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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중국진출 가속화
거대 금융시장 선점위한 장기포석


상하이 푸동 금융지구에서 열린 외환은행 상하이지점 개점식
중국정부의 정책적 수단인 4대 은행
시중은행의 중국진출이 점차 활기를 띄어가고 있다. 중국은 WTO가입과 동시에 오는 2006년까지 국내 금융시장을 전면 개방키로 함에 따라 중국의 은행시장이 투자의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은 중국의 현지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은행과의 업무제휴 및 지점진출을 늘이고 있다. 당분간 지속될 중국의 고 성장과 최대 인구 등을 감안할 때 중국금융시장은 당분간 세계 각 국 은행의 공략장으로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 국내 은행의 중국진출은 주로 한국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지역을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은 현지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되 점차 중국기업으로 고객을 확대해 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시중은행의 중국진출은 금융감독원의 조율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여러 은행이 한곳에 집중되어 제살 깍는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특히 국내 은행들이 중국시장에 본격 진입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독특한 은행 시스템과 특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중국 은행산업은 중국인민은행(BOC)을 정점으로 크게 정책성 은행과 상업은행으로 나눠지며 상업은행은 다시 국유상업은행과 주식제 상업은행, 외국계 은행으로 분류된다. 정책성은행은 국가개발은행, 농업발전은행, 진출구은행 등이 있다. 국유상업은행 으로는 중국은행, 공상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 4개가 대표적이다. 외국계 은행은 대부분 외국 은행들의 지점으로 구성돼 있으며 100% 외인 소유의 외자은행, 중국계 은행과 외국계 은행간 합작 설립된 중ㆍ외 합작 은행까지 포함된다. 외국계 은행의 중국진출은 지난 81년부터 허용되기 시작했으며 영업지역 제한 조치로 인해 현재 상하이 등 13개 지역에서만 영업활동이 허용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4대 국유상업은행들은 경제발전을 위해 각 분야에서 중국인민은행을 보조하는 핵심역할을 수행했다. 중국은행은 무역 관련 외국환 업무를, 공상은행은 기업대출 업무를, 농업은행은 농촌부문 개발 업무를, 건설은행은 중장기 설비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이들 4대 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14조4천305억 위엔으로 시장점유율이 59%데 달한다. 반면 왹구계 은행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약 1%에 그치고 있다. 상대적 으로 중국내에서 영업기만이 취약한데 기인하고 있다. 4대 은행의 예금잔액도 8조7천670억위엔으로 전체의 66.8%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국적인 지점망을 가지고 있는데다 정부가 암묵적으로 예금을 보장하는 등 채무불이행 위험이 다른 은행들에 비해 낮은데 기인하고 있다.

중국진출 서두르는 국내은행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외환은행의 경우 기존 중국 점포인 홍콩, 베이징, 텐진, 상하이, 다롄, 선전 외에 광저우, 충징, 칭따오에 올해 안에 저점을 신설키로 내부방침을 정하고 시장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외환은 행의 중국진출 전략은 첫째 대중국 진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및 진출정보 등을 제공하는데 있다. 둘째는 한국-중국간 자금이체의 중심역할 수행이다. 현재 중국에서 국내로 기업의 연간송금 9십만 건 중 약35%은 31만5천 건을 외환은행에서 처리하고 있다. 셋째로 향후 중국 내 네트워크 설치와 금융 인프라 구축에 앞장선다는 것이다.
또 회사 내에 중국연구모임인 ‘차이나 클럽’을 운영하여 중국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중국어가 해독가능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며 4개 지역분과로 구분해서 지역연구를 매월토론하고 전문가초빙 강의
및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매년 20명을 선발해서 중국 현지연수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중국진출은행의 선도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전략과 맞물려 사내에서도 호응이 높다고 한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도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작년 3월 광저우에 출장사무소를 개설했다. 사무소는 지점개설을 목표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현황파악과 중국정부 당국의 협조를 끌어내는데 주력하고 있 다. 현재 광저우에는 국내 은행의 지점이 없다. 국민은행은 시장선점효과를 노리고 광저우를 첫 진출거점 으로 삼았다. 현지에서의 영업도 초기에는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할 계획이다. 지점 진출 시 가장 고려할 사항에 대해 국외점포과 봉종국 과장은 “해당 지역의 기업 수와 은행 수에 대한 검토다. 즉 경쟁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현지 우수인력 4명을 지난해 채용했고 지난달에도 공인회계사 자격증 등이 있는 석?박사 출신의 현지인력 8명을 채용했다.
지난 2000년 중국 내 1호점인 상하이 지점을 개설한 하나은행은 오는 9월경 선양에 2호 지점을 개설하고 칭다오 국제은행의 지점도 확대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의 중국 진출 전략은 국내 기업의 중국 현지 투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데다 미래의 유망 금융시장이라는 전략적 가치 때문에 중국 현지의 네트워크 확충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칭다오에 한국계 은행이 이번에 인수한 칭다오 국제은행과 지난해 처음 진출한 기업은행 등 2개만 있기 때문에 칭다오 국제은행의 지점 확대는 전략적인 가치가 크다는 게 하나은행의 자체 평가다. 또한 하나은행은 지난 4월 중국 최대은행은 공상은행과 기업금융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인민폐 차입 등 소매금융을 포함하는 포괄적 업무 제휴 약정을 체결했다. 이번 제휴로 하나은행 고객이 중국 현지에서도 공상은행의 거대한 중국 내 영업망을 이용해 현지에서도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나은행 전략기획부 신준상 부장은 “하나은행은 지난해 칭따오 국제은행 인수와 하반기 선양지점 개설로 중국 최대 발전지역인 선양, 칭따오, 상하이, 홍콩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이 밖에 지점이 없는 지역에 대해서는 공상은행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 중국 영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고 밝혔다.
또한 하나은행은 사내 연구모임인 ‘중국연구회’를 중심으로 사원들간에 중국열풍이 불고 있다. 현재 중국지점파견을 위한 1기 연수를 보냈고 사내에 중국어 어학강좌를 개설하여 직원과 직원가족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습을 해주고 있다. 인사부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어보다 중국어 수강을 희망하는 직원이 훨씬 많다고 한다. 인터넷 사내게시판에 중국연구회를 링크시켜서 어학과 기사 및 현지 정보를 교류하는 등 사원들의 자발적 참여에서 보듯이 중국지점 파견을 희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상하이와 베이징에 지점을 두고 있는 우리은행도 올해 중국 지역전문가 2명을 선발하여 중국 현지 연수를 보냈다. 또 올해 안에 선전지점과 칭따오 사무소를 개설하여 중국내 점포를 4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중국문화와 법률 등을 집중 연구하는 ‘중국연구회’라는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동호회에는 현재 150여명의 직원이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우리은행의 상하이 지점은 처음으로 지난 6월 29일부터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인민폐영업을 시작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한편 최근 은행의 중국진출 붐에 대해서 외환은행 차이나클럽의 김사무 과장은 “과거 해외시장 진출이 앞뒤로 따져보지 않은 무분별한 경쟁에 따른 것이었다면 최근의 해외진출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한 점이 다르다”며 “수익성 조사를 기초로 한 진출인 만큼 단기간 내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시중은행간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미 국제적인 은행간의 공략장이 된 중국에서 현지 한국기업 등만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한정된 수요에서 벗어나 중국 현지 기업과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적 안목의 진출전략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강성철 기자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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