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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 걸림돌 '제후 경제'
지방이기주의 횡행, 통일시장 형성 장애



‘중앙정부에 정책이 있다면 지방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라는 8자로 압축되는 중국의 지방이기주의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 중국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봉건시대 때 각 지방의 사실상 패자로 군림했던 제후의 막강한 파워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제후 경제’로 불리는 지방이기주의는 시대마다 면모를 달리하면서 중앙정부의 정책추진에 걸림돌이 돼왔다.
지방이기주의를 근절하고 지방관리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려는 중앙정부의 고뇌는 수시로 나타나는 역대 지도자들의 ‘경고성 발언’에서 읽혀진다. 지난 4월말 화살이 빗나가 엉뚱하게 한국 등 해외에서 차이나 쇼크를 몰고 온 원자바오 총리의 “경기과열 억제를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발언은 원래 지방정부를 겨냥한 것이었다.
‘미스터 클린’으로 불리는 전임 총리 주룽지가 1998년 총리 취임 당시 “내 관을 포함해 100개의 관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도 지방관리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주 전 총리는 퇴임 후 측근의 비리마저 다스리지 못했다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중국의 지방이기주의는 개혁?개방 초기 자원의 타지역 유출을 막기 위한 제한조치로 ‘ 엽연초 전쟁’ ‘양모 전쟁’ ‘누에 전쟁’ 등의 양상으로 나타났었으나 최근 들어 외지의 육류, 주류, 자동차 진입을 제한하기 위한 기술표준, 인증제도, 위생검사 등의 교묘한 조치로 바뀌고 있다.
상무부가 최근 전국 22개 성?시?자치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개 지역이 타지 상품에 대해 봉쇄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중심이 4천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조사대상 기업의 3분의 2가 지방정부의 보호조치 때문에 생 산과 경영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답변했다.
지방정부의 타지역 봉쇄조치는 고세율 상품, 대기업, 유통업 등이 주대상이다. 중국 전국 육류시장 점유율이 42%나 되는 솽후이 집단은 지난 4월 한 성의 도시에 냉동육류 체인점을 열었다가 즉각 영업정지 조치를 당했다. 해당 시의 육류시장 감독 관리조례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자동차 그룹 이치는 28개 성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장진출 제한 또는 차별을 받고 있다.
다국적 기업도 지방이기주의에는 속수무책이다. 세계적인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2년 전 한 상업 도시에 진출을 시도했지만 아직 성사되지 않고 있다. 국가정책상 소득세가 국세로 규정돼 해당 시에서 소득세를 부과하지 못하자 월마트의 진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상하이 시의 자동차 번호판 경매제도가 지방이기주의로 표본으로 지탄 받고 있으나 상하이 시 당국은 끄덕도 하지 않고 있다. 황하이 상무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지난 5월 한 포털 사이트 주최 토론회에서 한 개에 무려 600만 원을 호가하는 상하이 자동차 번호판 경매제도와 관련, 이는 도로교통안전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의 이 제도로 인해 외지 중저가 자동차의 상하이 진입이 어려워져 상하이 번호판 자동차 순위 10위 중 7대 자동차가 모두 상하이 제작품이다.
중국정부인 국무원은 지방정부의 이런 보호주의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시장 질서를 교란, 경제발전에 장애에 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내년 1월 이전 강력한 시정 조치를 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하이 부장조리는 일부 지방정부가 각종 교묘한 조치를 통해 외지상품의 자유 유통을 제한, 전국적인 시장 통일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제한조치의 폐지가 시급하다고 말해 중앙정부 차원의 시정 조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제후 경제는 전체보다는 지방의 경제이익을 우선시하는 풍토 및 관리 고용제도의 결함, 법률제도의 미비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오랜 역사를 거쳐 형성된 지방 분권주의 의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 시장개방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 속에 지방정부들이 자기 지역시장을 폐쇄하고 있는 것은 중앙의 시장주의 경제정책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은 시장경제 지위를 획득하는 것보다 지방주의를 척결, 국내통일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성대 베이징 특파원 | sdcho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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