전해지고, 로마가 프랑스 독일 등 정복지에 포도나무를 심게 하여 유럽에서 와인문화가 번성하게 되었다.
와인은 그리스시대에 들어서 삶과 죽음, 영원의 상징이 되었고, 수많은 서양문화권에서 와인이 갖는 종교적 의미로는 죽음과 부활로 상징되었다. 이렇게 와인은 종교적의미로서의 역할이 컸으며 종교 의식에 항상 등장하게 되었다.
고대에는 와인을 일상적으로 마시기도 했지만 예방 치료제로 사용했다. 프랑스의 루이 15세는 대단한 미식가였으며, 또한 요리를 만드는 것도 좋아했다고 한다. 루이 15세 시대에는 식사 예절이 중시되던 때다. 당시 루리 15세의 애첩 마담 뽕빠르뜨는 샤-또 라핏뜨 롯쉴드를 베르사이유 궁정 연회 때마다 제공하여 궁중들로부터 원성을 받기도 했다.
루이 16세는 와인 매니아로 와인을 감정하는 데는 누구에게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 시대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 루이 16세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지만 오늘날 요리의 제공 순서와 함께 와인과 요리의 궁합 등 미식 학의 공식이 확립되었다.
프랑스 요리사들은 장인정신이 투철하여 자기의 요리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진다. 1671년에 꽁떼 公(Cont)의 소유인 샹띠이 성(Chantilly Castle)에 루이 14가 방문했을 때 만찬회 요리를 바뗄 (Vatel)주방장이 준비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바람에 주 메뉴로 제공되는 Roast pheasant이 부족하여 일부 테이블에서는 충분한 량을 제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부족함을 전혀 느끼지 못 했으며 만찬은 성대히 끝났다. 요리 책임자인 Vatel 주방장은 심히 부끄러움을 느꼈다. 다음날 아침 요리를 하기 위하여 생선을 미리 주문했지만 양이 역시 부족했다. Vatel은 모두가 만족할 만큼 요리를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부끄러움을 느끼고 결국 고민하다 "The shame is too much to bear"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안타깝게도 시신이 발견되고 조금 후에 나머지 생선이 도착했다.

와인과 요리의 궁함
국빈 행사나 식도락가들의 행사가 아니라면, 지나치게 요리와 와인을 궁합 맞추는데 예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기본적인 궁합을 맞추면 요리와 와인을 훨씬 맛 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면 생선의 살이 연하고 담백한 맛을 갖는 요리와 타닌이 많고 강한 레드 와인과 함께 먹는다면 타닌으로 인해 생선요리의 맛이 죽어버린다. 반면 지방과 육즙이 풍부하고 진한 소스를 사용한 요리와 가벼운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는다면 서로의 맛이 죽어버린다.
타닌이 많고 잘 익은 풀 바디(Full body) 레드 와인과 맛이 진한 붉은 살코기 요리와 함께 먹으면 요리의 진한 맛과 풍부한 지방과 육즙이 와인의 촉감과 맛을 한층 북돋우어 주어 맛 있다.
와인과 요리의 맛과 촉감을 충분히 즐기려면 와인의 특징과 요리의 재료, 요리의 방법 등을 고려하여 음식의 맛과 와인의 미묘한 맛을 동시에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와인과 요리의 궁합은 서양 요리에 맞추어 짜여 져 계속 유지되어 온 관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요리로 궁합을 맞출 수 있어도 한국 요리와는 궁합을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나치게 맵고, 짜고, 달고, 향신 미가 강한 요리를 제외하고는 어느 요리나 잘 어울린다.
고기의 살이 연하고 담백한 맛을 갖는 쇠고기 불고기와 타닌이 적고 가벼운 부르고뉴(Bourgogne) 레드 와인과 함께라면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 생등심 불고기와 타닌이 많고 부드러운 시라즈(Shriz)와인과 함께라면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가볍게 산미가 있는 잘 익은 백 김치와 상쾌한 산미가 있는 쏘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함께 먹으면 더 맛 있다.
와인과 요리의 궁합을 맞출 때는 일품 요리와 맞추어야 한다. 한국사람들은 밥을 주식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생선찜, 불고기 등 일품요리를 반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와인과 궁합 맞추기가 어려운 것이다. 궁중음식에 제공되는 요리를 생각하면 와인과 요리의 궁합 맞추기는 아주 쉬워진다.

서 한 정
와인전문가. 국내 쏘믈리에 1호.
2000년 프랑스 농업
공로훈장(Merite Agricole)수여.
한국 쏘믈리에 협회 명예회장
더 와인 아카데미 원장

저 서 [서한정의 와인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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